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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곳에서도 성장'하는 식물유전자, 배추에 적용해 '내염성' 확인

농진청, 걸프만 습지에 서식 중인 식물 '비에너티아' 유전체 해독해서 배추에 적용

등록|2024.01.10 11:34 수정|2024.01.10 11:35

그림 1. 비에너티아(Bienertia sisnuspersici) 게놈 핵형 분석비에너티아 식물의 염색체는 9개 쌍을 가지고 있고(Gene & Genomics, 2020, 그림 1) 유전체 크기는 3.8Gb로 예측된다. ⓒ 농촌진흥청 제공


걸프만 습지에 서식하는 식물 '비에너티아'의 유전체를 해독한 후 비에너티아가 가진 내염성 유전자 HKT1의 특성을 분석하고, 배추에 적용해 배추의 내염성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은 10일 "고위험‧고수익형 실용‧학술 분야 연구과제를 추진하는 우장춘 프로젝트를 통해 비에너티아를 분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분석 결과에 대해 "식물을 연구할 때 많이 이용하는 애기장대에는 내염성 유전자 HKT1가 1개 있으나, 비에너티아에는 모두 3개(HKT1;1, 2, 3)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 유전자는 칼륨 수송체로서 세포 내 과잉된 소금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비에너티아는 걸프만 염생지에서만 주로 서식하는 아마란스과 식물로, 근연종은 퀴노아, 근대가 있으며, 한 개의 세포에 C3, C4형 엽록체를 동시에 가지는 특성이 있다. 내염성은 높은 염분 농도에 대한 식물의 저항성을 뜻한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며 토양 내 염분의 농도가 올라 세계적으로 내염성 작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내염성은 식물 생장에 깊이 관여해 열해(고온해)에 이어 식량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부연했다.
 

▲ 그림 2. 애기장대(HKT1)와 비에너티아(HKT1;1, 2, 3) 염분에 대한 발현 분석 ⓒ 농촌진흥청 제공


특히 농촌진흥청의 이번 연구에서 애기장대의 HKT1와 비에너티아의 HKT1;1은 발현 특성이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HKT1;2, 3은 염분 농도에 따라 각각 최대 4000배, 150배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에너티아는 3주간 300밀리몰(mM) 염 용액에서도 성장했는데, 애기장대는 2일간 300밀리몰 염 용액에서 노랗게 변색 후 죽었다. 비에너티아는 염분이 없을 때보다 100밀리몰 염 조건에서 더 잘 자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HKT1 중 염 조건에 가장 높게 발현했던 HKT1;2를 배추에 적용한 후 염 농도 150밀리몰에 7일간 노출했는데, 일반 배추는 노랗게 말라 죽어갔으나 HKT1;2를 적용한 배추는 잘 자랐다. 이처럼 유전자 발현 연구를 통해 HKT1;2가 적용된 배추는 뿌리로 들어오는 소금을 뿌리 세포 내 액포에 저장하고 잎에서 남는 소금은 뿌리 밖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그림 3. 염분 농도에 따른 애기장대(HKT1)와 비에너티아(HKT1;1, 2, 3)의 생육 모습 ⓒ 농촌진흥청 제공


권수진 농촌진흥청 유전체과장은 "최근 기후변화의 심화로 내염성 작물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내염성 작물 개발의 기초 자료를 확보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Froniters in plant science>(IF=6.627)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현재 이 유전자를 적용해 2세대 벼를 키우고 있으며, 1세대 벼는 배추보다 높은 내염성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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