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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되면 책 안 읽는 아이들, '이것' 때문이었다

[리뷰] EBS <다큐멘터리K> '책맹인류 2부'- 초등 5학년 왜 책이 싫어졌을까?

등록|2023.12.18 11:33 수정|2023.12.18 11:33

▲ EBS <다큐멘터리K>는 지난 8월 말부터 총 10부작 '책맹 인류'를 통해 그 이유와 해결방법에 주목했다. ⓒ ebs


도서관, 그 중에서도 어린이실은 주말이면 붐빈다. 책을 읽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빌리러 온 부모님들이 눈에 띈다. 어떤 가족은 장을 볼 때 쓰는 '카트' 가득 책을 빌려 가기도 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는 '독서 강국'이다 싶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책읽기 싫어지는 시절, 초등 5학년

2021년 기준, 1년간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이 47.5%, 세계 최하위의 독서율을 기록하고 있다. 책을 읽을 줄 알지만 읽지 않는, 이른바 '책맹(冊盲)의 나라가 된 것이다.

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을까? 이에 EBS <다큐멘터리K>는 지난 8월 말부터 총 10부작 '책맹 인류'를 통해 그 이유와 해결방법에 주목했다. 그 중에서도 2부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을 주목하고 있다. 왜일까.

서울 백운초 5학년들에게 독서시간은 고역이다. 고육지책으로 물질적 보상을 마련해 보았다. 스티커도 주고, 상도 준다니 처음에는 아이들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이런 '당근'에도 시들해진다. 심지어 권 수를 채우려고 읽기 쉬운 그림책들만 본다. 말이 읽는 거지 줏어삼키듯 책 장을 넘긴다. 다 읽고 나서 물어보니 기억에 남는 게 없단다.
 

▲ EBS <다큐멘터리K>는 지난 8월 말부터 총 10부작 '책맹 인류'를 통해 그 이유와 해결방법에 주목했다. ⓒ ebs


그런데 왜 다큐는 초등 5학년을 주목했을까? 제작진이 독서 실태 조사를 해보니(4,5,6학년 1500명 대상) 학생들 중 62%가 자발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유독 우리나라가 저조한 비율이다. 그 중에서도 읽기 흥미도를 보면, 4학년 3.12%에서, 5학년 2.95%로 5학년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책 읽기가 귀찮다는 반응도 5학년(2.49%)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4,5,6학년 695명 기준). 왜 그런걸까?

다큐는 '자율성'에 주목한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4학년 때 2.0이던 자율성 침해가, 5학년 2.15를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초등학교 4,5,6학년 497명을 대상으로 ). 중학교 1학년 준엽이네. 주말이면 평소에 학원 가느라 못하던 게임을 하느라 5,6 시간을 보낸다. 간식을 주면 게임을 멈춰 간식이라도 자주 주게 된다는 게 부모님의 설명이다. 준엽이를 검사해보니 읽기 동기도 낮을 뿐더러 책읽기를 피하고 싶어하는 과제 회피 성향을 보인다.

엄마와 함께 서점에 간 준엽이. 엄마가 준엽이가 봤으면 좋겠다고 고른 책은 <철학자는 왜 거꾸로 생각할까>이다. 그 책을 본 준엽이는 "어려워 보이는데" '철학이 뭐야"라고 묻는다. 하지만 엄마도 정작 대답을 하지 못한다.철학이 뭔지 대답할 수 없는 엄마는 중 1이면 이런 정도 책은 읽어야 도움이 될 거란다.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초등 5학년의 급격한 독서 의욕 저하의 이유 말이다. 그간 엄마는 필독 도서나, 권장 도서를 중심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오거나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줬다고 한다.

