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장에 홍준표 고교 동기 선임... "지역 망신 중단하라"
홍준표 시장, 초상화 그려준 노중기 화가 임명... 미술계와 시민단체 한 목소리로 규탄
▲ 홍준표 대구시장의 초상화를 그려준 고교 동기가 대구미술관장에 선임되자 지역 미술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가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초상화는 노중기 작가가 지난해 홍 시장의 초상화를 그려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한 후 대구시청 산격청사 홍 시장 집무실에 걸려 있는 모습. ⓒ 조정훈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초상화를 전시해 논란을 빚은 작가를 대구미술관장에 선임해 공공기관 사유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면접 심사 등을 거쳐 노중기 화가(70)를 대구미술관장으로 선임했다.
진흥원은 이들 중 임원추천위에서 선정한 복수의 후보를 대구시에 추천했고, 시는 홍준표 시장의 고교 동기이자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진행한 '지역작가 조명전'에서 홍 시장의 초상화를 전시한 노중기 화백을 미술관장으로 최종 낙점했다.
대구 출신인 노 관장은 홍 시장과 함께 영남고를 졸업한 현역 작가로 대구미술협회 부회장과 대구예술대, 영진전문대 외래교수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5월 27일부터 8월 20일까지 대구미술관의 초대로 개인전을 열면서 일주일간 전시했던 추상 작품을 내리고 홍 시장의 초상화인 '초상 2023'을 내걸었다.
이 작품은 노 관장이 지난해 초 홍 시장에게 선물한 작품으로 시청 대회의실에 전시됐다가 대구미술관으로 옮겨 전시, 다시 대구시청 산격청사 내 홍 시장 접견실에 내걸렸다.
"예술계에 대한 만행, 임명 취소해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미술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나서 홍 시장의 공공기관 사유화를 비판하고 임명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구미술가비평모임은 3일 항의성명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없고 부도덕한 지역자치단체장이 자신과의 친분을 공공연히 내세워 저지르는 예술계에 대한 만행"이라며 노 관장에 대한 임명 취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전문성과 도덕성의 미비는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홍준표 시장이 그토록 타파를 강조하던 카르텔의 온상이 이곳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초상화와 그림을 선물로 그려주는 지자체 단체장 바라기가 관장이 되는 사태는 대구시장의 의중에 따라 아부하는 진흥원장과 행정관료들이 암묵적으로 형성한 카르텔"이라며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덕목이 진정 이런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대구시장은 관장 선임의 구체적인 심사 과정 공개를 지시하고 그 과정에 있을 유착관계의 검증과 감사를 상위 기관에 요청하라"며 "그동안 관장 선임의 보류 혹은 취소를 발표하고 독단적 파행을 대구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경실련도 보도자료를 통해 "홍준표 시장 고교동기의 잇따른 대구시 산하기관장 선임에 시민은 민망하다"며 "노중기 미술관장의 선임을 취소하고 채용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대구경실련은 "지난해 12월 초 취임한 변태현 대구메트로환경 사장도 홍 시장의 고교 동기"라며 "대구미술관장, 대구메트로환경 사장 등 이외에도 전문성,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직·간접적인 인연으로 대구시와 유관기관에 기용된 인사는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노중기 대구미술관장 선임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대구미술계의 수치로 지역의 망신이자 미술계의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홍 시장과 학연이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인물이 후보 공모에 참여한 것도 몰염치하고 비록 절차를 거쳐 추천되었다고 하더라도 임명을 거부해야 마땅한 홍 시장이 임명한 것은 철면피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중기 화가는 자진사퇴를 해야 함이 옳다"며 "홍 시장은 즉시 대구미술관장 선임을 철회하고 누구보다 카르텔에 앞장서며 대구시민을 우롱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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