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비자금 스캔들, 기시다 "기시다파 해산 검토" 초강수
자민당 주요 파벌들, 비자금 스캔들 확산... 위기 몰린 기시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자민당 파벌 정치자금 스캔들 관련 발언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 돌파구로 자신이 이끌던 파벌의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18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 기시다파 전 회계 담당자 입건 방침
특히 도쿄지검 특수부는 기시다 총리가 이끌던 '기시다파'(정식 명칭 '고치정책연구회')의 전 회계 담당자도 입건할 방침을 굳혔다.
이 담당자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18∼2020년 기시다파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 때 파티권 판매자가 불분명한 자금 2천만 엔(약 1억8천만 원) 가량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계파 운영비로 썼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야당이 공세에 나섰고, 위기에 몰린 기시다 총리가 파벌 해산이라는 초강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이 불거지자 중립을 지키겠다며 지난달 7일 총리 재임 기간에는 기시다파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기재 누락에 대해서는 "사무적인 실수라고 보고 받았다"라며 "나는 그 이상의 것은 알지 못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를 비롯해 '아소파', '니카이파' 등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니카이파 측도 할당량을 넘게 판매한 파티권 대금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검찰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파벌들도 해산할까... 엇갈린 반응들
▲ 일본 자민당 '기시다파'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기재 누락 의혹을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파벌이 없는 전직 자민당 간부는 "파벌 해산은 획기적이고, 기시다 총리가 말에 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기시다파가 해산하면 다른 파벌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아베파 소속의 전직 각료는 "기시다파가 해산한다면 아베파의 존속도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당연히 아베파도 해산해야 하고, 의원총회에서 파벌 해산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니카이파 소속의 한 중의원도 "기시다 총리가 다른 파벌도 해산할 수밖에 없는 흐름을 만들었다"라며 "특히 문제가 있는 아베파와 니카이파는 해산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아소파 소속의 한 중의원은 "문제가 된 것은 정치자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일부 파벌"이라며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 파벌까지 해산할 필요는 없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시다파의 사무총장 대행을 맡고 있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은 "기시다 총리가 국민의 목소리에 따라 정치 개혁의 선두에 서겠다며 결단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라며 "총리의 결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 "파벌 해산은 당연... 기시다 물러나야"
야권은 파벌 해산을 환영하면서도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는 "파벌 해산은 당연한 일"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로서 다른 파벌도 책임지고 해산시키고, 관련된 모든 의원을 처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파벌에서도 부정한 돈이 나왔다면 총리의 자격이 없다"라며 "기시다 총리가 정말로 정치를 깨끗하게 만들고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물러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도 "한 파벌만 해산하면 다른 파벌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 의미가 없다"라며 "기시다파의 해산이 다른 파벌의 해산으로 이어질지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기재 누락이 단순한 사무적 실수라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라며 "설명의 책임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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