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않는 CD 사는데 수백만 원, 왜 이러냐면요
[기획] 2023년 K팝 실물 음반 1억1600만 장 판매... "팬들의 경쟁의식 영향도"
2023년 K팝 앨범 판매량이 1억 장을 돌파했다.
음원 및 음반 판매량 집계 플랫폼 써클차트가 지난해 12월 26일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K팝 실물 음반 1위부터 400위까지 합산한 2023년 50주 차 기준 누적 판매량은 총 1억 1600만 장이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8000만 장과 비교해도 45% 증가한 수치이자, 한국 음반 역사상 최고치다.
높은 판매량을 이끄는 이들은 대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남자 그룹이다. 세븐틴이 가장 많은 1600만 장을 판매했다. 이 중에서도 420만 장은 올해 새로 발매한 신보 음반이 아니라, 지난해 또는 그 이전에 발표한 구보라는 점도 놀라운 부분이다. 2위 스트레이키즈가 1087만 장,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643만 장으로 뒤를 이었다.
100만 장을 팔아치운 밀리언셀러도 26팀이나 된다. 이는 전년도 21팀보다 5팀이 증가한 것이다. 또한 단일 앨범 기준으로도 1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앨범은 총 33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장보다 15장이 증가했다. 바야흐로 K팝 르네상스의 시대다. 아무도 음악을 CD로 듣지 않는 시대에 왜 K팝의 실물 음반 시장은 확대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K팝 시장의 변화에 기인한다. 올해 11월까지 관세청 데이터 기준, 전 세계 4위 규모의 음악 시장인 독일이 K팝의 주요 수출 대상국 5위(지난해 8위)로 부상했다. 또한 음악시장 규모 10위권 안에 드는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나라들도 기존 아시아 국가를 제치고 수출 대상국 10위권 내로 진입했다. K팝 앨범의 판로가 아시아 시장에서 음악 시장의 규모가 더 큰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K팝 소속사들의 독특한 판매 전략
물론 K팝 음반 판매량의 증가를 해외 시장 확대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실제로 K팝을 제외하면 미국, 독일,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선 오히려 CD 판매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비자 통계 분석 기관인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서는 실물 CD 3340만 장이 출하되었다. 전년도 4670만 장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한 수치다.
K팝 앨범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단 한 장만 살 수는 없게끔 만드는 한국 소속사들만의 판매 전략이 숨어 있다. 요즘 K팝 아이돌은 보통 앨범 버전을 3개로 나누어 발매한다. 새 앨범 구성을 모두 갖고 싶다면 같은 앨범의 다른 버전 3개를 모두 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멤버별 포토카드를 얻을 수 있는 팬클럽 버전, 소속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버전, 음원을 CD 대신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들을 수 있는 칩이 포함된 '키트' 버전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렇게 앨범 6종을 모두 구매하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많게는 앨범 버전을 18개, 24개씩 내는 경우도 있다. CD와 함께 들어 있는 포토카드 등 굿즈(부가상품)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앨범마다 무작위로 들어 있는 포토카드를 모두 모으기 위해 앨범을 수십 장씩 구매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모 아이돌 그룹의 팬인 20대 홍지영씨는 "요즘 팬들 사이에서도 소속사의 상술에 대한 비판이 많다. 포토카드 종류를 늘려서 팬들이 최대한 많이 구입하게 하는 식이다. 그래도 가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살 수밖에 없는데 가격도 점점 비싸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앨범 판매량을 높이는 데는 가수의 팬사인회 횟수도 영향을 미친다. 팬사인회에 가기 위해 팬들이 앨범을 많이 사기 때문이다. 보통 50명 정도의 소수 인원만 참여할 수 있는 팬사인회는 응모권을 통해 추첨하는 방식이다. 팬들은 앨범을 구매한 숫자만큼 응모할 수 있다. 앨범을 많이 사면 응모 횟수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당첨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몇백만 원어치 앨범을 사야 모 그룹의 팬사인회에 갈 수 있다는 일명 '팬싸컷'은 공공연하게 팬덤 내에서 회자된다. 아이돌 가수를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앨범 구매에 수백만 원을 쓰고 신용카드 할부로 돌려 막았다는 후기도 나돈다.
