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상대 '사우디 아라비아'의 윙백, 하이브리드 역습 어떻게 막지?
[2023 AFC 아시안컵 16강 미리보기] 한국 vs. 사우디 아라비아
▲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첫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 심재철
이제부터는 뒤를 돌아볼 겨를 없는 토너먼트 외나무다리다. 상대 팀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덤볐다가는 후회조차 소용없는 단판 게임일 뿐이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주장 살렘 알도사리를 빼고 사우디 아라비아 축구를 말할 수 없지만 그는 이제 겸손한 조력자 역할을 해내고 있기에 16강 상대 한국 수비수들이 더 주목해야 할 선수들은 따로 있다고 봐야 한다. 먼저 사우디 아라비아 공-수 연결 고리라고 말할 수 있는 윙백 움직임을 경계해야 하며, 살렘 알도사리의 파트너로 결정된 공격수를 위험 지역에서 단단히 밀어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계 대상 ①] 붙박이 쓰리백과 오른쪽 윙백 '압둘하미드'
이탈리아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맡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번 대회 F조 1위(2승 1무 4득점 1실점)로 16강에 올라왔는데 조별리그 세 게임 중 승점 3점을 챙긴 두 게임 모두 3-5-2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오만과의 첫 게임 극적인 역전승 드라마를 만들 때 내준 페널티킥 골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유일한 실점 기록일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매우 뛰어나다. 만치니 감독이 3-5-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준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 심재철
쓰리백의 왼쪽은 알 불라이히, 가운데는 알리 라자미, 오른쪽은 탐바크티가 맡는다. 이들 셋 조합은 조별리그 1, 2차전 두 게임 모두 일치했다. 탐바크티가 약간의 부상이 생겨 키르기스 공화국과의 두 번째 게임 후반 9분 만에 벤치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어 16강에 다시 수비 조직력을 갖춰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들 수비수들은 앞에 배치된 다섯 명의 미드필더들과 공간과 역할을 나눠 세 게임을 펼치면서 필드 골을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다. 알리 알 불라이히는 태국과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0-0)에도 풀 타임으로 뛸 정도로 사우디 아라비아 수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특히 오만과의 첫 게임 페널티킥 실점으로 70분이 넘어설 때까지 0-1로 끌려다녔지만 수비수들의 놀라운 세트피스, 세컨드 볼 집중력으로 2-1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75분에 교체 선수로 들어간 라인 브레이커 압둘라흐만 가리브가 78분에 동점골을 넣었는데 센터백 알리 라자미가 어시스트했고, 단짝 수비수 알 불라이히가 후반 추가시간 6분에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는 점은 사우디 아라비아 수비수들이 몸 날리는 수비만 잘 해내는 것이 아니라 세트피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 골문 앞에서 웬만한 골잡이 이상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이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게임에서 코너킥 세트피스로 어이없는 자책골을 헌납하는 순간이 불편하게 떠오른다. 바레인과의 첫 게임에서 내준 동점골 순간도 우리 골문 앞 세컨드 볼 집중력이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이기도 하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3-5-2 포메이션을 숫자로만 보면 수비 지향적인 팀이라고 속단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양쪽 윙백을 잘 활용하여 상대 팀이 감당하기 힘든 역습 속도와 다양성을 갖춘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 오른쪽 윙백 압둘하미드가 있다.
압둘하미드는 붙박이 쓰리백, 주장 살렘 알도사리, 가운데 공격형 미드필더 모하메드 칸노, 골키퍼 알 카사르와 함께 조별리그 1, 2차전에 나란히 스타팅 멤버로 뛴 베스트 일레븐 자원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특히 전반전에 압둘하미드 쪽 측면 플레이로 결정적인 슛 기회를 만들어낸다. 압둘하미드는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얼리 크로스에도 능하며 로빙 크로스 정확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무리한 솔로 드리블을 즐기지는 않지만 공격수나 가운데 미드필더와 주고받는 공간 패스는 종종 날카로운 컷 백 크로스까지 완성도를 높인다.
부상중인 이기제 대신 김진수가 압둘하미드 쪽을 맡겠지만 왕성한 기동력을 커버할 수 있는 동료와의 협력 수비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경계 대상 ②] 라인 브레이커 '압둘라흐만 가리브'
압둘하미드 반대쪽인 왼쪽 윙백에는 나세르 알 도사리나 알 부라이크 두 선수 중 컨디션이 좋은 멤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자리는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에이스 살렘 알 도사리가 맡을 수도 있다. 그만큼 사우디 아라비아의 왼쪽은 하이브리드 부분 전술이 가동되는 곳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그들의 후반전 역습이 빠르게 전개되는 구역이 바로 왼쪽 측면이다. 살렘 알 도사리가 직접 역습 공간 침투에 나서기도 하지만 그는 이제 겸손하게 옆이나 뒤에서 동료들을 지원하는 가짜 9번 역할을 맡는 경우가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띄는 점이다.
살렘 알 도사리는 명목상 3-5-2 포메이션 맨 앞쪽이지만 실제로 그가 서 있던 바로 그 공간으로는 압둘라흐만 가리브가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패턴의 역습 전술을 여러 차례 시도한 게임이 바로 태국과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이었다.
1월 26일 바로 그 게임 직전 한국이 E조 2위로 16강에 올라가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만치니 감독은 거의 2군 멤버에 가까운 라인업으로 태국을 상대로 역습 전술을 여러 차례 시험한 것으로 보였다. 그 배경으로 한국의 측면 수비가 붕괴 직전이라는 정보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1월 25일, 한국 3-3 말레이시아)에서 측면 수비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고 뒷문에 큰 구멍을 보여주고 말았다.
▲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 포메이션과 주요 기록 ⓒ 심재철
압둘라흐만 가리브는 아무래도 교체 멤버로 아껴두었다가 한국 수비의 구멍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시점에 들여보낼 가능성이 있다. 살렘 알 도사리의 공격 파트너로는 멀티 플레이어 알 셰흐리나 뚝심 좋은 알 브리칸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준비할 만한 더 공격적 포메이션을 예상하면 '살렘 알 도사리-알 브리칸-압둘라흐만 가리브'로 쓰리톱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기에 역습 상황에서 라인 브레이킹 실력이 뛰어난 압둘라흐만 가리브를 활용하여 한국 수비수 뒤쪽 공간을 허물려고 할 때 또 다른 위험 지역으로 파고드는 알 브리칸이나 모하메드 칸노, 살렘 알 도사리를 경계해야 한다.
이번 대회 한국 수비수들이 공과 드리블러에만 시선을 빼앗기다가 세컨드 볼에 집중을 못하면서 어이없는 골을 많이 내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컨드 볼 수비 집중력이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이나 이순민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 16강을 통과한 직후 겨우 2일 밖에 쉬지 못하는 숨가쁜 일정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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