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과 페트병 넣으면 현금으로, 쓰레기가 돈이 되네요
'쓰레기도 돈이고 재활용도 놀이'라니... 이렇게 또 하나 배웠습니다
나는 매주 1회 서울 광진구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에서 일본어를 가르친다. 프리랜서 강사라 일터가 바뀌는 편이지만 여기는 9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청소년 위주의 수업이 많지만 몇몇 강좌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그중 하나가 내가 맡고 있는 초급과 중급 일본어회화 강좌이고, 이 분들과 연이 닿아 감사하게도 수요일마다 활기찬 모습을 마주한다.
지난주 수요일 아침, 수강생분들을 기다리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새 눈이 내려 그런지 4층 강의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렀다. 온 세상은 하얗게 바뀌었고 그 사이를 차가운 겨울 공기가 메우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파란색 트럭이 눈에 띄었다. 순간 거기에 쓰여진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시 태어나러 가는 중."
태어나러 간다? 그러면 산부인과인데 '다시'가 붙었으니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 잠시 딴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기엔 트럭이 너무 푸르고, 글자체 역시 적잖이 고딕이다. 자세히 보니 트럭 왼쪽 위에 '캔/페트'라 쓰여 있었다. 아하, 재활용이구나. 그래서 페트병과 캔들이 밝은 미소를 띠고 있구나. 자신의 재탄생이 무척이나 기분 좋은가 보다.
트럭 앞 쪽에 쓰인 문구, 알고보니 재활용 전문 기업
저 녀석들이 어떻게 모인 건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을 통해 수익화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순환자원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상을 이롭게 바꿀 재활용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수퍼빈'이라는 기업이었다. 각 지역에 네프론이라는 AI로봇(폐기물 수거 기계)을 설치해 사람들이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재활용 가능한 것은 먹고 안 되는 것은 도로 내뱉는단다.
그 작은 단위의 네프론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신장이 몸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것처럼 네프론이라는 로봇(기계)이 지구의 불순물을 걸러낸다는 의미로 지은 것이라 한다. 설명에 따르면, 이는 전국에 840여 대가 있고 그중 서울에 140여 대가 있다. 수퍼빈 사이트에 들어가면 위치 검색도 가능해 각자 집이나 일터에서 가까운 곳도 찾을 수 있다.
얼마 전부터 내가 일하는 건물 1층 입구에 좀 고급져 보이는 자판기가 새로 생겼다 했더니, 바로 그게 이 네프론이었던 거다. 시도해보고 싶었다. 수업이 끝난 뒤, 내가 갖고 있는 생수병을 네프론에 넣어볼 생각에 한껏 부풀었다.
그 사이 수강생분들이 들어오셨다. 네프론에 대해 묻자 이 분들도 잘 모른다고 답한다. 찾아본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다음주에 사용법과 포인트적립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어느새 "오하요 고자이마스(안녕하세요)"란 힘찬 인사말로 시작한 수업이 "오츠카레사마데시타(수고하셨습니다)"라는 알찬 표현으로 마무리됐다.
드디어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시간이 되었다.
딴 데선 쓰레기지만 여기선 10원이 나옵니다
기계를 보니 왼쪽은 캔, 오른쪽은 페트병 전용이다. 단 원칙이 있단다. 반드시 깨끗한 페트병일 것, 색깔 있는 페트병은 안 됨, 투입개수를 초과해도 포인트 적립은 하루 30개까지만 가능함. 개당 10원이라는 현금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은근히 기준이 까다로운 친구다.
수퍼빈 앱을 깔아야 한다고 했으나, 일단 휴대폰번호만 입력해도 포인트적립이 가능했다. 내가 빈 페트병을 넣으니 안에서 압축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페트병 아래쪽 궁둥이부터 넣으라고 들었으나 깜빡 잊고 나는 마개부터 넣었다. 그래도 알아서 처리해 주는 걸 보니 참 똑똑한 녀석이다. 마침 내 앞에 계신 분이 캔을 넣고 계셔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사진을 찍었다. 캔 역시 10초 정도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화면에 뜬 적립금, '10원'! 언제부턴가 10원이라는 돈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늘상 듣는 큰 단위의 금액에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난 '티끌 모아 태산' 이란 말을 믿는다. 10원이 모여 100원이 되고 1000원이 되고 그 이상의 가치가 되는 돈의 구조를 말이다.
다 쓴 페트병과 캔을 하나씩 넣으며 현금이 적립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기쁨을 어른들도 아이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에겐 적은 금액이지만 재활용품의 선순환 과정과 경제교육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다 쓰고 버려진 캔이나 페트병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 된다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다른 재활용들처럼, 이것들은 나중에 생활에 필요한 옷이 되고 가방이 되고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환자원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상을 이롭게 바꿀 재활용 문화를 만드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아침에 봤던 트럭이 다시 나타났다. 아마 하루에 두 번 오나 보다. 다시 자세히 보니밝고 안정적인 푸른색 바탕에, 수퍼빈이란 회사 로고가 쓰여있는 게 이제사 눈에 들어왔다. 트럭 뒤쪽에는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참신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쓰레기도 돈이고 재활용도 놀이다.'
이 말이 재미있어서 혼자서 몇 번을 곱씹어보았다. 나는 이렇게 또 세상을 알아가고 배워간다.
