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과학기술계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 "변화 물꼬 튼 건 반가운 일"

기재부장관 주재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서 의결... '연구자율성 보장' 근본적 제도개선 촉구

등록|2024.01.31 16:57 수정|2024.01.31 17:09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국회 통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아래 출연연)의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던 공공기관 족쇄가 풀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아래 과기정통부)는 3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그 소관 21개 연구기관(부설연구기관 4개 포함시 총 26개 기관)이 공공기관 지정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에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지원체계 혁신으로 이어져, 우리 과기 출연연이 세계 최초·최고의 연구 수행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현장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위원 오찬 간담회에서 건의를 받아들인 윤 대통령이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이루어졌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7년 이후 줄곧 공공기관으로 관리되면서 연구기관으로서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다른 공공기관들과 동일한 총인건비 제한 등의 규제가 적용됐다"면서 "이로 인해 해외 유수 연구기관과 경쟁해야 하는 출연연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연구현장의 의견이 10여 년 이상 지속됐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는 현장의 최대 숙원사항을 해소하면서 출연연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연구의 수월성을 높일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운영 체계를 만드는 한편, 국가적 임무 및 목표를 책임지고 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그치지 않고 지정 해제를 통해 우수 연구자 영입 등 급변하는 기술 환경 변화에 기민한 대응이 가능해지고, 출연연간 협업이 촉진되어 지식의 이동과 융합연구가 활발해지는 창의적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는 2월 14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출연연 기관장이 함께하는 혁신방안 발표회를 갖고, 향후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운영방향과 제도개선 사항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장과 소통을 통해 혁신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나갈 방침이다.

주한규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10여 년에 걸친 연구현장의 오랜 숙원이 해소됨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과기 출연연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현장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 "연구 자율성 보장의 초석으로 만들어야"

한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통통신위원회 간사)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공기관 지정해제는 과학계의 숙원이었던 만큼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단순히 관리자가 바뀌는 수준이라면 무용지물이다. 연구 자율성 보장을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조 의원은 "출연연은 그동안 '공공기관'이란 족쇄에 묶여 각종 불합리한 규제에 시달려 왔다"면서 "연구기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인력운영, 예산집행, 기관평가, 인건비 지침을 일괄 적용받으면서 연구 현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억눌려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목적기관' 분류를 신설했으나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제도 개선이 매우 더뎠다"며 "이번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보여준 역대급 과학기술 홀대와 최근의 사건들이 우려를 키운다"면서 "과기부는 공공기관 지정해제 후속 조치를 논의하며 기관평가를 1년 단위로 단축하는 방안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출연연 간 정원과 인건비를 통합 관리하는 방안은 작년 발표한 '상대평가 전면도입'과 묶여 구조조정 우려를 낳고 있다. 사실이라면 과학계를 상대로 한 조삼모사식 기만이자, 제도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윤석열 정부가 뒤늦게 '소원수리'를 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니, 이런 의심과 회의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투명하고 진지하게 후속 논의에 임해야 한다.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연구 환경 조성이 '과학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첫걸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이번 공공기관 해제 규제 개선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추가적인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