또한 팬들은 경쟁 관계의 아이돌 그룹보다, 또는 가수의 지난 앨범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올리기를 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판매량 숫자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공개적으로 돈을 모으기도 한다. 앨범 발매일을 한 달여 앞두고 팬들끼리 모금을 하는데 팬덤이 큰 가수의 경우에는 수십억 원의 돈이 모인다. 그 돈으로 앨범을 대량 구매하고 영수증을 찍어서 인증하고, 앨범 판매량 차트에 반영이 됐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앨범은 더이상 음악을 듣는 매개가 아니다
이러한 양상의 K팝 시장에서 앨범은 이제 더이상 음악을 듣는 매체로 기능하지 않는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CD나 바이닐, 실물 음반이 이제 음악을 듣는 매체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해당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현물에 가깝다"고 짚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포토카드나 앨범 세트를 맞추기 위해서 앨범을 중복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K팝 팬덤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가수가) 차트 인(IN)을 꼭 해야하고, 시상식에도 올라가야 하는 등에 대한 인정욕구나 경쟁의식이 분명히 있다. 요즘은 K팝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도 경쟁이 된 상황이라, 차트에 오르려면 음반 판매량이 많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앨범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
소속사들은 이러한 K팝 앨범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JYP는 8일 <오마이뉴스>에 서면으로 "글로벌 K팝 팬덤간 여러 아티스트를 두루 좋아하는 문화가 음반 성장 시장을 주도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시장이 커지는 건 업계 모두가 환영하는 일이다. 다만 시장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비지니스 전략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IP 본연의 가치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K팝 특유의 앨범 중복 판매 전략과 충성스러운 팬덤 문화는 이제 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K팝이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역수출되었다.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등 미국 팝 스타들의 최근 앨범을 보면 K팝을 벤치마킹한 것 같은 부분도 많다. 예를 들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미드나잇>은 바이닐 앨범 4개를 사야 뒷판을 이어서 시계를 만들 수 있다. 한 사람이 네 개를 무조건 사야만 하는 구조다. 미국에서 포토카드를 만들진 않지만 이런 것들이 포토카드와 다르지 않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1억 장이나 팔린 K팝 앨범이 결국은 K팝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는 의미다.
"커뮤니티 기반의 소비가 주류 차트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과거에는 대중적인 음악이 차트에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그 공식을 (K팝이) 완전히 비틀어버린 것이다. 커뮤니티를 만드는 가수가 성공한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인 지표가 음반 판매량이다. 음반이 이젠 음악을 듣기 위한 매개가 아니라 그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 것이다. K팝이 세계, 특히 서구시장에 영향을 준 것 중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김도헌 평론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앨범도 문제
그러나 이렇게 구매한 많은 앨범은 결국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22년 11월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한 해에 버려지는 K팝 음반이 5700만여 장이라고 발표했다. 과포장, 중복 소비를 조장하는 소속사들의 관행으로 연간 100톤 이상의 폐기물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복지센터나 보육원 등에 기부하는 방법이 팁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앨범 기부가 늘어나자, 센터 입장에서도 처치 곤란이 되는 경우도 많다. 2022년 한 복지센터 직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발 그만 기부해달라'고 호소하며 화제가 됐다.
