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차 시동 뒤 세는 3초가 이 생명을 살립니다
영하 15도 혹한 속 길냥이들이 가는 곳... 겨울철 길고양이 돌봄 위한 몇 가지 지침
지난해인 2022년 2월 18일 새벽 2시경, 고양이 '헬씨'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헬씨는 내가 근 1년 정도 돌보던 길고양이였다. 이사를 오면서 더 이상 돌봄을 지속할 수 없어, 고민 끝에 입양하기로 했다.
작은 체구 탓에 어린 줄만 알았던 헬씨는 동물병원에서 알고 보니 태어난 지 십 년도 훌쩍 넘는 노묘였다. 길에서 태어나 십 년을 넘게 거리에서 지내던 헬씨는 이후 20평도 안 되는 '인간 동물'이 사는 집, 즉 우리 집에서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헬씨를 만난 이후 도시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졌다. 갑자기 확 움직이는 자동차는 고양이를 위협하는 천적 기계(?)로 보였고, 작은 골목이나 후미진 곳을 가면 고양이가 있진 않은지 한 번 더 쳐다보게 됐다.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동물, 길에서 사는 고양이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 요새는 고양이 생각부터 난다. 함께 지냈던 고양이 헬씨 때문일 테다. 고양이는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면 더 마음이 가는 동물이다. 특히 아내 인영이는 추운 날씨에 외출할 때면 "(이 추위에) 고양이는 어떻게 사냐"라며 걱정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필자는 방어기제 때문인지 "고양이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따뜻한 곳에서 잘 쉬고 있을 거야"라고 대답한다.
지금 사는 곳에서 약 1년 간 거주하다 보니 아파트 단지 내 '고양이 돌봄존'을 발견하게 됐다. 외부 주차장이나 산책로 일부에 돌봄존이 있었다. 보통 이곳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고 밥과 물이 놓여 있다.
집 근처에는 스티로폼이나 두꺼운 비닐로 바람을 막아서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마련한 고양이 돌봄존도 있다. 이 장소는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출산한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임시 거처로 사용되는 것 같다. 출산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다른 계절에 두 번이나 목격했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유 없이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사료그릇 등 고양이를 위한 세심한 배려의 손길을 발견할 때마다 추운 겨울이 따뜻하게만 느껴진다(관련 기사: 아세요? 길에서 만난 '아깽이'가 성묘될 확률 https://omn.kr/26pzl )
헬씨를 데려오기 전까지 약 1년 간 매일 길고양이를 돌봤기 때문에, 나 또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안다. 길고양이 돌봄은 단지 먹이를 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도 조절해야 하고, 가끔 아픈 고양이는 영양제나 약을 섞어서 먹이기도 해야 한다. 아파트 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는 분을 한 번도 마주치진 못했지만, 늘 고마운 마음이다.
귀여운 고양이를 보면 손에 쥔 과자를 내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그러나 길고양이에게 급여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1. 사료나 간식 급여 후 주변 정리를 해주세요
사료나 간식을 준다면 주변을 잘 정리해야 한다. 우리는 길고양이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주변 이웃과도 얼굴 붉히지 않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간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면서 고양이 급식소에 캔이 따진 채 그대로 놓여 있거나, 주변이 츄르 비닐 쓰레기로 어지럽혀진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이런 건 벌레가 생기는 여름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사람이 드나들기 어려운 곳에만 있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위해 사료를 아예 비닐봉지에 담아 던져서 급여하는 사례도 봤는데, 이는 주변 환경을 어지럽히므로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지양하는 게 좋다.
#2. 먹이 주는 애정만큼 TNR도 부탁해요
정기적으로 사료와 간식을 급여한다면 개체수 조절(TNR : 길짐승을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한 다음 방사(Return)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많아진 데다가 고단백, 고칼로리의 사료를 급여하면서 길고양이의 번식 횟수가 증가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죽는 고양이도 많다는 의미다. 보통 한 번에 네 마리에서 여섯 마리를 출산하는데 그중 1년을 넘기는 고양이는 한 마리 정도다.
무작정 급여만 하는 것은 임신묘뿐만 아니라 죽는 새끼 고양이의 고통을 양산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고양이 생태학자 야마네 아키히로는 7년 간 현장조사로 <고양이 생태의 비밀>이라는 책을 썼다.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마리의 고양이가 살처분되는데, 저자는 길고양이에게 과도하게 먹이 주는 행위가 이런 비극을 초래한다고 단정 짓는다. 물론 국내에서 고양이 살처분과 같은 비극은 벌어지지 않지만 고양이 번식 횟수가 늘어난다는 점은 유사한 상황이다.