지난주 수요일 아침, 수강생분들을 기다리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새 눈이 내려 그런지 4층 강의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렀다. 온 세상은 하얗게 바뀌었고 그 사이를 차가운 겨울 공기가 메우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봤더니 파란색 트럭이 눈에 띄었다. 순간 거기에 쓰여진 문구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트럭네프론에 모인 페트병과 캔을 수거해 가져가는 트럭을 사진에 담았다. ⓒ 백현숙
태어나러 간다? 그러면 산부인과인데 '다시'가 붙었으니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 잠시 딴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기엔 트럭이 너무 푸르고, 글자체 역시 적잖이 고딕이다. 자세히 보니 트럭 왼쪽 위에 '캔/페트'라 쓰여 있었다. 아하, 재활용이구나. 그래서 페트병과 캔들이 밝은 미소를 띠고 있구나. 자신의 재탄생이 무척이나 기분 좋은가 보다.
트럭 앞 쪽에 쓰인 문구, 알고보니 재활용 전문 기업
저 녀석들이 어떻게 모인 건지 궁금해 검색해 보니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들을 통해 수익화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순환자원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상을 이롭게 바꿀 재활용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수퍼빈'이라는 기업이었다. 각 지역에 네프론이라는 AI로봇(폐기물 수거 기계)을 설치해 사람들이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재활용 가능한 것은 먹고 안 되는 것은 도로 내뱉는단다.
그 작은 단위의 네프론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신장이 몸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것처럼 네프론이라는 로봇(기계)이 지구의 불순물을 걸러낸다는 의미로 지은 것이라 한다. 설명에 따르면, 이는 전국에 840여 대가 있고 그중 서울에 140여 대가 있다. 수퍼빈 사이트에 들어가면 위치 검색도 가능해 각자 집이나 일터에서 가까운 곳도 찾을 수 있다.
얼마 전부터 내가 일하는 건물 1층 입구에 좀 고급져 보이는 자판기가 새로 생겼다 했더니, 바로 그게 이 네프론이었던 거다. 시도해보고 싶었다. 수업이 끝난 뒤, 내가 갖고 있는 생수병을 네프론에 넣어볼 생각에 한껏 부풀었다.
그 사이 수강생분들이 들어오셨다. 네프론에 대해 묻자 이 분들도 잘 모른다고 답한다. 찾아본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다음주에 사용법과 포인트적립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어느새 "오하요 고자이마스(안녕하세요)"란 힘찬 인사말로 시작한 수업이 "오츠카레사마데시타(수고하셨습니다)"라는 알찬 표현으로 마무리됐다.
드디어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시간이 되었다.
딴 데선 쓰레기지만 여기선 10원이 나옵니다
▲ 재활용품 수거 로봇 네프론다 쓴 페트병과 캔을 넣어 수거 전단계로 처리하는 네프론이라는 인공지능로봇 사진이다. ⓒ 백현숙
기계를 보니 왼쪽은 캔, 오른쪽은 페트병 전용이다. 단 원칙이 있단다. 반드시 깨끗한 페트병일 것, 색깔 있는 페트병은 안 됨, 투입개수를 초과해도 포인트 적립은 하루 30개까지만 가능함. 개당 10원이라는 현금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은근히 기준이 까다로운 친구다.
▲ 재활용품을 넣는 모습실제로 페트병과 캔을 넣고 압축되는 과정을 찍은 사진이다. ⓒ 백현숙
수퍼빈 앱을 깔아야 한다고 했으나, 일단 휴대폰번호만 입력해도 포인트적립이 가능했다. 내가 빈 페트병을 넣으니 안에서 압축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페트병 아래쪽 궁둥이부터 넣으라고 들었으나 깜빡 잊고 나는 마개부터 넣었다. 그래도 알아서 처리해 주는 걸 보니 참 똑똑한 녀석이다. 마침 내 앞에 계신 분이 캔을 넣고 계셔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사진을 찍었다. 캔 역시 10초 정도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화면에 뜬 적립금, '10원'! 언제부턴가 10원이라는 돈은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늘상 듣는 큰 단위의 금액에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난 '티끌 모아 태산' 이란 말을 믿는다. 10원이 모여 100원이 되고 1000원이 되고 그 이상의 가치가 되는 돈의 구조를 말이다.
다 쓴 페트병과 캔을 하나씩 넣으며 현금이 적립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기쁨을 어른들도 아이들도 느꼈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에겐 적은 금액이지만 재활용품의 선순환 과정과 경제교육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다 쓰고 버려진 캔이나 페트병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이 된다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다른 재활용들처럼, 이것들은 나중에 생활에 필요한 옷이 되고 가방이 되고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순환자원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상을 이롭게 바꿀 재활용 문화를 만드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으려니, 아침에 봤던 트럭이 다시 나타났다. 아마 하루에 두 번 오나 보다. 다시 자세히 보니밝고 안정적인 푸른색 바탕에, 수퍼빈이란 회사 로고가 쓰여있는 게 이제사 눈에 들어왔다. 트럭 뒤쪽에는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참신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쓰레기도 돈이고 재활용도 놀이다.'
이 말이 재미있어서 혼자서 몇 번을 곱씹어보았다. 나는 이렇게 또 세상을 알아가고 배워간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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