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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던 소년을 구원한 115마리의 개

[미리보는 영화] <도그맨>

등록|2024.01.10 18:04 수정|2024.01.10 18:05

▲ 영화 <도그맨> 관랸 이미지. ⓒ 엣나인필름


SF 및 액션의 혼종 영화들로 관객들에게 각인된 뤽 베송 감독은 우선 그 이름만으로도 이목을 끈다. 그의 이름과 함께 늘 소환되는 <니키타> <레옹> <제5원소>는 뤽 베송이라는 창작자의 인장을 강하게 보여주는 대표작임은 분명하다. 물론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고, <테이큰> <택시> 시리즈를 제작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원조 팬들 입장에선 분명 연출가로 뤽 베송이 선보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증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후 오는 24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도그맨>은 그 갈증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형에게 학대당해 온 소년이 결국 수많은 개를 부릴 줄 알게 된 이후 사회 소외자들의 부탁과 간청을 들어준다는 설정이 특징이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프랑스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시구로 시작하는 영화는 어둡고 무거운 톤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여장을 한 채 무표정한 얼굴로 철창 신세가 된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 그를 상담하는 정신과 전문의 간 대화와 더글라스의 과거 행적이 교차로 제시되는 구성이다.

미국 뉴저지의 변두리 지역을 배경으로 각종 범죄가 들끓는 곳이지만, 더글라스는 이곳에서 도그맨으로 통한다. 부당하게 금전을 요구하거나 각종 폭력에 시달리는 소외계층 사람들은 종종 도그맨을 찾고, 도그맨은 해결사를 자처한다. 사법망을 벗어난 일종의 안티 히어로인 셈이다.

겉보기엔 안티 히어로의 활약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열거 같지만, 영화는 오히려 도그맨, 즉 더글라스의 유년 시절과 현재를 대비시키며 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것들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한다. 안티 히어로를 내세운 일종의 치유성 드라마로 볼 수도 있다.
 

▲ 영화 <도그맨> 관랸 이미지. ⓒ 엣나인필름



이는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군집을 이룬 개들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개들의 미덕은 인간의 미덕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 말하면서 "유일한 단점은 인간을 너무 믿는다는 것"이라는 극중 더글라스의 대사는 곧 개의 성품을 통해 상실된 인간성을 반추하게 된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다중적 캐릭터 연기도 훌륭하지만,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개들의 면모가 인상깊다. 특정 장면에선 약 80마리 가까이 되는 개들이 연기에 참여하며, 전체 출연 개들의 숫자만 따져도 115마리라고 한다. 어지간한 동물 영화보다도 세심한 연출과 관리 감독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감독은 수십 마리의 개들을 25명의 전문 훈련사들을 통해 지도했고, 촬영 전 충분한 놀이와 휴식으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촬영했다고 한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피어오른 진정한 영웅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딛고 일어선 존재였다. 학대의 경험으로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던 더글라스는 유년 시절 개들을 불쌍히 여겨온 그 따뜻한 심성을 잃지 않았다.

한줄평: 명료하고 심플한 메시지, 새해를 맞이하는 영화로 적격
평점: ★★★☆(3.5/5)

 
영화 <도그맨> 관련 정보

감독: 뤽 베송
수입 및 제공: ㈜엣나인필름
배급 및 공동제공: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출연: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
러닝타임: 115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4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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