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K 푸드 열풍, 중심엔 BTS와 '이것'이 있다
[리뷰]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 kbs1
2023년 K 푸드 역사상 최초로 90억 달러의 농식품 수출이 이루어졌다. 전 대통령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배추를 길러 김치를 담궜다. 유명 래퍼 카디비는 자신의 sns에 떡볶이와 소떡소떡 등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전세계적으로 K 푸드의 명성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미국 슈퍼마켓에서 냉동 김밥을 없어서 못 산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비빔밥이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도대체 K 푸드는 어떻게 세계시장의 중심에 섰을까.
유민상, 수지, 홍석천, 슈카, 유빈 등 패널은 BTS, K 드라마 등 K 컬쳐의 인기에 힘입은 거라 답했다. 하지만 주 교수는 무엇보다 '맛'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세계인이 한국인의 K 푸드를 맛있다고 수용한 결과가 오늘날의 열풍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1954년 4월 26일자 '동아일보'가 처음으로 '한식'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여기서 말한 한식은 백반, 탕반, 설렁탕 등을 말한다. 특이한 건 대구탕이 들어가는데 이 대구탕은 생선이 주재료가 아니라, 대구 지역의 따로 국밥을 일컫는 말이었다.
지금 인기를 끄는 K 푸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식이라 여기는 것들에,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 그리고 길거리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 제조회사를 통해 만들어진 상품까지 '한국적인 음식'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주영하 교수는 정의 내렸다.
치킨은 K 푸드일까?
▲ KBS1 <이슈 Pick, 쌤과 함께>. ⓒ kbs1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1위를 차지한 치킨. 그렇다면 치킨은 K 푸드일까?
우리는 물론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치킨은 미국의 프라이드 치킨에서 유래됐다. 외국사람들이 K 푸드라 여기는 치킨은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한국식 치킨이다. 그런 식이다. 호떡은 중국으로부터, 길거리 핫도그는 영국으로부터 유래됐지만 이방의 음식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 것으로 변형된 것이다.
그래서 주영하 교수는 K 푸드의 특징을 '혼종성'이라 정의한다. 이질적 문화가 한국이라는 토양 위에서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안동의 종부 장계향이 쓴 <음식디미방>에는 '잡채'가 등장한다. 그런데 닭이나 꿩고기와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섞은 이 '잡채'에 우리가 아는 잡채의 당면이 빠져있다. 1922년 <조선요리제법>이란 책에서야 비로소 잡채에 당면이 등장한다. 1920년대 이미 사대문 안에는 중국 음식점이 200여 군데나 될 정도였지만, 1937년 이후 그 음식점 중 80% 이상이 휴-폐업을 하게 됐다.
중국집에서 '중국식 잡채'를 즐기던 한국인들은 그 맛을 자기 식대로 재현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당면을 넣은 잡채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잡채는 이승만 대통령 때 청와대 음식으로 등장하며 이른바 '시민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또 흥미로운 건, 잡채 소스의 변화다. 조선시대에 겨자 소스로 버무리던 잡채는 1930년대 조선 간장에 일본 간장을 더한 맛으로 거듭난다. 우리 장이 소금과 대두만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밀가루 등 탄수화물을 넣어 단맛을 더한 이른바 '왜간장'이 잡채의 맛을 업그레이드시키게 된 것이다. 이처럼 본래 우리의 '잡채'에 중국 잡채의 '당면'과, 일본 간장의 달큰한 맛이 더해지는 '혼용'의 과정을 거쳐 K 푸드 잡채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없어서 못판다는 냉동 김밥은 어떨까? 김과 밥을 함께 먹는 건 조선시대부터였다. 하지만 밥을 말린 김으로 둘러싼 음식은 일본음식 '노리마키'에서 유래된 것이다(1937 출판 '할팽연구').
하지만 일본의 김은 2겹으로 이루어져 그 김으로는 우리가 아는 김밥 맛을 낼 수가 없다. 1970년대 연탄이 보급되고, 연탄불에 김을 구워먹기 시작하면서 김 맛을 살리기 위해 한 겹으로 된 김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름과 소금을 뿌려만든 조미김 역시 한 겹 김으로 시작된 것이다. 때로는 옆구리가 터질 지언정 얇은 김으로 만든 김밥은 두툼한 일본 김으로 만든 '노리마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부터 대폭 늘어난 김밥 체인점이 김밥의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주 교수는 말한다. 김밥이나 잡채란 음식이 발전되는 과정처럼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끊임없이 품질 개발이 이뤄진 것이다. 이 같은 혁신이 K 푸드를 만든 진정한 요인이라고.
라면도 마찬가지다. 2023년 1조 원을 넘어선 라면 수출 강국이 된 우리나라. 하지만 그 역시 원조는 일본이다. 하지만 닭국물 베이스에 심심한 일본 라면과 달리 우리 라면은 무엇보다 '진한 국물' 베이스의 '얼큰한 맛'이 강점이다. 그래서일까. 엄동설한 러시아에서도 즐겨하는 해장 음식이 되었다고.
어디 라면뿐일까. 춘장의 맛에 단맛을 더해 재창조된 짜장면은 이제 중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음식이 되었다. 짜장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짬짜면'이나, 영화 <기생충>으로 유명해진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의 결합)'처럼 K 푸드는 지금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K 푸드 열풍은 세계로 뻗어가는 K 음식 문화의 척후병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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