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페퍼저축은행 결국 '19연패'... 불명예 기록 세우나

[여자배구] 3일 도로공사전 세트스코어 1-3 패배

등록|2024.02.04 11:19 수정|2024.02.04 11:19
도로공사가 광주원정에서 페퍼저축은행을 19연패의 늪에 빠트렸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6-24,25-19,17-25,25-17)로 승리했다. 지난 1월30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던 도로공사는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적립하며 5위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승점 5점 차이로 추격했다(9승17패).

도로공사는 반야 부키리치가 37.50%의 성공률로 18득점을 기록했고 배유나도 서브득점4개와 블로킹2개를 곁들이며 17득점을 올렸다. 신인 김세빈도 블로킹 4개를 포함해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1득점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으로 도로공사의 승리에 기여했다. 반면에 페퍼저축은행은 이날도 팀 리시브효율이 15.85%에 그치며 그나마 가장 해볼만했던 도로공사를 상대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챙기지 못하고 19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강제 세대교체' 중인 디펜딩 챔피언
 

▲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 박정아를 영입하며 전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후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2승 무패, 챔피언 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3승2패로 꺾고 극적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챔프전에서는 2연패를 당한 후 내리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며 많은 배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기세를 이번 시즌까지 끌고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도로공사의 전력이 약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주요선수 5명이 한꺼번에 FA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만큼 주요선수들의 연봉인상이 불가피했는데 정해진 연봉상한선에서 FA 5명을 모두 붙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토종에이스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 미들블로커 정대영이 GS칼텍스 KIXX로 이적했다.

도로공사는 보상선수 이고은을 통한 트레이드를 통해 전체 1순위 신인 지명권을 얻으면서 최대어로 꼽히는 한봄고의 미들블로커 김세빈을 지명했다. 하지만 김세빈이 아무리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라 해도 단숨에 정대영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8월에도 트레이드를 통해 아웃사이드히터 고의정과 세터 박은지를 영입했지만 이들 역시 당장 기존 선수들을 제치고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할 정도의 선수들은 아니었다.

도로공사는 7개 구단이 동일한 조건으로 구슬추첨을 진행했던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4순위 지명권을 얻어 태국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타나차 쑥솟을 지명했다. 하지만 지명 당시만 해도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팀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가장 불리한 7순위 지명권을 뽑아 해외리그 경험이 없는 부키리치를 지명했다.

이윤정 세터를 제외하면 주전선수 대부분이 30대로 구성돼 있던 도로공사는 FA선수들의 이적과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며 이번 시즌 '강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성적과 세대교체를 둘 다 잡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개막 후 1라운드 1승5패, 2,3라운드 2승4패를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모든 종목이 그렇듯 '디펜딩 챔피언'의 하위권 추락은 나머지 구단들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부상' 오지영 리베로까지 쓰고도 1-3 패
 

▲ 한 달 넘게 승점조차 추가하지 못한 페퍼저축은행에게 도로공사전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였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가 챔프전 우승 후 전력이 하락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구단은 다름 아닌 페퍼저축은행이었다. 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끌고 FA자격을 얻은 '클러치박' 박정아를 영입한 구단이 페퍼저축은행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로 검증된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 베다르트를 데려오면서 확실한 좌우쌍포를 구축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내부 FA 오지영(3년10억)과 이한비(3년10억6000만원)의 잔류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성적은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11월10일 GS칼텍스와의 2라운드 첫 경기를 끝으로 지난 1월31일 현대건설과의 후반기 첫 경기까지 단 한 번의 승리도 추가하지 못하고 무려 18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페퍼저축은행의 조 트린지 감독은 세터와 아웃사이드히터 등 선수들을 바꿔가면서 연패 탈출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그 어떤 전술도 통하지 않았다.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는 스포츠의 뻔한 구호가 무색해진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연패 기록(21연패)에도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따라서 페퍼저축은행에게는 안방에서 6위 도로공사를 상대했던 3일 경기가 매우 중요했다. 그나마 가장 전력차이가 적은 데다가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첫 승 제물이기도 했던 도로공사는 페퍼저축은행이 가장 해볼만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도로공사전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는 페퍼저축은행은 허리부상이 있는 오지영 리베로까지 선발 출전시키며 승리를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세트스코어 1-3 패배였다. 박정아가 15득점,이한비가 13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어깨가 좋지 않은 야스민이 29.03%의 성공률로 10득점에 그친 것이 치명적이었다. 무엇보다 20%도 채 되지 않는 팀 리시브 효율로는 효과적인 경기를 펼칠 확률이 매우 낮았다.

도로공사전 패배로 19연패를 당한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6일 GS칼텍스,10일 기업은행, 그리고 16일에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를 차례로 상대한다. 세 팀 모두 치열한 중위권 경쟁으로 1승과 승점 1점이 시급한 데다가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보여준 팀들이다. 앞으로 세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연패기록을 세우게 되는 페퍼저축은행의 도로공사전 패배가 더욱 뼈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