역설적이게도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먹이만 주는 행위는 지양해야만 한다. 또한 개별적으로 길고양이를 돌보기보다는 지역 내 고양이 돌봄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급여, TNR과 개체 수 관리 등을 해야만 한다. TNR 과정과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3. 함부로 '냥줍'하지 말고 어미 고양이를 기다려주세요
새끼 고양이가 혼자 남겨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함부로 손을 대거나 '냥줍'을 해서는 안된다. 어미 고양이가 잠깐 먹이를 구하러 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먹이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루 정도의 시간을 두고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건 아닌지, 지켜보고 확인한 후에 도움을 줘야 한다.
#4. 겨울철에는 자동차 시동을 켠 후에 잠시 기다렸다가 출발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겨울철에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헬씨와 같이 살 때 계절별로 헬씨가 주로 머무는 자리가 달랐다. 안방 의자 밑에 고양이전용 침대와 담요를 마련해주었는데 겨울이면 그곳에서 잠을 쿨쿨 잤다.
길고양이도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장소를 찾는다. 다른 계절보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빈도가 낮아진다. 먹이를 구하는 시간 말고는 대부분 쉬고 잠을 자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케어테이커(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를 뜻함)들이 마련한 겨울집이나 고양이만 아는 안전한 장소에서 쉬면 좋으련만. 어찌나 똑똑한지 길고양이는 더 따뜻한 장소를 찾아내고야 만다. 따뜻하게 데워진 자동차 앞부분이나 엔진룸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시동 전에 자동차 덮개를 '똑똑똑' 두드리거나, 자동차 시동을 켠 후 잠시 기다렸다가 출발해 주길 바란다.
모두가 반드시 길고양이를 돌보고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다만 누군가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는 고양이 급식소를, 단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무단으로 훼손하거나 없애는 행위는 없었으면 한다. 반대로 과도하게 먹이만을 주는 행위로 고양이가 무한정 번식하고, 그래서 또 다른 고양이들이 고통을 겪는 일도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하 15도의 혹한, 한파의 찬 바람이 신발을 뚫고 들어오는 날씨다. 똑똑한 고양이들이겠지만 맨발로 눈 쌓인 길과 빙판을 걸어갈 고양이들을 생각하니 인간은 걱정이 먼저 든다. 모쪼록 인간들의 작은 배려 한 움큼으로 인해, 길고양이들이 조금 더 따뜻하게 겨울을 버텨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체구 탓에 어린 줄만 알았던 헬씨는 동물병원에서 알고 보니 태어난 지 십 년도 훌쩍 넘는 노묘였다. 길에서 태어나 십 년을 넘게 거리에서 지내던 헬씨는 이후 20평도 안 되는 '인간 동물'이 사는 집, 즉 우리 집에서 노환으로 생을 마감했다.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동물, 길에서 사는 고양이
▲ 아파트단지 뒷편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모습. ⓒ 이현우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 요새는 고양이 생각부터 난다. 함께 지냈던 고양이 헬씨 때문일 테다. 고양이는 날이 추워지는 겨울이면 더 마음이 가는 동물이다. 특히 아내 인영이는 추운 날씨에 외출할 때면 "(이 추위에) 고양이는 어떻게 사냐"라며 걱정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필자는 방어기제 때문인지 "고양이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따뜻한 곳에서 잘 쉬고 있을 거야"라고 대답한다.
지금 사는 곳에서 약 1년 간 거주하다 보니 아파트 단지 내 '고양이 돌봄존'을 발견하게 됐다. 외부 주차장이나 산책로 일부에 돌봄존이 있었다. 보통 이곳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고 밥과 물이 놓여 있다.
집 근처에는 스티로폼이나 두꺼운 비닐로 바람을 막아서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마련한 고양이 돌봄존도 있다. 이 장소는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출산한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임시 거처로 사용되는 것 같다. 출산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다른 계절에 두 번이나 목격했다.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유 없이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사료그릇 등 고양이를 위한 세심한 배려의 손길을 발견할 때마다 추운 겨울이 따뜻하게만 느껴진다(관련 기사: 아세요? 길에서 만난 '아깽이'가 성묘될 확률 https://omn.kr/26pzl )
▲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발견한 길고양이 모습. 고양이가 우리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있다. ⓒ 이현우
헬씨를 데려오기 전까지 약 1년 간 매일 길고양이를 돌봤기 때문에, 나 또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인지 안다. 길고양이 돌봄은 단지 먹이를 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도 조절해야 하고, 가끔 아픈 고양이는 영양제나 약을 섞어서 먹이기도 해야 한다. 아파트 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는 분을 한 번도 마주치진 못했지만, 늘 고마운 마음이다.
