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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훌쩍 뛰어넘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맹활약

[여자배구] 득점 6위 메가 비롯해 폰푼-위파위-레이나 등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등록|2024.02.06 09:34 수정|2024.02.06 09:34
지난 2009년 K리그는 기존의 외국인 선수 3명에 아시아 축구연맹 소속선수 한 명이 더해진 '3+1'의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역대 우즈베키스탄 A매치 최다출전선수 세르베르 제파로프와 2010년 성남의 AFC 우승멤버였던 호주 출신 수비수 사샤 오그네노브스키 등이 대표적인 아시아쿼터 출신 외국인 선수다. 주로 일본과 호주,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집중돼 있지만 가끔 베트남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선수들이 활약하기도 했다.

프로농구에서는 지난 2020년 5월 KBL과 일본 B.리그의 합의로 아시아쿼터가 성사됐다. 2020-2021시즌과 2021-2022 시즌까지는 한일 선수들끼리의 이적만 있었지만 2022-2023 시즌 필리핀 선수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필리핀 선수들이 대거 KBL 무대를 밟았다. 그중 2022년 7월 정관장 레드부스터스 유니폼을 입은 필리핀 출신의 렌즈 아반도는 '탈아시아급' 운동능력을 선보이며 농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V리그에서는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창단한 2021년부터 아시아 쿼터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리고 남녀부 7개 구단은 14명의 아시아쿼터 선수를 모두 지명했다. 특히 여자부에서는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선발되면서 다양한 나라와 포지션의 선수들이 배구팬들에게 선을 보였다. 과연 아시아쿼터 도입 첫 시즌 아시아 쿼터로 들어온 선수들은 어떤 활약을 하고 있을까.

기대보단 불안요소가 많았던 아시아쿼터
 

▲ 첫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배구팬들에게 알려진 선수는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정도 밖에 없었다. ⓒ 한국배구연맹


사실 아시아쿼터는 아마추어 배구계에서 이미 시행이 되고 있었다. 중국과 몽골 등 신체조건이 좋은 해외국적 선수를 국내 학교로 전학시킨 후 한국 국적을 따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GS칼텍스 KIXX와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서 활약했던 중국 연길 출신의 이영과 2019년 한국에 입국해 2021년 염혜선(정관장)의 부모에게 입양된 195cm의 역대 최장신 미들블로커 염어르헝(페퍼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논의만 될 뿐 좀처럼 시행이 결졍되지 않았던 아시아쿼터는 2022년 7월에 열린 이사회를 통해 2023-2024 시즌부터 정식으로 도입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처음으로 치러지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인 만큼 구단 간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팀 당 똑같이 1/7의 확률이 주어졌고 2023년 2월 20일부터 3월 21일까지 한 달간 실시된 접수기간 동안 여자부에서는 24명의 선수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남자부는 32명).

첫 아시아쿼터 참가 선수들이 정해졌을 때 배구팬들은 기대보다 아쉬움의 목소리가 더 컸다. 무엇보다 아시아 국가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중국(6위) 선수들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세계랭킹 9위 일본 선수 역시 3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자국리그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은 튀르키예 등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기 때문에 일정이 빡빡한 V리그에서 적은 임금을 받고 활약할 이유가 없다.

그나마 위안인 부분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괴롭히고 있는 태국 선수들이 8명이나 아시아쿼터에 참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2010년대를 풍미했던 눗사라 톰콤으로부터 태국의 국가대표 주전세터 자리를 물려받은 폰푼 게르파르드(IBK기업은행 알토스)는 드래프트 당시부터 최대어로 주목받았고 실제 1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폰푼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국내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GS제외 각 구단 주전으로 맹활약 중
 

▲ 인도네시아 출신의 메가왓티 퍼티위는 이번 시즌 득점 6위에 오르며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23년 4월 21일 비대면으로 실시한 여자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7명의 선수가 지명을 받았다. 이 중 GS칼텍스의 메디 요쿠는 안혜진의 수술 때문에 태국의 세터 소라야 폼라로 교체됐고 소라야 역시 아기를 갖게 되면서 다시 필리핀 출신의 세터 아이리스 툴레나다로 교체됐다. 예상치 못했던 두 번의 교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GS칼텍스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은 처음 지명했던 선수들로 현재까지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시즌 전까지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활약은 배구팬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사실상 아시아쿼터 없이 시즌을 치르는 GS칼텍스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의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각 구단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국내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선수도 있었지만 5라운드를 치르고 있는 현재는 모두 각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로 자리잡았다.

태국 대표팀으로 활약하며 V리그 개막 전부터 VNL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국내 배구팬들에게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폰푼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하지만 개막 당시 실력보다는 히잡을 쓰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더욱 화제가 됐던 인도네시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의 활약은 대단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메가는 이번 시즌 26경기에서 559득점을 올리며 득점순위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현대건설의 위파위가 39.37%의 리시브효율과 39.3%의 공격성공률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현대건설의 선두질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레이나 토코쿠도 가장 늦은 7순위로 지명됐지만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를 오가며 팀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타나차 쑥솟과 페퍼저축은행의 엠제이 필립스 역시 소속팀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은 다음 시즌부터 아시아쿼터 대상국가를 아시아배구연맹에 등록된 65개 전체 회원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더 많은 나라의 선수들이 V리그의 문을 두드리면 더 좋은 선수가 V리그에서 활약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외국인 선수에 아시아쿼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분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아시아쿼터를 통해 V리그에서 다양한 나라의 선수들을 접할 기회가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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