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난동' 무기징역... 유족 절규 "대체 어떻게 해야 사형?"
수원지법 성남지원 1심 선고 "반인륜 범죄, 심신미약 불인정"... 법정 밖 눈물바다
▲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고 김혜빈씨의 어머니가 1심 선고 직후 김씨 친구의 품에 안겨 울고 있다. ⓒ 박수림
"대체 어떻게 해야 법정 최고형이 나오는 겁니까?"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행인들을 차로 들이받고 백화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14명의 사상자를 낸 최원종(23)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법정을 나온 피해자 유족들과 지인들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이렇게 여러 사람이 힘써줬는데 (검찰이 구형한 사형이 아니고) 이런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라는 거냐"며 흐느껴 울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로 8월 29일 구속기소됐다. 고 김혜빈(당시 20세)씨와 고 이희남(당시 65세)씨는 그 과정에서 최씨가 운전하던 차량에 치였고 병원에서 치료받다 끝내 숨졌다. 범행 하루 전에는 분당구의 백화점과 지하철 역사 등에서 흉기 2개를 준비해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려다 범행을 포기한 혐의(살인예비)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 1월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없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형의 감경을 노리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고, 유족과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최씨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 "공소사실 모두 유죄, 재범 위험성도"
▲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고 이희남씨의 남편이 1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직후 법정에서 빠져나와 슬퍼하고 있다. ⓒ 박수림
재판부는 "이 사건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대중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키게 했고, 사건 발생 직후 테러를 예고하는 게시글이 온라인상에 빈번하게 올라오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되고, 피고인은 재범 위험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최씨가) 범행 직전까지 인터넷 브라우저에 '심신미약 감형' 키워드 등을 검색하는 등 증거·수사 기록에 비춰 피고인과 변호인이 주장하는 조현병 발현에 의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에 따른 형의 감경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며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고 살인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하고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 같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이 확정된 수형자에게는 가석방을 제한하는 방법으로서 무기징역 효과를 달성하는 방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유족 "검찰에 항소 요청"
▲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고 이희남씨의 남편이 1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발언하고 있다. ⓒ 박수림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은 선고가 끝난 뒤에도 약 30분간 법정 근처를 떠나지 못한 채 서로에게 기대 목 놓아 울었다. 피해자 지인들은 유족들 옆을 지키며 그들을 안고 토닥였다. 이들은 취재진과 만나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김혜빈씨 아버지는 "오늘 딸과 함께 선고를 보기 위해서 (딸이 생전에 입던) 과 점퍼를 입고 나왔는데, 저희가 바라던 결과가 안 나와서 실망스럽다"고 운을 뗐다.
울음을 삼키다 결국 눈물을 보인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형 집행이 일단 멈춘 상태라 재판부 입장에서는 사형 선고에 부담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면서도 "그렇지만 '피고인의 생명권을 박탈하면 안 된다'면서 무기징역 선고를 할 땐 너무 비참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선고 결과를) 납득할 수가 없다. 저희는 다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검찰에 항소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희남씨의 남편은 떨리는 손을 부여잡으며 "사전에 계획을 하여 잔인한 범행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고도 범죄자는 살아있는 세상이 참 원망스럽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게끔, 많이들 챙겨 주시고 보살펴주시길 바란다"며 취재진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최씨의 아버지도 참석했다. 그는 최씨의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으나 너무 심하게 거부했다. 미성년자일 때는 강제로 병원을 데리고 다녔는데 성인이 된 이후로는 가족들이 치료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고 강제 입원도 고려해 봤지만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고 김혜빈씨의 어머니와 김씨의 친구들이 1심 선고 직후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나가고 있다. ⓒ 박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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