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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블로커 컴백' 권민지, 중앙이 체질이었나

[여자배구] 17일 흥국생명전 블로킹 3개 포함 8득점 활약, GS칼텍스 3-1 승리

등록|2024.01.18 09:42 수정|2024.01.18 09:42
3위 GS칼텍스가 2위 흥국생명을 상대로 안방에서 승점 3점을 따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6-28,25-21,27-25,25-21)로 승리했다.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를 선발에서 제외한 흥국생명을 상대로 첫 세트를 내준 후 역전승을 거둔 GS칼텍스는 4위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승점 차이를 10점으로 벌렸다(15승9패).

GS칼텍스는 주포 지젤 실바가 47.95%의 성공률로 37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주도했고 '토종에이스' 강소휘도 54.29%의 높은 성공률과 함께 21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한다혜 리베로는 42.31%의 리시브 효율과 22개의 디그로 견고한 수비를 자랑했다. 그리고 GS칼텍스는 이날 아웃사이드히터로 등록된 권민지가 미들블로커로 출전해 블로킹 3개와 함께 8득점을 기록하며 GS칼텍스의 역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주전이 확실하지 않은 GS의 미들블로커
 

▲ 권민지는 프로 데뷔 후 미들블로커와 아웃사이드히터로 오가며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3-2014 시즌 두 번째 챔프전 우승 당시 정대영과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로 구성된 미들블로커 콤비가 있었던 GS칼텍스는 2014년 정대영, 2016년 배유나가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 부임 후 오랜 기간에 걸쳐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세대교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2023-2024 시즌 현재도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는 아직 확실한 주전 2명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2019년 5월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12년 만에 GS칼텍스로 돌아온 '민트보스' 한수지는 세터에서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선수다. GS칼텍스 컴백 후 주전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차지한 한수지는 지난 시즌 세트당 0.8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배유나, 정대영,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을 제치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다.

한수지는 이번 시즌에도 GS칼텍스가 치른 24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있다. 83세트를 소화한 한수지는 43.28%의 준수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득점은 91점에 그치며 미들블로커 중에서도 득점 1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1위에 올랐던 블로킹은 이번 시즌 세트당 0.33개(16위)에 머물러 있을 정도. 물론 큰 경기에서는 한수지의 풍부한 경험이 빛을 발하리라 기대되지만 이번 시즌 한수지가 부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중앙을 보강하기 위해 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을 1년 총액 3억 원에 영입했다. 하지만 도로공사 시절이던 지난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해 261득점과 함께 세트당 0.77개(3위)의 블로킹을 기록했던 정대영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에서 20경기 56득점, 세트당 0.34개의 블로킹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세트당 1.6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던 한수지와 정대영의 블로킹이 이번 시즌 세트당 0.67개로 급감한 것이다.

이처럼 두 베테랑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차상현 감독은 프로 4년 차를 맞는 신예 미들블로커 오세연의 출전시간을 늘리고 있다. 2020-2021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6순위 출신임에도 GS칼텍스의 주력 미들블로커로 성장한 오세연은 이번 시즌 세트당 0.4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오세연의 활약에 만족할 수 없었던 차상현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했던 권민지까지 다시 중앙으로 호출했다.

미들블로커로 돌아오고 살아난 권민지
 

▲ 권민지는 미들블로커 변신 후 3경기에서 블로킹10개를 포함해 28득점을 기록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된 권민지는 당시 이소영(정관장)과 강소휘로 이어지는 GS칼텍스의 강력한 아웃사이드히터 라인에서 파고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권민지의 운동능력과 패기를 높이 평가한 차상현 감독은 권민지를 GS칼텍스의 취약포지션으로 꼽히던 미들블로커로 활용했다. 권민지는 루키 시즌 20경기에 출전해 81득점을 기록하며 미들블로커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권민지는 2년 차 시즌에도 미들블로커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지만 2021년 1월 새끼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복귀한 권민지는 흥국생명과의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9득점을 올리며 GS칼텍스의 '트레블'에 기여했다. 권민지는 이소영과 박혜민이 정관장으로 이적한 2021-2022 시즌에도 이적생 유서연에게 아웃사이드히터 자리를 내주고 미들블로커로 활약했고 27경기에서 109득점을 기록했다.

권민지는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미들블로커로 활약했지만 사실 권민지의 신장(178cm)을 고려하면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렇게 권민지는 지난 시즌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해 강소휘와 유서연의 뒤를 받치며 35경기에서 215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아웃사이드히터로 주전을 노리던 권민지는 이번 시즌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차상현 감독은 권민지와의 면담 끝에 권민지를 미들블로커로 돌려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 선두 현대건설전에서 미들블로커로 출전해 블로킹 5개와 함께 12득점을 올린 권민지는 13일 기업은행전에서도 8득점을 올리며 GS칼텍스의 풀세트 승리에 기여했다. 그리고 권민지는 17일 흥국생명과의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미들블로커로 출전해 블로킹 3개와 함께 38.46%의 성공률로 8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은 권민지가 미들블로커임에도 속공이 아닌 오픈공격을 위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2001년생으로 만 22세의 젊은 선수인 권민지가 미들블로커와 아웃사이드히터 중 어떤 포지션에 정착할지는 알 수 없다. 미들블로커로 시작했다가 아웃사이드히터로 자리 잡은 정지윤(현대건설) 같은 선수도 있고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다 현재 미들블로커로 대성한 배유나(도로공사) 같은 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침체돼 있던 권민지의 경기력이 최근 3경기 연속 미들블로커로 출전하면서 부쩍 살아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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