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관계 어려움 이야기 하며 울던 딸과 노래를 만들려 합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진짜 공부
"난 친구들이 날 그렇게 생각하는게 싫은데, 엄마 아빠는 왜 나만 이해하라고 해."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중학교 2학년 딸과 초등 5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몸이 힘들었지만,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과 사춘기를 앞둔 아들을 키우는 지금은 마음이 힘들 때가 많다.
사춘기 이후 딸을 향한 아내의 잔소리는 늘어갔고 딸바보였던 나 역시도 심하게 부딪혔다. 딸에게 처음 언성을 높였을 때 스스로 너무 당황했고, 이후에도 몇 번 반복되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사춘기를 보내는 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내가 요즘 스스로에게 계속 던지는 질문들이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란다'라는 말처럼 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이 시행착오는 아이들의 사춘기 시기에 극에 달한다. 이 시기를 중 2병이라고 병명처럼 부르는 건 이 시기의 부모들과 아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말해주는 것 같다.
대체로 아빠들은 좀 덜한 것 같지만, 딸 친구의 엄마들과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 이내 울음을 터뜨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재찬 교수도 그의 책에서 사춘기를 인류의 적으로, 피할 수 없는 강적으로 고백한 것을 보면 일부 가정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내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도전을 글로 나누려는 것도 자녀 양육의 대안을 제시한다기보다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부모의 역할
부모는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 이 말은 부모라면 모두가 동의하는 말이지만, 정작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학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것이지, 아니면 그저 아이는 아이답게 놀고 지금 행복하면 언젠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을 믿고 놔두면 되는지 혼란스럽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학원으로 밀어 넣기에는 안쓰럽고, 또 아무것도 안 시키고 놔두는 것은 부모로서 마음이 불안하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맞는 양육 방법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로서 뭐라도 해야 한다. 아니 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다면,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또 아이와 지금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사춘기 시기에는 부모는 최대한 아이와 거리를 두고 아이를 지도해줄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 매체에서 유명한 일타 강사들이 나와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더 좋은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정말 아이 교육은 학원에 맡기고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는 이 방향이 보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시간과 재정을 투입하고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냉철하게 이 방향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한 학원비만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학원을 여러 군데 보내야 한다면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아내가 일을 추가로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또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해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할 부모보다 그저 단기간 지도할 전문가가 더 적절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경험을 돌아보더라도 학원에서 배웠던 선행학습이 내 인생의 큰 자산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성취의 경험을 느끼기에는 일부 도움이 되었지만 만만치 않은 부작용도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전보다 쉽게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전문가들의 온갖 강의와 조언들이 넘쳐난다.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우리와 직접 관계 맺지 않는 전문가들의 조언들은 정작 우리의 갈증들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 삶의 실제적 변화를 주는 사람들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일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진짜 멘토는 아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부모가 좋은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이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상적인 멘토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잘 찾기를 바란다.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남들보다 더 비싼 학원에 보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 다른 접근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올 한해 우리 아이들과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실력을 위한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음악, 미술, 문학, 역사, 지리 영역에서 지식을 단순 습득하는 소비적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창조적 방식으로 도전해 보려고 한다. 창조적 방식의 첫 번째 도전은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음악으로 결정했다. 얼마의 기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작사, 작곡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물론 나는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곡을 만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도전을 통해서 아이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영역을 발견하기를 소망하고 이 도전의 과정들이 좋은 소통의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올 한해 나와 아이들의 도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중학교 2학년 딸과 초등 5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몸이 힘들었지만,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과 사춘기를 앞둔 아들을 키우는 지금은 마음이 힘들 때가 많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란다'라는 말처럼 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이 시행착오는 아이들의 사춘기 시기에 극에 달한다. 이 시기를 중 2병이라고 병명처럼 부르는 건 이 시기의 부모들과 아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말해주는 것 같다.
대체로 아빠들은 좀 덜한 것 같지만, 딸 친구의 엄마들과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면 이내 울음을 터뜨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재찬 교수도 그의 책에서 사춘기를 인류의 적으로, 피할 수 없는 강적으로 고백한 것을 보면 일부 가정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내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도전을 글로 나누려는 것도 자녀 양육의 대안을 제시한다기보다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부모의 역할
▲ 노래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보인 아이들과 직접 작사 작곡을 하기 위해 함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이지완
부모는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 이 말은 부모라면 모두가 동의하는 말이지만, 정작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학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것이지, 아니면 그저 아이는 아이답게 놀고 지금 행복하면 언젠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을 믿고 놔두면 되는지 혼란스럽다. 남들 다 하는 것처럼 학원으로 밀어 넣기에는 안쓰럽고, 또 아무것도 안 시키고 놔두는 것은 부모로서 마음이 불안하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맞는 양육 방법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로서 뭐라도 해야 한다. 아니 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다면,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또 아이와 지금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사춘기 시기에는 부모는 최대한 아이와 거리를 두고 아이를 지도해줄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 매체에서 유명한 일타 강사들이 나와 아이들을 지도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더 좋은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정말 아이 교육은 학원에 맡기고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는 이 방향이 보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시간과 재정을 투입하고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 냉철하게 이 방향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한 학원비만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학원을 여러 군데 보내야 한다면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아내가 일을 추가로 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또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해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할 부모보다 그저 단기간 지도할 전문가가 더 적절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경험을 돌아보더라도 학원에서 배웠던 선행학습이 내 인생의 큰 자산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성취의 경험을 느끼기에는 일부 도움이 되었지만 만만치 않은 부작용도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전보다 쉽게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전문가들의 온갖 강의와 조언들이 넘쳐난다.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는 것처럼 우리와 직접 관계 맺지 않는 전문가들의 조언들은 정작 우리의 갈증들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 삶의 실제적 변화를 주는 사람들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리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일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진짜 멘토는 아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부모가 좋은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이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이상적인 멘토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잘 찾기를 바란다.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남들보다 더 비싼 학원에 보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 다른 접근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올 한해 우리 아이들과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실력을 위한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음악, 미술, 문학, 역사, 지리 영역에서 지식을 단순 습득하는 소비적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창조적 방식으로 도전해 보려고 한다. 창조적 방식의 첫 번째 도전은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음악으로 결정했다. 얼마의 기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작사, 작곡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물론 나는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곡을 만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도전을 통해서 아이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영역을 발견하기를 소망하고 이 도전의 과정들이 좋은 소통의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올 한해 나와 아이들의 도전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엄마는친구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던 딸에게 그거 아무것도 아니라고 조언했던 내 태도를 사과했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들의 가르침이 아니다. 아이에게는 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 고통의 시기는 반드시 지나갈 것을 믿고 아이와 동행하는 한 사람. 우리 부모들이, 우리 사회가 그 한 사람이 되어 성장통을 지나가는 우리 아이들이 불안보다는 세상을 삼키기를 바란다.
우리들의
주둥에 올가미를
씌우고 공주처럼
말하는 법을 가르쳤어요
네 아니요 네 아니요 네
아니요 웃어 웃어
목젖을 올리고 내리며 불안을
억지로 삼키는 우리에게
(이소호 詩, 성장통, 홈 스위트 홈 시집 71 P)
덧붙이는 글
첫번째 도전은 내 노래 만들기(작사작곡 직접 해보기) 두번째 도전은 그림책 만들기(이야기와 삽화를 직접 만들기) 세번째 도전은 역사 탐방기(국내외 역사를 통해 지금의 정치, 사회를 이해하기) 이런 식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부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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