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을 호위대로..." 책임·명분·신뢰 위기 놓인 민주당
선거제 퇴행 명분쌓기용 당원 투표 조짐에 안팎 비판 쇄도... 고민정 "숨지 말아야 한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위한 전 당원 투표 수순으로 가고 있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 대표가 당원들에게 선거제 퇴행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뿐 아니라 당원 투표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다며 비판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 선택을 위해서 전당워 투표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며칠째 쏟아지고 있다"며 "지도부에서 결정하지도, 논의하지도 않은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참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제 논의는 수개월 동안 이어져왔다. 이는 선악의 문제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선택과 판단의 영역일 것"이라며 전날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를 확정짓었던 일을 언급했다.
고 최고위원은 "선거제도 또한 마찬가지여야 한다"며 "의총에서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 바가 있는 만큼,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당원 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여진다"며 "우리는 과거 위성정당을 창당할 때, 서울·부산 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할 때 전 당원 투표로 동의를 얻어 실행했지만 큰 후폭풍에 시달렸고 지금까지 떼고 싶어도 떼어지지 않는 꼬리표로 남았다"고도 했다.
고 최고위원은 "숨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총선은 국민과의 시간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인지 최우선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길의 선택이 당원들에겐 더 큰 자부심과 자긍심을 성사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며 "그러자고 국민의 대표로 국회의원을 선출했듯, 그러자고 정당의 대표로 지도부를 선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임정치 하자고 정당 대표로 지도부 뽑았는데..."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 당원 투표를 통해서 (선거제를) 결정하겠다, 이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도 짚었다. 그는 "전 당원 투표제는 제가 2018년에 만들었는데 합당, 공천, 특별당규 이런 건 전 당원 투표제로 하고 다른 경우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당원들의 요구가 있을 때로 딱 못이 박혀 있다"며 "이거(선거제 투표)는 제정 취지하고도 맞지 않고, 대표나 지도부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들러리 제도로 변형된 것"이라고 했다.
최 전 수석은 "거기서 그렇게 했다고 그게 결정력이 있느냐. 아무 규정이 없다"며 "결국은 정치적으로 당대표나 지도부가 판단해야 될 문제를 당원들한테 떠밀고 어떻게 보면 당원들을 당권 호위대 비슷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거는 당에서 결정해야 될 문제로 회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립형으로 회귀하려고 전 당원 투표제라는 이상한 제안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게 통용되는 정당이라는 게 정말 우려스럽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철희 전 정무수석은 어떤 선거제도냐를 떠나서 민주당이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시키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날 YTN 인터뷰에서 "지금 제도(준연동형 비례제)가 엄연히 있다. 이걸 바꿀 건지, 말 건지 결정해야 하는데 만약에 바꾼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바꿉니다'라고 성실하게 해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 절차가 빠져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며 "(이재명 대표) 본인도 약속한 사안이지 않나"라고 했다.
"공당의 대표로서 약속한, 대선후보로서 약속한 사안이면 그만한 귀속력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걸 만약에 바꾸려고 한다면 국민들에게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두 번, 세 번,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우리 마음대로 할 겁니다, 이런 태도는 국민들이 볼 때 어떤 게 옳다라는 생각이 있더라도 과연 저렇게 절차를 밟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저는 거기서부터 뭔가 잘못 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 수석은 또 '연동형이면 민주당에 손해'라는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2018~2019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연동형 비례제도 도입 협상의 당사자이기도 했던 그는 "(연동형을 도입한) 지난번에 민주당도 180석을 얻었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또 "180석 있을 때와 123석 있을 때, 의석 수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지만 뭐가 많이 달라졌는지 일반 국민 입장에서 물어보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정당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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