팬사인회에 가기 위해 아이돌 앨범을 수백 장 이상 사 본 경험이 있다는 신모씨는 "팬사인회에 다녀온 후 앨범을 모두 분리수거 해서 버렸다. 예전에는 보육원에 보내본 적도 있지만 이제는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다. 앨범 구매를 하면서 앨범은 보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 하는 경우도 있다더라. 미개봉 앨범의 경우 재판매 업체에서 가져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속사 관계자 A씨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K팝 앨범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이미 하고 있다. 앞으로도 머지 않은 시기에 앨범 포장재, 구성 등을 생분해 비닐이나 수성 용지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원 및 음반 판매량 집계 플랫폼 써클차트가 지난해 12월 26일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K팝 실물 음반 1위부터 400위까지 합산한 2023년 50주 차 기준 누적 판매량은 총 1억 1600만 장이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8000만 장과 비교해도 45% 증가한 수치이자, 한국 음반 역사상 최고치다.
100만 장을 팔아치운 밀리언셀러도 26팀이나 된다. 이는 전년도 21팀보다 5팀이 증가한 것이다. 또한 단일 앨범 기준으로도 1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앨범은 총 33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장보다 15장이 증가했다. 바야흐로 K팝 르네상스의 시대다. 아무도 음악을 CD로 듣지 않는 시대에 왜 K팝의 실물 음반 시장은 확대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성장은 글로벌 K팝 시장의 변화에 기인한다. 올해 11월까지 관세청 데이터 기준, 전 세계 4위 규모의 음악 시장인 독일이 K팝의 주요 수출 대상국 5위(지난해 8위)로 부상했다. 또한 음악시장 규모 10위권 안에 드는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의 나라들도 기존 아시아 국가를 제치고 수출 대상국 10위권 내로 진입했다. K팝 앨범의 판로가 아시아 시장에서 음악 시장의 규모가 더 큰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K팝 소속사들의 독특한 판매 전략
▲ 2023년 한 해 1억1600만 장 이상 팔린 CD 앨범 ⓒ Pixabay
물론 K팝 음반 판매량의 증가를 해외 시장 확대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실제로 K팝을 제외하면 미국, 독일,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선 오히려 CD 판매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비자 통계 분석 기관인 스태티스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서는 실물 CD 3340만 장이 출하되었다. 전년도 4670만 장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한 수치다.
K팝 앨범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단 한 장만 살 수는 없게끔 만드는 한국 소속사들만의 판매 전략이 숨어 있다. 요즘 K팝 아이돌은 보통 앨범 버전을 3개로 나누어 발매한다. 새 앨범 구성을 모두 갖고 싶다면 같은 앨범의 다른 버전 3개를 모두 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멤버별 포토카드를 얻을 수 있는 팬클럽 버전, 소속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버전, 음원을 CD 대신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들을 수 있는 칩이 포함된 '키트' 버전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렇게 앨범 6종을 모두 구매하는 비용은 평균적으로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많게는 앨범 버전을 18개, 24개씩 내는 경우도 있다. CD와 함께 들어 있는 포토카드 등 굿즈(부가상품)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앨범마다 무작위로 들어 있는 포토카드를 모두 모으기 위해 앨범을 수십 장씩 구매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모 아이돌 그룹의 팬인 20대 홍지영씨는 "요즘 팬들 사이에서도 소속사의 상술에 대한 비판이 많다. 포토카드 종류를 늘려서 팬들이 최대한 많이 구입하게 하는 식이다. 그래도 가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살 수밖에 없는데 가격도 점점 비싸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앨범 판매량을 높이는 데는 가수의 팬사인회 횟수도 영향을 미친다. 팬사인회에 가기 위해 팬들이 앨범을 많이 사기 때문이다. 보통 50명 정도의 소수 인원만 참여할 수 있는 팬사인회는 응모권을 통해 추첨하는 방식이다. 팬들은 앨범을 구매한 숫자만큼 응모할 수 있다. 앨범을 많이 사면 응모 횟수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당첨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몇백만 원어치 앨범을 사야 모 그룹의 팬사인회에 갈 수 있다는 일명 '팬싸컷'은 공공연하게 팬덤 내에서 회자된다. 아이돌 가수를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앨범 구매에 수백만 원을 쓰고 신용카드 할부로 돌려 막았다는 후기도 나돈다.
