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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덩어리 '흉물 보' 철거하라"... 수력발전소에서 피케팅

세종·충청지역 환경사회단체, 6일 기자회견... 세종보 재가동·수목제거 작업 중단 촉구

등록|2024.02.06 20:27 수정|2024.02.08 13:14

▲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병기

 

▲ 세종보 재가동을 앞두고 세종시가 세종보 주변 퇴적지의 준설과 수목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병기


이명박 정권 시절의 4대강사업 공사현장을 보는듯했다. 덤프트럭과 포클레인들이 들락거리며 세종보 상하류의 모래 퇴적지 위에서 수목제거와 준설 작업을 벌였다. 오탁방지막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붉은 흙탕물이 금강으로 그대로 유입됐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6일 세종보 수력발전소 위에 올라가 '보 해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생명을 죽이는 고철덩어리, '흉물 보'를 해체하라."
"죽은 세종보를 좀비처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세종과 충청 지역의 환경사회단체들은 이날 퍼포먼스에 앞서 세종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는 5월 재담수를 위해 세종보를 수리하고 있는 환경부와 이에 앞서 세종보 직상류에 쌓인 퇴적토의 수목 제거와 준설 작업을 벌이는 세종시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성명서에는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세종여성, 세종YMCA,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 세종통일을만드는사람들, 녹색정의당세종시당,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등 세종과 충남 지역 단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사회를 맡은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세종보 수문을 개방하면서 우리가 사라졌다고 믿었던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가 돌아오는 등 4대강사업으로 망쳤던 상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면서 "이수나 치수에 아무런 쓸모가 없고 오히려 생태계만 파괴하는 것으로 판명된 세종보를 재가동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세종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사회단체들은 6일 세종시청 앞에서 세종시의 세종보 준설 작업 중단과 환경부의 세종보 재가동 계획 철회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환경새뜸] 고철덩어리 세종보 재가동하려고 생태계 보고 파헤쳐... 환경단체 기자회견 #세종보 #윤석열 #4대강사업 ⓒ 김병기


첫 발언자로 나선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사무처장은 "지난 정부에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3~4년에 걸쳐 보 처리 방안을 연구하고 해체에 대한 이행 방안을 결정했는데 윤석열 정부의 하수인인 환경부는 그 내용을 무시하고 이미 죽은 세종보를 좀비처럼 일으켜 세우려 한다"면서 "보 해체 비용의 10분의 1에 가까운 돈을 1~2개월 안에 금강에 쏟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혁재 녹색정의당 세종시당 위원장은 "작년에 공주에서 대백제전을 한다고 공주보 수문을 가둔 뒤 3일 만에 녹조가 발생하고, 한 달 만에 고마나루 모래밭이 펄밭이 됐다"면서 "세종보 수문을 닫으면 녹조가 발생하고 악취가 진동할 텐데, 세종시는 세종보 담수를 전제로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밀실에서 반민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보는 4대강 보 중 고장이 가장 많았던 '고물 보'"

이날 기자회견문은 조성희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과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낭독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세종보는 부실로 얼룩지면서 매년 고장이 발생하고, 2018년에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물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면서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16개 보 중 가장 고장이 많이 발생했고, 작은 소하천에나 적용되는 전도식가동보를 금강 본류에 설치한다는 설계 자체부터 오류"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4월 말까지 보를 점검해 5월 재가동하겠다는 목표로 30억을 투입해 '보 운영 정상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세종시는 '2024년 국가하천(금강) 지장수목 정비공사'라는 명목으로 2억 5천여만 원을 들여 세종보 일대의 수목을 베어내고 모래를 준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환경단체들은 세종보에 물을 담수했던 2018년 이전에는 "매년 녹조가 창궐했고,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강변에는 4급수 지표생물인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만 득실득실했다, 금강은 생명이 말살되기 직전이었다"면서 "하지만 세종보를 개방하면서 지금까지 6년간 금강은 스스로 자연성을 회복해왔다"고 강조했다.

"수문 개방 후 돌아온 멸종위기종 서식처 파괴"
 

▲ 환경단체들이 6일 세종보 수력발전소 위에서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김병기


사실 환경부도 지난 정권 때에 수문 개방 이후 세종보 주변의 생태계가 회복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수차례 내기도 했다. 모래와 자갈이 쌓인 세종보 상류는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의 서식지로 바뀌었고,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와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하는 비오톱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세종보를 재가동한다면 금강 생태계가 다시 비상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게 이날 환경단체들이 내비친 위기의식이다. 우선 세종시는 2월 말까지 진행되는 정비 공사를 통해 5만㎥에 걸친 퇴적지의 수목을 베어내고, 200여 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정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중장비가 투입돼 수목을 제거하고 모래를 준설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포스트 4대강 사업'에 다름이 아니다"라면서 "세종시와 환경부는 벌목과 준설로 얻을 수 있는 실재 재해예방효과는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은 채 사업을 마구잡이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보 수력발전소 위에서 '보 해체' 피케팅

환경단체들은 마지막으로 "세종보가 홍수위를 상승시켜 홍수 등 재해를 유발하고 재난 규모를 키운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면서 "환경부가 말하는 '보 운영 정상화'는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이다, 가까스로 금강을 회복시킨 보 개방을 무위로 돌리고, 국민 생명 안전과 직접 연관된 물 정책을 정쟁의 도구로만 활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세종보 수력발전소 위에 올라가 '보 해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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