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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후반기 순위경쟁, 변수는 슈퍼팀 SK와 KCC의 반격

등록|2024.01.16 16:54 수정|2024.01.16 16:54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친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가 1월 17일부터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한다. 전반기는 원주 DB가 초반부터 독주체제를 구축하며 25승 6패 승률 .806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초보 김주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DB는 개막 전까지만 해도 그리 주목받지 못했으나 예상보다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원주산성'의 부활을 알렸다. KBL에서 검증된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이 평균 22.3점(4위) ,10.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스트레치형 파워포워드 강상재- 동능력이 좋은 김종규 등 두 토종빅맨과 함께 막강한 트리플포스트를 구축했다.

여기에 어시스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시아 쿼터 이선 알바노, 두경민-최승욱-김영현-박인웅 등 두터운 벤치멤버들까지 고르게 활약하면서 그 어느 팀보다 짜임새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DB는 전반기 91.2점으로 팀득점 1위에 오르며 유일하게 90점대를 넘기는 화끈한 공격농구를 과시했다.

하지만 DB의 독주가 후반기에도 안정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서울 SK, 수원 KT, 창원 LG, 부산 KCC 등 강력한 우승후보들이 후반기 대반격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슈퍼팀'으로 불리는 SK와 KCC는 후반기 순위판도를 뒤흔들 최대의 변수로 꼽힌다. 이미 시즌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두 팀은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가진 전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 접어들며 정상궤도를 되찾은 두 팀은 연승행진을 내달리며 순위경쟁의 '슬로우 스타터'로 떠올렸다.

2위 SK는 현재로서 후반기 DB의 독주체제를 위협할 가장 유력한 대항마다. SK는 22승 9패로 2위에 오르며 선두 DB를 불과 3게임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를 필두로 경기당 76.8실점(전체 2위)밖에 내주지 않은 수비력이 탄탄하다. 전반기 막판에는 올시즌 프로농구 팀 최다인 무려 12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다만 에이징 커브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두 베테랑 김선형과 오세근의 부활 여부가 관건이다.

또다른 슈퍼팀 KCC는 전반기를 3연승으로 마감하며 16승 12패로 5위를 기록중이다. 여전히 골밑에서 위력적인 라건아를 중심으로 송교창-최준용의 '더블 빅윙' 전술과, 허웅-이근휘의 3점슛, 알리제 존슨의 1대 1 능력까지 내외곽에서 다양한 무기들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일정문제로 인하여 10개 구단 중 소화한 경기수(28경기)가 가장 적은 데다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홈경기가 대거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KCC에게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하위권은 6강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6위 울산 현대모비스(14승 16패)가 7위 안양 정관장(11승 20패)에 3.5게임차로 다소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정관장, 경기 내외적인 각종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신생팀 고양 소노는 전반기 막판까지 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대구 한국가스공사(10승 20패)만 전반기를 3연승으로 마감하며 반격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최하위 서울 삼성은 시즌 중반 은희석 감독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올시즌도 5승 25패로 전반기 1할승률(.167)에 머물렀다. 공동 8위 가스공사-소노와도 무려 5게임 차이다. 가뜩이나 허약한 전력에 부상자도 속출하여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은 올해도 꼴찌를 차지할 경우 3년 연속 최하위가 된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2021-22시즌(9승 45패)의 부진을 경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이 남은 경기에서 5승 이상을 거둬서 두 자릿수 승리를 채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외국인 선수들의 연이은 강세 속에서 후반기에는 국내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 등 주요부문 개인기록 선두를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독식하고 있다. 1~3라운드별 MVP도 사상 최초로 모두 외국인 선수들(DB 디드릭 로슨, LG 아셈 마레이, KT 패리스 배스)이 수상했으며, 심지어 올스타전 MVP도 워니의 몫이었다.

올해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상은 SK 워니와 DB 로슨, KT 패리스 배스의 삼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워니는 외국인 선수상 3연패와 통산 최다인 4번째 수상을 노리고 있다.

반면 국내 선수들은 이정현(소노 20.3점, 5.9어시스트)과 하윤기(KT, 16.3점, 6.7어시스트)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정현은 국내 선수중 유일하게 평균 득점 20점대(전체 6위)를 넘겼고, 어시스트도 전체 2위에 올라있으나 하위권에 처진 팀성적이 아쉽다. 하윤기는 득점 9위(국내 2위), 리바운드 12위(국내 1위)에 올라있으나 부상으로 7경기나 결장했다.

사실상 각 팀의 에이스를 외국인 선수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국내 스타들의 입지는 외국인 선수들을 뒷받침해주는 '조연'에 머물고 있는 것이 한국농구의 현실이다. 프로농구가 모처럼 젊은 팬들의 유입을 바탕으로 흥행몰이의 가능성을 되살리고 있지만, 그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 선수들의 지속적인 활약상과 새로운 스타 발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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