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혐오 지적이 노동 탄압? 장혜영 "물타기 폭로가 노동자 대변"
[스팟 인터뷰] 장혜영 정의당 의원, '집게손' 논란 관련 최상목 기재부 장관 후보에 질의 예정
▲ 장혜영 정의당 의원 ⓒ 장혜영 의원실
"물타기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게 노동자를 대변하는 일." -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소위 '남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던 넥슨의 '집게손' 사태를 두고 지난 17일 늦은 오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여성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지적이 '넥슨을 향한 노동 탄압'이라는 일부 언론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발단은 지난 16일 <연합뉴스>의 "혐오몰이 아닌 고객 소통인데… 시민단체 뭇매에 업계 당혹"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관련 논란을 언급한 뒤 "주말에 출근해 밤새 문제의 영상을 검수하고, 당일까지도 대응 방안을 논의한 넥슨 직원들을 중심으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라며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시민단체가 게임사를 '표적'으로 삼아 과도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비판한다"라고 전했다.
해당 기사 안에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 2명의 의견이 인용됐는데, <국민일보>는 이를 이어 받아 같은 날 "'혐오 방치하란 거냐'… 거센 괴롭힘에 넥슨 노동자들 눈물"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앞선 <연합뉴스> 기사와 동일한 논조에 익명 관계자들의 코멘트도 똑같았다.
한 누리꾼이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기사를 근거로 장혜영 의원에게 항의하자, 장 의원은 "번지수 잘못 짚으셨다"라며 "억지 집게손 논란으로 하청 여성 직원 한 사람을 생사람 잡아 인권침해 노동권 침해하는 데 회사가 앞장선 현실은 쏙 빼놓고 언론 플레이로 회사가 적반하장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데 동조하는 것은 노동자 입장 대변하는 것과 아무 관련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물타기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게 노동자를 대변하는 일"이라며 "모든 게임업계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논란을 반드시 종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여러 언론의 취재를 통해 처음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지목된 일러스트레이터가 해당 프레임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음이 밝혀졌고, 실제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여성주의와 별다른 접점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해당 프레임을 포함해, 다른 프레임들 역시 '남성혐오' 의도가 없었음이 반복적으로 해명됐고, 오히려 넥슨이 하청업체에 일을 의뢰하는 과정과 사후 검수 과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역시 제기됐다.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페미니즘 진영을 비판했던 정치인들은 입장 변화 없이 대체로 입을 닫고 있다(관련 기사: 넥슨 사상검증에 동참한 의원들, 해명도 반성도 없다 https://omn.kr/26moa). 현재 국회 내에서 토론회까지 열며 게임업계 '사상검증'에 맞서고 있는 것은 장혜영 의원이 거의 유일하다(관련 기사: "'페미는 잘라야 한다' 협박 속출... 사상검증 넥슨이 마지막이어야" https://omn.kr/26otv). 장 의원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관련 문제를 지적할 계획이다.
아래는 18일, <오마이뉴스>가 장혜영 의원과 유선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문제 지적하는 사람들 책임으로 호도하는 건 질 나쁜 말장난"
▲ 12월 8일 오전 10시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온라인 집게손가락 억지논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 김화빈
-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사상검증이라는 주장은 억지'라며, 넥슨의 대응은 소비자들의 민원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지적이 있다.
"편파적인 소통이다. 저희 의원실에서도 파악을 해봤지만, 게이머들 중에서 남녀 격차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 이제는 남성들만큼 여성들도 게임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페미니즘 마녀 사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야 될 필요가 있는데, 지금 넥슨을 비롯한 게임 회사들이 청취하고 있는 것은 페미니즘을 혐오하고 낙인찍고 조리 돌리는 쪽의 목소리뿐이다. 어느 한쪽에만 명확한 방점을 찍고 소통을 하고 있다라는 것이 문제이다.
유저들하고 소통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하고의 소통을 제대로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넥슨은 함께 일하는 하청업체와는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방식으로 소통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생사람을 잡아서 인권을,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그래놓고 넥슨이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소통을 했다'라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 또 일각에서는 넥슨이 해당 일러스트레이터를 직접 해고한 것도 아니고, 넥슨이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신상 털기에 가담하거나 하청업체 쪽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도 아닌데, '혐오에 동조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항변도 나왔다.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께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직접 라이브 방송까지 켰다. 사실상 하청업체 직원을 '남성 혐오를 하는 페미니스트'로 매도하지 않았나? 이것은 마녀사냥에 동조한 일이 아닌가?
