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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의 기분 좋은 변신

시민 위한 좋은 정책 더 많아지기를

등록|2023.12.28 09:39 수정|2023.12.28 11:41

▲ 추운 겨울, 따스함을 전해주는 고마운 존재 '온열의자' ⓒ 신재호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다. 기존에 했던 업무가 주로 사무실 안에서 행정을 했다면 이번엔 출장이 많았다. 더구나 출장지가 교통혼잡으로 악몽 높은 강남이었다. 교통도 교통인데 주차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주로 회사 차로 이동을 했다가 몇 번 교통지옥을 겪고는 아예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날이 선선한 가을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고, 내려서는 도보로 10여 분 이내의 거리에 있었기에 운동도 할 겸 걸어 다녔다. 평소에 만 보 넘기가 쉽지 않았는데, 만 오천 보, 때론 이만 보도 훌쩍 넘었다.

문제는 날이 점점 추워진 겨울부터 시작되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특히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몹시 고통스럽기 짝이 없었다. 얼어붙은 손에 연신 '호호' 입김을 불어 넣으며 종종걸음으로 정거장 사이를 왔다 갔다가 했다. 대기 시간이 남아서 의자에 앉았는데 조금 있으니 바지 안으로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손을 그 사이로 넣어 녹이며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 자그마한 온기가 뭐라고 잠시나마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스마트 정류장 핸드폰 충전기스마트 정류장에 핸드폰 충전기가 있어 버스를 기다리며 충전도 할 수 있다. ⓒ 신재호


'온열의자', '스마트 정류장', '스마트쉘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의자 이름은 '온열의자'로 서울시에서 시민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였다. 이미 2020년부터 시범 시행을 했고, 지난해 설치율이 51.9%에서 올해는 81.35%로 대폭 늘렸다고 했다. 관내 시내버스 정류소 4220개 승차대 중 3433개에 이르는 수치였다.

사람이 편한 건 잘 몰라도 불편한 건 금세 알듯이 온열의자가 없는 곳에 있게 되니 추위가 더 춥게 다가왔다. 그때부터 정류장 의자에 '온열'이라는 이름이 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대체로 보니 사람이 많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작은 정류장에는 없는 곳이 꽤 있었다. 이번엔 그런 공간에도 배려가 있길 바라본다.

최근 비단 '온열의자' 뿐 아니라 스마트 정류장이라고 해서 부스 형태로 내부에는 CCTV와 비상벨, 버스노선 안내가 되어 있어 노선표를 자세히 알 수 있다. 내가 탈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할지 알려 주는 것은 기본이고,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알려 준다. 실내 천장에는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어 있으며, 미세먼지 정보 제공 시스템도 갖추었다. 여름에는 시원한 에어컨과 겨울에는 아랫목처럼 따뜻한 의자를 제공하여,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잠시라도 더위를 식히고, 추위를 피하게 해준다.

나 역시 몇 군데 설치된 곳이 있어서 이용해 보았더니 정말 편하고 좋았다. 공간 안에서 추위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연 정보도 볼 수 있고, 핸드폰만 놓으면 충전되는 시스템까지 갖춰있었다. 편하게 앉아 있다가 CCTV로 버스가 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타면 되었다.

그런데 요즘 더 나아가 '스마트쉘터'라고 기존의 버스정류장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 버스 정차 후 내리는 곳과 타는 곳에 딱 맞추어 스크린 도어가 열린다. 벌써 홍대입구역, 합정역 등 10곳에 설치되었다. 특히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날 외부에 있을 필요 없이 쉘터란 공간 안에 있다가 버스를 타고 내리면 된다.

대중교통을 가장 많이 타는 서민들을 위해 이런 좋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니 감사한 일이면서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힘을 얻어 계속 추진하고 그 혜택이 오롯이 서민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정류장스마트 정류장 안에서 추위도 피하고 편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다. ⓒ 신재호


시민 위한 더 좋은 정책 많이 나오길 

정당과 정파를 떠나 잘 된 정책은 원 없이 칭찬해 주고 싶다. 흔하게 '국민', '서민'을 위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몸소 겪으며 엄청 대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정책 하나가 주는 힘을 제대로 느꼈다.

그러면서 정치에 일도 관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다가오는 총선에는 공약집도 꼼꼼히 살펴보면서 실질적으로 서민 삶에 도움 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몹시 추운 요즘, 그래도 '온열의자' 덕분에 잠시나마 따스함을 몸뿐 아니라 마음 안에도 한 움큼 간직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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