베이비박스 속 아기, 다시 가족 품으로... 공무원 노력이 만든 기적
용인시 아동보호전담요원, 친모 도와 원가정으로... "더 많은 미혼모 돕기 위해 노력"
▲ 용인특례시 김단비 주무관이 보호 아동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낸 노력을 인정받아 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 용인시민신문
영아 유기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경기 용인시 아동보육과 김단비 주무관(아동보호전담요원)이 태어난 직후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영아를 10개월 만에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져 지역 사회에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팔 걷고 나선 용인시
A씨는 친부인 남자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 데다 갑작스레 엄마가 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경찰 조사 후 입양 재판을 받던 A씨는 직접 아이를 키우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 숙려기간인 생후 7일 이전에 아이를 유기한 탓에 아동학대로 신고된 A씨가 아이를 다시 품으려면 3개월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원가족 복귀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했다.
회사 일과 병행하는 탓에 프로그램 참여가 소홀했고, 유대관계를 극복하려는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담당 기관의 판단에 따라 아이의 원가정 복귀는 무산됐다. 그러나 양육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A씨에게 희망을 본 김단비 주무관이 아이를 가정으로 보내기 위해 직접 기관을 설득했다.
김 주무관은 프로그램에 규정된 4차례의 교섭으로는 유대감을 나누기 부족하다며 2회 추가 교섭을 요청했다. 또한 A씨가 아이와 하룻밤을 보내며 모성애를 느끼도록 도왔다. 이후 아이를 돌볼 환경을 조성하도록 안전문, 모서리 방지 캡 등 영유아 양육 물품도 지원했다.
두 기관의 상반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용인시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소속 사례결정위원회를 열어 A씨 사례를 심의했다.
시와 경찰, 교육지원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위원회는 "시가 적극 나서 친모의 양육 의지를 북돋운 덕에 유대관계가 형성됐고 A씨가 아이를 양육할 조건이 충분하다"고 판단, 원가정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아이는 생후 10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시는 영아가 원가정에 돌아간 이후에도 사후관리를 통해 3개월마다 가정방문과 전화로 A씨의 양육 환경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미혼 가정 도울 수 있는 정책은
올해 7월엔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전수조사 이후 일부 보호자들이 출산 후 영아를 유기, 암매장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보건복지부가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2015년부터 2023년 5월까지 태어난 영유아 중 출생 미신고 아동은 2267명으로 밝혀졌다.
이 중 256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사망 장소, 사망 원인, 형제자매의 유무 등 관련된 사항들을 명확히 알 수 없어 어떻게 사망했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관련 사건은 용인에서도 발생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영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7월 긴급 체포된 친부가 처인구에 있는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고 자백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이들이 영아를 유기한 배경 중 사회적, 경제적 영향도 크다. 이 가운데,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다거나, 친부나 친모가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출산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려웠다는 이유도 있다.
용인시에는 미혼모가 아이를 가졌을 때 아이를 출산하고, 쉴 수 있는 '생명의 집',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머무를 수 있는 '모성의 집'과 같은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이 있다.
시설에서는 숙식, 분만의료, 아동양육비, 자립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며, 시는 자녀의 백일, 돌을 챙기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 ⓒ 용인시민신문
▲ ⓒ 용인시민신문
이외에도 시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지원을 통해 가구 중위소득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청소년 한부모가정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청소년 한부모 자립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가정과 상담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정희 건강가정팀장은 "용인시가 한부모가족지원사업을 통해 조건에 해당되는 미혼모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만, 정부 정책이 다른 사업에 비해 부족하다"며 "시에서도 더 많은 미혼모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혼모 스스로 시설에 입소하거나, 복지를 찾아 나서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여기엔 사회적 시선도 영향을 미쳐 사회 인식개선이 절실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영아 유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바깥으로 나와 도움을 받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 공동체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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