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전공의들, 단체행동 '신중모드'... 복지부 "다행스럽게 생각"

대전협, 임시총회 후 비대위 전환... 복지부 "환자 곁 지켜주는 결단 내려주길 당부"

등록|2024.02.13 11:02 수정|2024.02.13 11:37

▲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면서 '총파업'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 연합뉴스


전국의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강대강' 대치 모드를 취하기보다 당장은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지는 않는 '신중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박단 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13일 "어제 전공의단체의 임시총회가 진행됐다.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는 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전공의들은 환자 곁을 지켜주는 결단을 내려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수본 부본부장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오전 10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밤낮으로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병원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 지속 가능한 일터로 만들 수 있도록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12일) 오후 9시부터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시작해 4시간가량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번 총회에서 파업 여부 등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부가 업무복귀 명령 거부시 의료법에 따른 처벌,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업무개시 명령 위반시 의사면허 취소 검토 등 공격적인 강경 대응 방침을 쏟아내자 단체행동에 부담을 느껴 신중모드에 들어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당장 단체행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개별적으로 이번 달 말 병원과의 수련계약서 갱신 거부 등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다양한 방법의 '준법 투쟁'을 전개할 가능성 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복지부 "의사 증원 정책은 오직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정"
 

▲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수본 회의 브리핑에서 의사단체 등에서 언론을 통해 제기한 내용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우선 박 차관은 '의대증원 발표는 선거용이며, 선거 후 의료계와 숫자를 줄이는 타협을 할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 "의사 증원 정책은 오직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린다"면서 "보건복지부는 4월 전에 학교별 배정을 확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정부의 필수의료 개혁은 의사를 죽이는 또는 노예화하는 정책'이라는 문제제기에 "정부의 필수의료 개혁은 의료인과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며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고, 사법적 부담은 덜어주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덧붙여 "국민들이 제 때,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박 차관은 "그간 의료 현장에서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완화, 공정하지 못한 보상체계 개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번 아웃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며 "정부의 의료 개혁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자, 의사와 환자를 모두 살리는 대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부연했다.

또 박 차관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맞섰다. 그러고는 "법을 지키고 환자 곁을 떠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의대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2천 명 증원은 너무 많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2000명 증원은 2035년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인력 15000명을 감안할 때, 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과도하지 않다"며 "19년 간 증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부족해진 의사 수를 감안하면 결코 많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박 차관은 "의대 정원은 의약분업 이후인 2000년부터 2006년까지 351명을 감축한 뒤 19년 간 정체했다. 의대 정원을 감축하지 않았다면, 2025년에는 6600명, 2035년에는 1만 명이 넘는 의사가 더 배출되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 2천명 증원하여 2035년까지 1만 명을 배출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너무 많이 늘리는 게 아니라 너무 늦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의사가 늘면 진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건보재정이 파탄난다'는 주장에 대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의사가 부족한 경우에는 의사가 늘면, 국민들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역 내에서 제 때 의료를 이용하게 되면 중증 예방으로 의료비가 절감되고, 서울 상경 진료를 방지해 사회적 비용도 절감되며, 무엇보다 지역 필수의료 인력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과 생명 위협보다더 큰 지출은 없을 것"이라며 "의사가 늘면,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증가시킨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없으며, 이는 직업윤리에 관한 문제"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다"며 "또한, 정부는 의료 남용 방지 등 건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박 차관은 브리핑을 마무리하며 의사들을 향해 "정부를 향한 비판은 자유롭게 하시기 바란다. 국민 앞에서 토론도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집단휴진, 집단 사직 또는 집단 연가 등 환자의 생명을 도구 삼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환자는 의사 여러분의 존재 이유다. 정부는 무너진 지역, 필수의료 체계를 바로 세워 국민 보건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해의사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며, 필수패키지도 이행해야 한다. 현장의 오래된 불합리한 문제는 의료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쳐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덧붙여 국민을 향해서는 "정부는 국민만을 바라보고 가겠다. 어떠한 어려움도 반드시 극복하겠다"며 "일부 직역에 의해 국가 정책이 좌우되지 않도록 압도적인 성원으로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적 지지와 호응을 요구했다.

전공의협의회, 12일 밤 임시총회서 전원 사퇴... 비대위 체제로 운영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13일 박 차관의 브리핑이 시작된 같은 시각인 오전 10시 홈페이지을 통해 전날 밤 '제27기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이사, 국원 전원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한 건'을 놓고 진행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 결과, "참석한 194단위(총 223단위) 중 찬성 175단위, 기권 19단위로 가결됐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박단 대전협 회장을 제외한 박명준 부회장, 고현석 정책이사, 오연우 정책이사, 이혜주 정책이사, 최세진 수련이사, 김경중 복지이사, 김민수 대외협력이사를 비롯한 집행부 국원 전원이 사퇴했으며, 이날부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