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량: 죽음의 바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 상업영화계에 있어 가장 기념비적인 성과를 낸 시리즈를 뽑자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영화는 역대 한국영화 관객 수 1위를 기록한 <명량>의 대성공 이후 <한산: 용의 출현> 역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자리매김 했다. 무엇보다 구국의 영웅, 충무공 이순신의 얼과 기백을 스크린에 재현해내며 국민영화로 이름을 높였다.
그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는 매 작품마다 다른 이순신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하는 영화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명량>에서 최민식이 훌륭한 전투력과 통솔력을 지닌 용장을, <한산: 용의 출현>에서 박해일이 지혜가 있는 지장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노량: 죽음의 바다>의 김윤석은 현명하고 어진 현장, 이순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작품의 외적 테마가 가장 처절하고 치열했던 노량해전이라면 내적인 테마는 죽음과 고통 속에서 끝까지 현명했던 장수 이순신이다.
이순신 프로젝트가 이룬 세 가지 쾌거
▲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친 심신으로 인해 나약해질 수 있는 순간에도 이순신은 끝까지 적을 의심하고 고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현장의 모습을 갖춘다. 힘들 때면 <난중일기>를 읽으며 위안을 받는다는 이순신 찐팬 김한민 감독은 그 애정을 담아 명량, 한산,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를 선보였다. 블록버스터의 웅장함과 폭발력 속에 영웅의 존재감이 파묻히지 않기 위해 개인을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강한 애정은 약 100여 분에 달하는 노량해전을 통해 절정에 이른다. 이 노량해전은 3부작 시리즈의 클라이맥스에 어울리는 하이라이트이자 극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김한민 감독의 애정과 욕심이 동시에 담긴 지점이다. 규모에 있어서는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힘든 대규모 해전이 단연 압권이다. 잔잔한 수면에 태풍과도 같은 진동과 혼란을 일으키며 가장 평화와 가깝다 여겼던 시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던 참혹한 전장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액션과 함께 부차적인 서사를 전개하며 적절한 리듬감을 형성하는 공식 대신 오직 해전에만 집중하며 그 순간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을 주고자 한다. 강한 자극이 반복되면서 다소 무뎌질 수 있는 감각의 한계는 다양한 장면적인 구성을 통해 극복을 시도한다. 조선과 왜의 해전을 시작으로 거북선의 등장, 진린과 등자룡의 명군 참전, 백병전까지 담아낸다. 여기에 역사란 스포를 모른다면 언제 전장을 향할지 모르는 고니시의 존재가 서스펜스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명군-조선군-왜군-이순신으로 시점이 이동하는 원테이크 장면은 기술적인 기교와 반전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아낸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군의 입장이 되어 오직 생존을 위해 혈투를 펼치는 그 순간에 몰입해 전쟁의 무서움과 잔인함을 체감하게 만든다. 김한민을 충무로에서 손꼽는 상업영화 감독으로 만들어준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거칠고 역동적인 액션이 감정까지 담아내니 화룡점정에 다다른 인상을 준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가 보여준 해전은 찬사가 아깝지 않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관객 입장에서 느껴지는 피로와 둔해지는 자극에 대한 반응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여기에 기존에 조선과 왜의 관계로 전개되던 서사에 명나라가 투입되면서 이뤄진 복잡한 관계성과 관련된 드라마를 최소화 하면서 해전 이전까지 다소 느슨한 전개가 펼쳐진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프로젝트가 이룬 쾌거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국내 영화시장에서도 시리즈물 기획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입증. 두 번째, 한 시리즈에서 한 배역의 일대기를 다양한 배우들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보여준 표현. 세 번째, 이순신이란 영웅의 프랜차이즈화 성공이다.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낸 이 작품이 계절감을 이겨내고 극장가에 봄바람을 일으킨 <서울의 봄>의 열풍을 바톤터치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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