귀여운 고양이를 보면 손에 쥔 과자를 내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그러나 길고양이에게 급여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1. 사료나 간식 급여 후 주변 정리를 해주세요
사료나 간식을 준다면 주변을 잘 정리해야 한다. 우리는 길고양이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지만 주변 이웃과도 얼굴 붉히지 않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간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면서 고양이 급식소에 캔이 따진 채 그대로 놓여 있거나, 주변이 츄르 비닐 쓰레기로 어지럽혀진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이런 건 벌레가 생기는 여름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사람이 드나들기 어려운 곳에만 있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위해 사료를 아예 비닐봉지에 담아 던져서 급여하는 사례도 봤는데, 이는 주변 환경을 어지럽히므로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지양하는 게 좋다.
#2. 먹이 주는 애정만큼 TNR도 부탁해요
▲ 사료나 간식을 준다면 주변을 잘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동물이 피해를 볼 수 있다. ⓒ 이현우
정기적으로 사료와 간식을 급여한다면 개체수 조절(TNR : 길짐승을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한 다음 방사(Return)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많아진 데다가 고단백, 고칼로리의 사료를 급여하면서 길고양이의 번식 횟수가 증가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죽는 고양이도 많다는 의미다. 보통 한 번에 네 마리에서 여섯 마리를 출산하는데 그중 1년을 넘기는 고양이는 한 마리 정도다.
무작정 급여만 하는 것은 임신묘뿐만 아니라 죽는 새끼 고양이의 고통을 양산하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고양이 생태학자 야마네 아키히로는 7년 간 현장조사로 <고양이 생태의 비밀>이라는 책을 썼다.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마리의 고양이가 살처분되는데, 저자는 길고양이에게 과도하게 먹이 주는 행위가 이런 비극을 초래한다고 단정 짓는다. 물론 국내에서 고양이 살처분과 같은 비극은 벌어지지 않지만 고양이 번식 횟수가 늘어난다는 점은 유사한 상황이다.
역설적이게도 고양이를 사랑한다면 먹이만 주는 행위는 지양해야만 한다. 또한 개별적으로 길고양이를 돌보기보다는 지역 내 고양이 돌봄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급여, TNR과 개체 수 관리 등을 해야만 한다. TNR 과정과 비용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3. 함부로 '냥줍'하지 말고 어미 고양이를 기다려주세요
새끼 고양이가 혼자 남겨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함부로 손을 대거나 '냥줍'을 해서는 안된다. 어미 고양이가 잠깐 먹이를 구하러 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먹이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루 정도의 시간을 두고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건 아닌지, 지켜보고 확인한 후에 도움을 줘야 한다.
#4. 겨울철에는 자동차 시동을 켠 후에 잠시 기다렸다가 출발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겨울철에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헬씨와 같이 살 때 계절별로 헬씨가 주로 머무는 자리가 달랐다. 안방 의자 밑에 고양이전용 침대와 담요를 마련해주었는데 겨울이면 그곳에서 잠을 쿨쿨 잤다.
길고양이도 날이 추워지면 따뜻한 장소를 찾는다. 다른 계절보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빈도가 낮아진다. 먹이를 구하는 시간 말고는 대부분 쉬고 잠을 자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 고양이를 돌본다는 것(자료사진). ⓒ 픽사베이
케어테이커(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를 뜻함)들이 마련한 겨울집이나 고양이만 아는 안전한 장소에서 쉬면 좋으련만. 어찌나 똑똑한지 길고양이는 더 따뜻한 장소를 찾아내고야 만다. 따뜻하게 데워진 자동차 앞부분이나 엔진룸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시동 전에 자동차 덮개를 '똑똑똑' 두드리거나, 자동차 시동을 켠 후 잠시 기다렸다가 출발해 주길 바란다.
모두가 반드시 길고양이를 돌보고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다만 누군가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는 고양이 급식소를, 단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무단으로 훼손하거나 없애는 행위는 없었으면 한다. 반대로 과도하게 먹이만을 주는 행위로 고양이가 무한정 번식하고, 그래서 또 다른 고양이들이 고통을 겪는 일도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하 15도의 혹한, 한파의 찬 바람이 신발을 뚫고 들어오는 날씨다. 똑똑한 고양이들이겠지만 맨발로 눈 쌓인 길과 빙판을 걸어갈 고양이들을 생각하니 인간은 걱정이 먼저 든다. 모쪼록 인간들의 작은 배려 한 움큼으로 인해, 길고양이들이 조금 더 따뜻하게 겨울을 버텨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rulerstic)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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