직접적으로 그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하기에는 전례가 있다. 넥슨은 2016년에도 김자연 성우 사건(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의 잘못된 선례를 만들지 않았나?(관련 기사: 한국 게임이 또... 넥슨은 왜 죄 없는 성우를 하차시켰나 https://omn.kr/kfwl) 넥슨은 그때를 시작으로 이번 사건까지 명확하게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심화시켜왔다. 굉장히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주체이다."
- 일각에서는 넥슨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며, 여성계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이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넥슨과 함께 일하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게 맞다.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과 이걸 통한 페미니즘 마녀 사냥의 피해를 모든 직원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피해를 조장한 것이 누구인가? 넥슨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그 피해를 조장하는 데 기여를 한 것인데, 마치 그것이 페미니스트의 탓인 것처럼 혹은 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의 탓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정말 질 나쁜 말장난이다. 책임 회피이다."
- 상당수 유저들은 넥슨이 발달장애 어린이를 위해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기부 인증'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혐오에 혐오로 맞서지 않겠다'면서 자발적으로 선행에 나서기도 했는데?
"기부 자체를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문제가 또 꼬이게 된다. 기부는 기부대로 많이 하시면 된다. 하지만, 기부도 하시고, 마녀사냥도 하지 마시면 되지 않을까? 어린이 병원에 대한 기부가 페미니즘 마녀 사냥을 정당화해 줄 수는 없다. 그 두 가지를 섞어서 혼동하면 곤란하다. 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나."
- 공교롭게도 최근에 '오조오억(5조5억)' 표현과 관련해 비슷한 논란이 재발됐다. 앞서 <이데일리>가 "오조오억은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성들을 비하할 때 쓰이는 대표적인 남혐 단어"라면서, KTX 열차 안에 비치된 'KTX 매거진'에 이 표현이 사용된 것을 문제 삼았다.
"집게손가락 문제 같은 경우, 여론 차원에서는 억지 논란이었다는 것으로 일단락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권과 기업이 아직 제대로 된 얘기들을 안 하고 있지만, 언론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들을 취재하고 특히 피해자와 하청업체가 함께 목소리를 내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를 인정을 하지 않고, 전장을 옮겨서 계속 자신들의 힘을 확인하는 방식의 다른 케이스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일으킬 수 있다'라는 것이다. 집게손가락 논쟁에서 밀리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오조오억'을 포함해 자신들이 규정한 '밈'을 가지고 새로운 싸움을 하려는 것이다."
- 공신력을 갖고 있는 정치권에서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가 업계 전반의 시그널이 될 수 있을 텐데,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맞다. 그런 목소리들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리 우리가 페미니즘을 건너뛰고 기후위기로 가고 싶고, 페미니즘을 건너뛰고 노동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계속 이렇게 돌아오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논란이 반복되면 이 이상의 논의가 어려워진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 건을 다루려고 하는 것 역시, 책임 있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입장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결국에는 '억지 논란을 만들어봐야 조금도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사회적 경험이 있어야 근절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예를 들면 정치인 아니면 기업에서 책임 있는 입장과 방침이 나와야 한다. 오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걸 촉구하려고 한다."
장혜영, 최상목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문제 지적할 예정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장혜영 의원은 앞서 밝힌 것처럼 최상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관련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창작자 등 예술인이 권리침해를 받았을 때, 관련법('예술인 권리 보장법')에 따라 구제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또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근로법 제도('근로기준법') 체계를 통해서 구제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라고 서면 답변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그의 답변이 "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안이한 답변"이라고 꼬집었다. 장혜영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게임업계에서 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진정 및 사업주의 부족한 조치와 관련한 진정 건수는 지난 5년 동안 한 건도 없었"고, 우원식 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게 받은 자료에도 "2021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 4만6000건 중 게임업계 근로감독은 단 1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장 의원실은 반면 "청년유니온이 게임업계 종사자들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사상검증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면서 "업계 내 사이버불링 발생 시 회사가 오히려 노동자에게 불이익조치를 취하거나 방치한 경우가 91.3%에 달했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장혜영 의원은 해당 보도자료를 통해 "'집게손가락 색출 사태'는 노동권·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여성을 콘텐츠 소비와 생산의 주체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라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문화콘텐츠 산업을 장려하려고 한다면 이 문제는 회피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최상목 후보자의 입장을 재차 물을 계획"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