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 같은 곳에서도..." 수달 사랑하는 이들의 걱정
한국수달네트워크, 함양에서 워크숍 열어 전국 수달 현황 발표... 우리 하천 미래 모색
▲ 겨울 엄천강의 수달 가족. 평화로운 모습이다. ⓒ 수달아빠 최상두
귀여운 외모와 유선형 몸매를 자랑하는 하천 최상위 포식자 수달을 사랑하는 이들이 17일~18일, 지리산의 고장 경남 함양 엄청강 지리산리조트에 모였다.
지난 5월 결성된 한국수달네트워크 회원들과 2023 전국 수달 시민조사 참여자들은 '시민과학, 수달을 품다'란 주제로 워크숍을 열고 지난 11월 27일~12월 2일 실시한 전국 수달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수달 서식지 보호와 이 나라 하천의 미래를 위한 토론을 벌였다.
2023 전국 수달 시민조사 결과 발표 ... 한강에도 수달이
▲ 대구에서 온 시민과학자클럽에서 수상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한국수달네트워크 지리산에서 워크숍 열고 전국 수달 분포 현황을 발표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시민 조사자들은 야생생물 기록 앱인 '네이처링'과 전통적인 기록지인 야장을 바탕으로 전국의 수달 분포 현황을 파악해 분포지도를 완성했다. 분포지도를 보면 전국적으로 수달의 분포 현황을 알 수 있는데, 특히 서울지역까지 수달 분포 현황이 파악된 것이 흥미롭다. 서울 한강과 그 지천에서도 수달의 서식이 확인된 것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두 분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우선 네이처링 강홍구 대표가 네이처링 조사 사례 발표를 하면서 "이번 '2023 전국 수달 시민조사'라는 미션 참여자는 총 100명이었고 이 중에서 66명이 1개 이상 네이처링에 기록을 등록해 총 636개의 자료를 보고했는데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며 이번 조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 네이처링의 강홍구 대표가 네이처링 기록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 대표는 "그동안 지역 일부에서 모니터링이 있었지만, 이번은 전국적으로 한 첫 번째 수달 모니터링이었다. 일단 분포의 지역이나 양과 질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면서 "이 정도의 참여율은 상당히 높은 것이고 참여자의 열정이 상당히 강한 프로젝트였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분석한 수달네트워크 한상훈 공동대표(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는 "전국적으로 도로가 많이 닦여 있고, 아직도 하천공사를 많이 한다. 그리고 둔치에 야영장, 캠핑장도 많이 건설한다. 쓰레기도 많다. 아직까지 수달의 위협요소가 많다"고 하천의 현황을 설명하면서도 "수도권지역에 수달이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전에 비해 수달의 개체수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2015년 전후로 수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심을 가진 조사자가 늘어나, 수달이 많이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개체수의 증가보다는 수달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의 증가로 예전에 비해서 수달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서 수달의 개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10년에 조사한 결과와 2023년 시민과학자들이 조사한 수달 분포 현황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한상훈 대표가 2023 전국 수달 현황 조사에 대해 총평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나 그는 총평에서는 "우리나라 산하의 자연환경은 여전히 살아있고 국토의 자연성과 건강성 그리고 잠재 회복력은 매우 우수하다. 더불어 시민환경단체, 수달시민과학자의 인적 역량과 활동 능력도 환경선진국 수준이다"라며 "따라서 한국수달네트워크와 수달시민과학자가 함께 힘을 모아 수달과 서식지 보호에 하나가 되면 세계적으로 수달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표에 이어 수달의 서식 실태와 서식지 보호를 위한 토크 겸 토론이 이뤄졌다.
여전히 불안한 수달의 서식 실태... 좋은 모범 사례로 극복하자
대구에서 온 시민과학자클럽의 손미희씨는 "대구의 거의 모든 하천에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궁창 같은 수질이 엉망인 곳에서도 서식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라며 "도심이라 하수관 같은 것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도심하천에서 살아가는 수달의 위태로운 환경을 우려했다.
한국수달네트워크 염형철 공동대표(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이사장)는 수달과 사람과의 관계에 주목하며 "수달을 알게 되면 수달을 지키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하천공사 크게 벌이려 해 걱정이다"라며 "서울에서도 시민들과 같이 수달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를 통해 정부의 토건 위주의 하천정책을 비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함양에서 온 귀촌인 정기용 선생(전 화성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앞으로 수달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천정책이 바뀌고 있는데, 바뀐 정책에 대한 대응 방법을 수달네트워크가 잡아가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 30여 명의 시민과학자들의 모여 수달과 우리 하천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열띤 토크와 토론을 벌이고 있는 참가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워크숍의 한 참가자로서 필자 또한 "수달의 서식처로서의 하천을 생각할 때 특히 호안공사와 준설공사가 문제다. 호안공사와 준설공사를 심하게 해버리면 수달과 같은 야생동물들이 집을 지을 수 없게 돼서 결국 그 하천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라며 "하천의 호안공사와 준설공사는 최소한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수달네트워크가 생태하천공사의 매뉴얼 같을 것을 만드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염형철 공동대표는 수달네트워크의 비전으로 "수달이 살기 좋은, 좋은 모범 사례를 만들어서 이를 상용화시키는 것과 모니터링을 더 조직해서 확대하자"라고 제안했고, 모두가 동의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이렇게 17일 일정을 마무리했고, 다음날인 18일에는 엄천강에서 수달 조사를 벌인데 이어 박쥐의 서식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뢀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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