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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 흔들린 '고려거란전쟁', 시청자들이 실망한 이유는?

[주장] 17화 이후 납득 안되는 이야기 전개... 원작자-제작진 갈등까지 발생

등록|2024.01.24 11:15 수정|2024.01.24 11:15

▲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 KBS


잘나가가던 <고려거란전쟁>의 앞길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 주요 부문을 휩쓸었고 모처럼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을 두고 시청자 뿐만 아니라 원작 소설 작가의 비판이 쏟아졌다.

​제목에 걸맞지 않은 궁중 암투 중심의 이야기 전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몇몇 시청자는 공식 동영상에 날선 댓글을 퍼붓는가 하면 KBS 시청자센터 게시판에 항의글을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원작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최근 방영분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담당 PD와 드라마 극본을 집필한 작가의 반박이 이어졌고 곧바로 원작자의 재반박이 등장하는 등 <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양규(지승현 분), 김숙흥(주연우 분) 장군의 처절한 싸움과 안타까운 전사로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이 드라마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7회부터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한 장면. ⓒ KBS


문제의 발단은 제2차 여요전쟁 이후의 내용을 그린 17화 이후의 전개에서 비롯되었다. 생뚱맞은 현종(김동준 분)의 낙마 사고를 비롯한 핵심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시청자들의 반감을 자아냈다. 고려 역사상 성군으로 평가를 받았던 인물을 이른바 '금쪽이'라는 시청자들의 비아냥이 등장할 만큼 부족하고 모난 성격으로 그려내면서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

뿐만 아니라 강감찬 장군(최수종 분) 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표현되면서 이에 분노한 시청자들 또한 적지 않았다. 이전까지의 방영분에선 대의를 위해선 자신의 생각을 숨기면서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에도 능했던 인물이 최근 회차에선 감정 표출도 서슴지 않는 등 마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춰질 정도였다.

​이밖에 현종이 원정왕후(이시아 분)와 척을 지고 김은부(조승연 분)의 딸 원성(하승리 분)과 부부의 연을 맺는 등 궁중 암투에 과도한 비중을 부여한 <고려거란전쟁>은 그동안 보여줬던 내용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원작자 vs. 제작진+드라마 작가의 감정 싸움​
 

▲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한 장면. ⓒ KBS


<고려거란전쟁> 최근 방영분에 대한 논란은 급기야 원작 소설가와 드라마 연출을 맡은 PD 및 극본을 쓴 작가의 진실공방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 및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역사적인 사실에서 벗어난 내용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서 특히 현종에 대한 부정적 묘사에 대해 요목조목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전우성 PD는 입장문을 통해 "원작자에 자문 요청했지만 거절을 했고 이에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하여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드라마 대본을 집필한 이정우 작가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했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라고 반박에 나섰다.

​제작진+드라마 작가의 입장이 공개된 직후 길 작가는 "본인은 자문을 거절한 적이 없었다"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재반박에 나섰다. 드라마 제작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갈등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하고 있다.

시청자 기대치 벗어난 드라마의 방향성
   

▲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한 장면 ⓒ KBS


원작 소설 혹은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되면서 내용의 변질, 등장인물의 변화는 종종 시청자, 관객들의 반발을 자아내곤 한다.  tvN <치즈인더트랩>, JTBC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드라마는 결국 막판 전개로 인해 용두사미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의 <고려거란전쟁> 역시 자칫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게 될까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실존하는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전 현대물 소재 드라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역사책,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로 학습이 이뤄진 상태에서 <고려거란전쟁>을 지켜본 입장이라면 역사 소재 드라마의 흔들리는 이야기 전개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제작진과 원작자 사이의 갈등 문제와 별개로 <고려거란전쟁>의 17~20회차 내용은 분명 시청자들의 기대치에 미흡했던 방영분이었다.

제작진은 일련의 입장문에서 방향성의 차이를 자주 언급하고 있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목격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시청자들에 대한 미안함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원작이 있더라도 각색이 이뤄지고 다양한 시각을 담은 인물 및 사건의 재해석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17화 이후의 내용은 좀처럼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작진이 말하는 그 방향성은 경로를 제대로 가리키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

보는 이들을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하는 극의 내용이라면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사람들이 KBS 대하 드라마를 기다렸던 점은 흔하디 흔한 퓨전 사극이 아닌, 정통 사극의 부활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데 드라마의 틀이 크게 휘청거렸고 이는 곧바로 납득할 수 없는 작품에 대한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우리가 바라는 건 제2의 <조선구마사> 혹은 <고려거란 '사랑과 전쟁'>의 등장이 결코 아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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