또한 팬들은 경쟁 관계의 아이돌 그룹보다, 또는 가수의 지난 앨범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올리기를 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판매량 숫자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공개적으로 돈을 모으기도 한다. 앨범 발매일을 한 달여 앞두고 팬들끼리 모금을 하는데 팬덤이 큰 가수의 경우에는 수십억 원의 돈이 모인다. 그 돈으로 앨범을 대량 구매하고 영수증을 찍어서 인증하고, 앨범 판매량 차트에 반영이 됐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앨범은 더이상 음악을 듣는 매개가 아니다
▲ SNS상에서 공동 구매를 위한 모금을 진행하는 팬들 ⓒ 트위터
이러한 양상의 K팝 시장에서 앨범은 이제 더이상 음악을 듣는 매체로 기능하지 않는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CD나 바이닐, 실물 음반이 이제 음악을 듣는 매체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해당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현물에 가깝다"고 짚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포토카드나 앨범 세트를 맞추기 위해서 앨범을 중복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K팝 팬덤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가수가) 차트 인(IN)을 꼭 해야하고, 시상식에도 올라가야 하는 등에 대한 인정욕구나 경쟁의식이 분명히 있다. 요즘은 K팝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도 경쟁이 된 상황이라, 차트에 오르려면 음반 판매량이 많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앨범 구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
소속사들은 이러한 K팝 앨범 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JYP는 8일 <오마이뉴스>에 서면으로 "글로벌 K팝 팬덤간 여러 아티스트를 두루 좋아하는 문화가 음반 성장 시장을 주도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시장이 커지는 건 업계 모두가 환영하는 일이다. 다만 시장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비지니스 전략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IP 본연의 가치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K팝 특유의 앨범 중복 판매 전략과 충성스러운 팬덤 문화는 이제 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K팝이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역수출되었다. 테일러 스위프트, 비욘세 등 미국 팝 스타들의 최근 앨범을 보면 K팝을 벤치마킹한 것 같은 부분도 많다. 예를 들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미드나잇>은 바이닐 앨범 4개를 사야 뒷판을 이어서 시계를 만들 수 있다. 한 사람이 네 개를 무조건 사야만 하는 구조다. 미국에서 포토카드를 만들진 않지만 이런 것들이 포토카드와 다르지 않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1억 장이나 팔린 K팝 앨범이 결국은 K팝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는 의미다.
"커뮤니티 기반의 소비가 주류 차트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과거에는 대중적인 음악이 차트에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그 공식을 (K팝이) 완전히 비틀어버린 것이다. 커뮤니티를 만드는 가수가 성공한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인 지표가 음반 판매량이다. 음반이 이젠 음악을 듣기 위한 매개가 아니라 그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 것이다. K팝이 세계, 특히 서구시장에 영향을 준 것 중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김도헌 평론가)
쓰레기로 버려지는 앨범도 문제
그러나 이렇게 구매한 많은 앨범은 결국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22년 11월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한 해에 버려지는 K팝 음반이 5700만여 장이라고 발표했다. 과포장, 중복 소비를 조장하는 소속사들의 관행으로 연간 100톤 이상의 폐기물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복지센터나 보육원 등에 기부하는 방법이 팁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앨범 기부가 늘어나자, 센터 입장에서도 처치 곤란이 되는 경우도 많다. 2022년 한 복지센터 직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발 그만 기부해달라'고 호소하며 화제가 됐다.
팬사인회에 가기 위해 아이돌 앨범을 수백 장 이상 사 본 경험이 있다는 신모씨는 "팬사인회에 다녀온 후 앨범을 모두 분리수거 해서 버렸다. 예전에는 보육원에 보내본 적도 있지만 이제는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다. 앨범 구매를 하면서 앨범은 보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 하는 경우도 있다더라. 미개봉 앨범의 경우 재판매 업체에서 가져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속사 관계자 A씨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K팝 앨범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이미 하고 있다. 앞으로도 머지 않은 시기에 앨범 포장재, 구성 등을 생분해 비닐이나 수성 용지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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