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끝까지"... 진정제 삼킨 바리캉 사건 피해자 3시간 증언
법원, 피해자 증인신문 진행... "가해자 쪽, 혐의 부인하며 부적절 질문"
▲ 19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서 열린 '바리캉 폭행 사건' 3차 공판이 끝나고 법원 앞에서 만난 피해자 아버지가 이날 증인신문을 지켜보며 휴대폰에 남긴 메모를 보여주고 있다. ⓒ 복건우
"소중한 딸아이를 사지로 내모는 느낌이 든다. 차가운 날씨 차가운 세상에 벌거벗긴 채 내놓은 느낌이다."
감금 상태에서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리고 성폭행 등을 당한 이른바 '바리캉 사건'의 피해자가 처음 법정에 선 날, 피해자 아버지는 딸의 증언을 지켜보며 휴대폰에 이러한 메모를 남겼다.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피고인(가해자) 쪽 질문에 결국 쓰러지고 말았지만 진정제를 삼키며 3시간 가까이 증언을 이어갔다.
B씨 쪽 법률대리인 조윤희 변호사는 이날 증인신문 전 "피해자 가족들이 피해자에게 힘을 주기 위해 (법정에) 나와 있다"며 "이번 재판을 비공개에서 공개로 진행하기로 변경했고 피해자의 의사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가 피고인과 접촉하지 않도록 증인신문 동안 피고인을 퇴정 조치했다. 또 "(언론 보도로) 증인신문 과정이 왜곡될 수 있고 피해자의 사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취재진에게도 퇴정을 요청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피해자의 가족과 친척, 담당 수사관, 피해자지원단체 등 20여 명이 자리했다.
피해자 건강 고려해 다음 기일로 증인신문 연장
▲ 19일 '바리캉 폭행 사건' 3차 공판이 진행된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301호 형사법정 ⓒ 복건우
이날 증인신문은 두 차례 휴정을 포함해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긴 시간 증언을 이어가던 B씨는 결국 쓰러져 증인지원실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날 신문을 마칠 예정이던 재판부는 피해자의 건강 악화를 고려해 다음 기일까지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B씨 부모님은 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날 법정에서 오간 말들을 전했다. 피해자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한 B씨 아버지는 "피고인 쪽 변호인단이 엉뚱한 질문으로 딸아이를 반복적으로 괴롭혔다"며 "(피해 발생) 닷새간 있었던 일을 머릿속으로 다 정리해서 얘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없는 사실들을 끌어와 (딸 증언의) 신빙성을 깨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고인 쪽에서 강간 혐의를 부정하기 위해 '피해자가 좋아서 하지 않았냐'는 식의 부적절한 질문들을 너무 많이 했다"며 "딸아이를 이렇게 법정에 세워놓고 다음에 한 번 더 재판을 해야 한다니 정말 가슴이 미어지고 죽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B씨 어머니는 "딸아이가 재판 도중 (진정하기 위해) 약을 먹으려고 일어나다가 자기도 모르게 쓰러졌는데도 증인신문을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피고인 쪽에서) 증거도 없으면서 허점이 보이면 물고 늘어지는 듯한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니 (이를 보는 부모 입장에서) 답답했다"고 했다.
A씨는 지난 7월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여자친구 B씨를 경기 구리시 한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바리캉으로 B씨의 머리를 밀고 얼굴에 소변을 누거나 침을 뱉는 등 가혹 행위도 저질렀다. 지난 8월 4일 구속 기소된 A씨의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6개월)은 내년 2월 3일까지로, 그 전에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A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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