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건 그냥 오줌이야" 강형욱 화나게 한 무분별한 입양

[TV 리뷰] KBS 2TV <개는 훌륭하다>

등록|2024.01.23 13:36 수정|2024.01.23 13:39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개들의 딱한 사정을 두고 보지 못하고 입양을 선택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그 선의는 귀중할뿐더러 감동적이다. 다만, 철저한 계획 없이 입양을 할 경우 또는 그 선의가 무분별하게 반복되는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중성화 수술의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다견 가정도 있다. 이 역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22일 방송된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보호자 부부는 끝없이 이어지는 산책 릴레이를 이어갔다. 파양견 출신 사모예드 윈터(6살), 안락사 직전에 입양한 푸들 룰루(5살), 전 보호자가 양육을 포기한 포메라니안 똘이(9살) 그리고 집에는 포메라니안 땡이(1살)와 땡이의 세 딸인 딩이, 동이, 댕이가 있었다. 보호자 부부는 무려 7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산책에서 돌아오자 거실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바닥은 쓰레기장이 됐고, 소파는 얼룩 투성이로 변했다. 또 집 안 곳곳이 배설물로 오염되어 있었다. 그 장면을 본 박세리와 이경규는 물론 강형욱 훈련사도 말을 잃었다. 보호자들은 익숙한 듯 청소에 나섰지만, 도돌이표 청소에 "맨날 이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때 딩이는 바닥에 배변하는 룰루를 발견하더니 룰루의 대변을 먹기까지 했다.

"대변을 먹는 건 어렸을 때 조금씩 다 있어요. 근데 금방 없어지죠. 7남매 집 같은 경우에는 자기가 스스로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강형욱)

식분증의 이유는 무엇일까. 강형욱은 다른 반려견의 배설물로 어질러진 공간에서 살고 있는 개들은 배설물을 먹어 눈앞에서 없애버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즉, 열악한 환경을 외면하는 행동이다. 윈터는 본인이 본 소변을 먹는 행동을 보였다. 강형욱은 시스템이 붕괴된 집의 특징이라며 씁쓸해했다. 소파의 오염도를 측정하니 공중화장실 변기보다도 14배나 높았다.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다견 가정, 강형욱도 입을 떼지 못했다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그런가 하면 룰루의 공격적인 모습도 확인됐다. 윈터의 간식을 노리고 접근했다. 강형욱은 다수의 반려견이 함께 있을 때 오래 씹는 간식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설명했다. 잠시 후, 결국 싸움이 발생했다. 룰루가 동이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보호자가 신속히 분리해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룰루가 짖자 모두 따라 짖기 시작했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잠깐 눈 깜빡할 사이에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어요." (강형욱) 

보호자는 다견 보호자가 될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려견에게 쓰는 비용만 한 달에 100만 원에 달하는 상황이라 밤늦게까지 일해야 함에도 반려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 말하는 보호자가 짠하기만 했다. 하지만 선한 마음씨와는 별개로 보호자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었다. 강형욱이 나설 차례였다.

현장에 출동한 강형욱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단순히 싸우는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듯했다. 강형욱은 반려견 세 마리일 때는 질서가 유지됐는지 질문했다. 보호자는 땡이와 룰루 사이가 원래 좋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강형욱은 기존 반려견들 사이에 문제가 있음에도 또 반려견을 추가로 입양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누구를 위한 행복이야?" (강형욱) 

강형욱은 지금의 상황을 '대출을 못 갚았는데 또 대출을 받은 격'이라 비유했다. 이경규는 "미치겠다. 반려견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라며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냉정히 말하면, 보호자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선한 의도에서 한 일이기에 더 안타까웠다. 청결 문제도 심각했지만, 서열 문제가 더 심각했다. 질서가 없다면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 농후했다.

강형욱은 열악한 환경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반려견의 사정을 모른 채 입양만 반복하며 (본인의) 행복만 말하는 보호자의 '이기심'을 언급했다. 훈련과 질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반려견 수가 계속 늘어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강형욱은 훈련 방법 제시가 우선이 아니라며 반려견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현실적 조언도 잊지 않았다. 물론 보호자가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였다.

보호자가 아니라, 반려견이 행복한지
 

▲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첫 번째 훈련은 '집 안의 질서 되찾기'였다. 강형욱은 룰루가 과격하게 짖고, 댕이가 룰루를 향해 짖는 모습을 포착했다. 새로운 소식을 알리고 싶어 하는 룰루와 질서를 유지하고 싶은 댕이의 성향은 곧 충돌할 터였다. 강형욱은 댕이가 성견이 되면 룰루는 심하게 물릴 거라 예견하며, 보호자에게 룰루를 소파에서 내려 보내도록 지시했다. 룰루의 시대가 끝이 끝나자 집 안에 질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실내 화장실 만들기 팁

①대형 사이즈의 배변 패드를 넓게 깐다
②여러 장의 대형 패드를 겹쳐 깐다
③맨 위에는 작은 패드를 겹쳐 깐다.
 

두 번째 훈련은 '실내 배변 훈련'이었는데, 이를 위한 필수조건은 '깨끗한 집'이다. 강형욱은 새로운 화장실로 부엌을 추천했다. 이유는 집에서 가장 아늑하고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강향욱은 반려견이 소변을 보면 작은 패드를 곧바로 버려 청결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소변 닦은 걸레를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에 걸쳐 놓으면 화장실로 인식시키기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이건 그냥 오줌이야." (강형욱)

마지막으로 '깨끗한 집 만들기'에 돌입했다. 환경을 바꾸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집 안 곳곳에 있는 오줌 자국에 질색했다. 그리고 화장실 그 자체인 소파부터 버리고, 그 자리를 켄넬로 채우도록 권했다. 같은 거실에 살더라도 분리된 공간으로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보호자는 애착 소파를 좀처럼 포기하지 않으려 했으나 끝내 강형욱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보호자들이 해야 할 일은 반려견들이 화장실 밖에서 소변을 보려고 할 때마다 다가가서 불편하게 만들어 부엌에 만든 화장실을 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7남매는 규칙을 잘 받아들이는 기질이었다. 당장 눈앞의 문제는 해결했지만, 강형욱을 화나게 한 보호자의 무분별할 입양은 곱씹어봐야 할 문제이다. '내'가 아니라 '반려견'이 행복한지 물어봐야 함을 잊지 말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