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가대표' 소신발언... 박지수의 책임감이었다

[주장] 박지수가 품고 있는 애정과 열정 강하게 느껴져

등록|2024.02.17 11:46 수정|2024.02.17 11:47
한국여자농구의 간판스타 박지수(청주KB스타즈)가 최근 자신의 국가대표팀 관련 발언에 대하여 해명했다. 박지수는 지난 2월 16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원큐와의 맞대결에서 71-64로 승리한 후 인터뷰에 나서서 대표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지수는 앞서 지난 14일 부산 BNK와의 경기후 인터뷰에서 한국농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선수들의 인식 변화와 대표팀 운영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이자 단신팀인 이웃나라 일본이 세계의 강호들을 제치고 올림픽 본선티켓을 거머쥔 사례와 비교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지수는 한때 한국과 경쟁하던 일본농구가 현재는 더 앞서나가고 있는 현실에 부러움을 나타내며 "선수들이 더 잘 해야한다. 우리 선수들도 큰 무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또한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예비 엔트리 제도를 도입해서 내부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박지수의 주장이 보도된 이후 농구팬들은 대체로 그녀의 의견에 공감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지수는 당시 몇몇 언론을 통하여 보도된 발언이 자신이 원래 의도한 취지와는 다르게 자극적으로 전달되었다며 추가 해명에 나섰다. 박지수는 자신의 발언이 자칫 동료 선수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지수는 "WKBL 선수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실력이 문제라기보다 협회에서 대표팀 내부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지수는 "대표팀에 선수들을 모아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소속 구단의 양보와 배려도 있어야 한다. 구단에서도 에이스를 차출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한국여자농구를 위해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농구협회와 프로구단들 모두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력해 줄 것을 제안했다.

박지수의 발언이 이례적이었던 것은, 보수적인 한국농구 구조에서 선수 개인이 대표팀이나 리그 운영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현안에 대하여 섣불리 자기 주장을 밝혔다가 자칫 오해를 사거나 역풍을 맞기도 쉽다. 박지수도 이런 부분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구팬들은 박지수의 의견이 당연히 해야할 말을 했다는 반응이다. 한국농구의 지속적인 국제경쟁력 하락, WKKBL의 침체, 대표팀 운영시스템의 후진성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왔던 문제들이다. 하지만 수 년이 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촉구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박지수는 이전부터 한국농구에 대하여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마치고 귀국 인터뷰 당시 "일본이나 중국은 항상 비시즌에 모여 훈련을 하고 해외 평가전도 치른다. 우리는 국내에서 연습경기를 하거나 남자 선수들과 경기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뼈저리게 느꼈다"며 부실한 대표팀 운영과 협회의 지원에 일침을 놓은 바 있다.

2023년에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직후 "앞으로는 국제 대회가 없는 해라도 다른 국가들처럼 상시로 대표팀을 소집해 손발을 맞췄으면 좋겠다"며 "국내선수들도 리그에서의 이름값에 안주하지 말고 현실을 깨달아야한다. 외국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노력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한국농구의 변화를 위한 제안을 거듭해왔다. 이러한 용기는 남자농구 스타들에게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한국농구계에서 이 정도의 발언을 감당할 수 있을만한 위상과 파급력을 갖춘 유일한 선수가 박지수라는 사실이다. 박지수는 프로 데뷔 때부터 이미 슈퍼스타였고 20대 중반의 나이에 벌써 한국 여자농구 GOAT(역대 최고 선수)의 반열에 거론될만큼 압도적인 위상을 구축했다. 올시즌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복귀하자마자 소속팀 KB의 정규시즌 우승과 역대 최초로 5연속 라운드 MVP를 휩쓸며 리그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축구의 손흥민, 배구의 김연경, 골프의 박세리 같은 선수들은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자 아이콘으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이들은 중요한 현안에 직면했을때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목소리를 내기도 하며, 스타들의 발언은 상당한 무게감과 파급력을 지닌다. 때로는 쓴소리가 필요한 순간도 있으며 이를 통하여 사회적 관심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서의 의무이자 책임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박지수의 문제제기엔 틀린 말이 전혀 없다. 냉정히 말해 몇 년째 여자농구 대표팀은 사실상 박지수의 원맨팀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박지수가 홀로 리그를 폭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항마가 전무한 실정이다. 박지수에게도 건강한 경쟁자들이 생기고, 다른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더 올라와야만 한국농구도 발전할수 있다.

또한 대표팀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강화훈련과 예비엔트리 제도를 도입하여 대표팀 운영 시스템을 더 체계적으로 개선해야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재정문제와 협회-프로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하여 수 년째 개선이 되지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농구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없었다면 굳히 불편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몇 년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한국농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한 박지수이기에, 충분히 이런 말을 할만한 자격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박지수만이 아니라도 많은 선수들이 현안에 대하여 용기있게 목소리를 내고 자기 주장을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할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