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밤에 피는 꽃' 이하늬가 만들어낸 인생작

[TV 리뷰] MBC <밤에 피는 꽃> 금토 드라마 3연속 히트 이끈 이하늬

등록|2024.02.18 12:26 수정|2024.02.18 12:26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 캡쳐 이미지 ⓒ MBC


MBC 금토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권선징악의 결말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16, 17일에 걸쳐 방영된 <밤에 피는 꽃> 11, 12화는 극중 악의 끝판왕 좌의정 석지성(김상중 분)을 처단하기 위한 조여화(이하늬 분), 종사관 박수호(이종원 분), 임금 이소(허정도 분) 등의 활약상이 그려졌다.

​지난 12일부터 총 12회에 걸쳐 방영된 <밤에 피는 꽃>은 2021년 <옷소매 붉은 끝동>, 지난해 <연인>에 이어 MBC 금토 드라마 및 사극의 자존심을 단단히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두자릿수 넘는 시청률, OTT 서비스에서의 선전 등 그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MBC가 3연속 인기작을 배출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한 것이다.

자칫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퓨젼 사극의 한계를 코믹한 분위기로 풀어내고, 여기에 "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라는 통쾌한 주제가 맞물리면서 <밤에 피는 꽃>은 방영 내내 인기를 누렸다. 주연을 맡은 이하늬의 시원시원한 연기에 힘입어 이제 MBC는 금토 드라마는 MBC 또한 <연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뒤이은 3연속 히트를 기록하면서 '드라마 왕국'으로 불리던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오빠 실종의 진실을 알게 된 여화​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 캡쳐 이미지 ⓒ MBC


회차가 거듭될수록 좌의정 석지성의 추악한 이면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왕을 비롯한 각종 의문의 죽음에도 깊숙히 관여되어 있음을 포착한 임금 이소는 좌의정의 아들 석정(오의식 분)이 살아 돌아온 것을 축하한다는 핑계로 그의 가족들을 대궐 안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호판 대감의 처 오난경(서이숙 분)도 불러들였다. 선왕을 비롯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독차를 대령해 석지성의 입으로 자신의 죄를 실토하게끔 만들고자 한 이소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석지성은 자신의 아들이 독차를 마실 위기에도 눈 까딱하지 않는 비정함을 드러낸다.

이 광경을 목격한 오난경은 "자식의 목숨도 아끼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증명해드릴 수밖에 없다"며 직접 독차를 마시며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숨이 멎기 직전 여화에게 오난경은 석지성이 여화의 오빠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평생 오빠가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여화에겐 청천벽력이었다.

악의 끝판왕, 석지성의 몰락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 캡쳐 이미지 ⓒ MBC


다시 복면을 쓴 여화는 자신의 검으로 직접 석지성을 처단하려고 했지만 박수호가 그 앞을 가로 막았다. "저 자를 죽이고 저도 죗값을 치르면 그만입니다"라는 여화에게 수호는 "제가 끝내겠다는데 왜 막으십니까"라고 분노했다. 그러자 박수호는 "부인의 오라버니가 정녕 자신의 복수를 위해 부인이 죽기를 바라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이후 오빠가 남긴 도검 안에 친필로 적은 서찰을 읽고 통곡한 여화는 또 다른 편지에 죽은 선왕이 남긴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사랑하는 세자 소야. 내게 변고가 생기면 이는 분명 역정 석지성이 벌인 일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소화와의 극비 만남을 통해 전달받게 된 이소는 조정 대신들을 궐 안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그 자리엔 여화도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감히 아녀자가 어떻게 여기에 나왔냐는 관리들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여화는 일목요연하게 석지성이 저지를 악행을 폭로했다. 결국 좌의정은 삭탈관직 후 천민으로 강등되어 유배지로 보내는 심판에 처해졌다.

이하늬의 물 오른 연기... 드라마 인기 일등공신​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 캡쳐 이미지 ⓒ MBC


연화의 혼인은 무효화되었지만 그녀는 이내 도성 밖으로 떠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아녀자들을 납치하는 악당들을 소탕하기 위해 여화는 다시 복면을 쓴 채 돌아왔고 이를 그대로 놓칠 리 없는 수호와 재회하기에 이른다.

​"다시 내 눈에 띄었으니 이제 내 눈 밖으로 도망가지 못할 것이오." (수호)
"내 그리 쉬이 잡힐 사람이 아닌데 한번 기회를 드리겠다." (여화)


가벼운 분위기의 코믹 사극이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이하늬는 감정을 잘 살린 연기로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마지막 12회에선 웃음기를 싹 내려 놓고 이야기의 모든 것을 주도한다. 특히 좌의정 석지성 역을 맡은 김상중과의 대궐 내 막판 1대 1 연기 대결은 이 드라마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 캡쳐 이미지 ⓒ MBC


논리정연하게 그간 벌여온 범죄 행위를 일목요연하게 지적하면서 석지성 스스로 범죄를 인정하게 만드는 모습은 마치 영화 <어퓨굿맨> 속 잭 니콜슨을 상대하던 톰 크루즈의 그것에 비유할 만했다. 자신의 행동이 양반의 위상을 높이고 나라를 바로 잡는 것이라는 그릇된 사고관에 사로 잡혀 있는 악인을 법으로 단죄하는 이야기 전개는 코믹과 정극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하늬의 열연에 힘입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시절 특유의 굴레와 관습에 얽메이지 않고 마치 마스크를 쓴 스파이더맨, 캣우먼 마냥 이하늬가 맡은 여화는 "조선시대 슈퍼 히어로"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숨통을 틔게 만드는 평등주의자이기도 했다. 여화는 "아녀자가 어디서 감히"라는 말을 수시로 들을 수밖에 없는 시대상을 퓨젼사극이라는 환경을 십분활용해 맘껏 비틀어 버린다.

​이러한 이하늬의 극중 맹활약은 그동안 각종 사극 속 여인상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만들며 시청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동안 드라마 <열혈사제>와 <원더우먼>, 영화 <극한 직업> 등을 통해 배우로서 확고한 입지를 마련한 이하늬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작 하나를 탄생시켰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