6학년 하준이네도 다르지 않다. 매일 30분씩 의무적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하준이는 책이라도 읽어야 놀이공원에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하준이는 매번 만화책만 읽는다. 그 조차도 힘겨워 보인다. 함께 서점에 간 하준이 아버지가 장르별 다양한 책을 추천하고 싶다며 고른 책은 <과학 사전>이다. '중, 고등학교에서 배울 걸 미리 읽어두면 좋다'는 게 이유다. 그런 아버지에게 하준이는 묻는다. "과학을 잘해야 해?"

다큐는 자율성과 관련한 실험도 진행한다. 6,7세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상황이 펼쳐진다. 아이가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장난감이 있지만, 엄마는 엄마가 선택한 것으로 놀자고 한다. 처음에는 엄마의 뜻을 따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말이 노는 거지 시늉만 하는 거였다. 곧 싫증을 낸 아이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짚어든다. 반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는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장난감 놀이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게임을 즐기는 준엽이가 서점에서 선택한 책은 <오백년 째 열 다섯>이라는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가 재밌고, 캐릭터가 나와서 재밌다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진득하게 본다. 심지어 좋아하는 책을 골라보는 게 처음이라며 신기해 한다. 하준이네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는 하준이가 역사나 과학 책을 읽었으면 하는데 정작 하준이가 관심있는 건 소설이나 스포츠이다.
 

▲ EBS <다큐멘터리K>는 지난 8월 말부터 총 10부작 '책맹 인류'를 통해 그 이유와 해결방법에 주목했다. ⓒ ebs


권장도서를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다면 부모들이 골라주는 이른바 '필독 도서'나 '권장도서'는 읽을만한 책일까? 교육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3,4학년 권장도서라는데 살펴보면 중 3 문해력 수준이어야 읽을 수 있는 내용이란다. 심지어, 5,6 학년 권장도서보다 어려운 책인 경우도 있단다. 대부분 평균 문해력보다 어려운 책을 이른바 권장도서, 필독도서로 정해놓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읽을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책을 읽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난 못 읽나보다'라며 자괴감을 느낀다고. 준비 운동도 안 하고 아이들을 강물에 내던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아이들은, 아니 사람들은 누구나 못하는 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반문한다. "어머니는 성인 권장도서 다 읽으셨나요?"

아이들 대부분은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이나, 책을 읽으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말한다(56%). 특히, 이제 공부를 좀 해야 한다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5학년 정도가 되면 그 정도가 더해진다. 그런 어른들의 자율성 침해가 독서 의욕 저하와 독서 거부로 나타난다고 다큐는 설명한다.

'핸드폰 그만보고 책 좀 읽어!',
'책을 많이 읽어야 수학 문제 잘 읽지!'
'웹툰 좀 그만쳐 봐!'
'의사가 되려면 책 읽어야 해!'
'너 책 안 읽으면 대학 못간다!'
'책 읽어야 지식이 쌓이는데 바보되게?'


부모에게 책이란 지식과 미래, 훌륭한 사람, 그리고 성공을 상징한다. 즉 목적의식적이며 학습적인 도구인 것이다. 그래서 늘 '책을 읽어야 ~를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즉 부모들 자신이 책을 통해 행복을 느껴본 경험이 부족하니, 그저 세간의 이유를 따를 수밖에 없다.

책이란 문해력을 높이고, 이해력을 고양시키는 좋은 '루트'일 뿐이다. 또 다른 자습서인 것이다. 그런 도구론적인 이유말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사회 어른들은 아이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디어 환경의 발전과 함께 전 세계는 독서의 침체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연구를 거듭한 학자들은 '읽기의 동기'에 답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독서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사회경제적 성취보다 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한다. 우리 사회 어른들이 요구하는 지식을 위한 독서에서 행복을 위한 자리는 없다. 하지만, 연구는 단언한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야말로 미래 성공에 가장 중요하고도, 유일한 지표'라고.

아이들도 말한다. 억지로 읽는 게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을 때 읽게 해달라고. 다큐는 말한다. '놀이'로써, '즐거움'으로써의 독서만이 책맹 시대 아이들을 구제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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