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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손흥민 사건, 새 시대가 시작됐다"

[토론] 개인과 팀 가치관 충돌... "축구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

등록|2024.02.21 14:50 수정|2024.02.21 14:59
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기자말]

▲ 지난 7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 모습. ⓒ 연합뉴스


【요약】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자산인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을 둘러싼 대중의 관심은 높다. 하지만 미디어의 취재력과 시선은 제한돼 있고,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선수 명예와 직결된 주먹질이나 몸싸움 이슈가 나왔지만 정작 실상은 알 수가 없다. 보도가 제각각이고, 선정적인 제목은 사태의 진상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 선수는 만인의 공적으로 몰렸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의견이 갈린다. 무엇보다 당시 대표팀 분란의 진상을 누구도 밝힐 수 없다. 취재 기자들도 민감한 점에 대해서는 쓰기 힘든 측면이 있다(김세훈 기자). 세대 간 갈등이 불거지고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전통적 가치인 위계 질서나 연장자 우선의 문화가 스포츠팀에서 여전히 관철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김완태 단장).

반면 팀 스포츠라는 고유의 가치는 침범할 수 없으며, 그런 차원에서 개인의 돌발 행동이 팀에 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주장도 있다. 슛돌이 시절부터 이강인이 너무 '오냐오냐' 커 오면서 내적인 수양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오태규 연구원).

다른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이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고 본다. 20년간의 시차를 두고 선수들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과거엔 팀을 위한 희생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개인의 이익이 팀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새로운 질서의 출현이며 이것이 과거의 질서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수단 내부의 역학 관계도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윤영길 교수).

물론 엠지(MZ) 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이고, 기업에서는 먼저 체감하고 있다. 다만 개인의 이익을 존중하더라도 팀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팀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이강인의 행동은 문제가 있다(김영진 전무).

미디어에 대해서는 토론 참여자 모두 한계를 지적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왜 웃느냐'는 질문은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로 평가받았고, 기사를 쓸 때 익명이 아닌 3인 이상의 다른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바람도 나왔다. 이번 사태를 흥미 위주로 보도하기보다는 두 선수가 소통하고 화해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라는 제안도 나왔다.

토론 참가자: 윤영길 한국체대 교수, 김영진 와우매니지먼트그룹 전무,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전 한겨레신문 체육부장), 김완태 전 프로농구 엘지 단장,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사회 김창금 한겨레 기자.
일시: 2월 18일 저녁 줌토론(*21일 이강인과 손흥민은 화해했다. 관련기사: 이강인, 런던 찾아가 손흥민에 사과 "해선 안 될 행동했다" https://omn.kr/27i2m).)

사회자: 대표팀 내 핵심인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외신을 통해 처음 보도된 사건은 '탁구 게이트'로 확산하고 있다. 먼저 거시적인 측면에서 전체를 조망하듯 되짚어봤으면 좋겠는데 축구 전문가인 윤영길 교수님이 먼저 토론의 장을 열어달라.
 
이전 질서와 새로운 질서의 충돌

윤영길 한체대 교수: 저는 이강인 사태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에서 선수와 팀, 선수단 전체가 지녀온 분위기는 끝났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본다. 지난해 20년간 우리 선수들의 의식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논문을 쓴 적이 있다. 20년 전 선수들의 주요 가치가 팀을 위한 희생이었다면 지금은 개인의 이익이 핵심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생각 대신 개인의 이익을 위해 팀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라고 보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두 축에서도 그런 변화를 말할 수 있다. 이강인은 유럽(사람)이라는 공간에서 성장했고 시간축에서도 이전까지의 보편적인 한국 정서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시작점이 이번 사건이다. 이강인과 손흥민의 문제가 아니라 이전 질서와 새로운 질서의 충돌이다. 앞으로 새로운 질서들이 더 빈번하게 기존 질서를 대체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강인이 이제까지 너무 '오냐오냐' 커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태규 연구원: 축구는 팀 스포츠다. 나는 이번 사태를 개인의 돌출로 보고 싶다. 예를 들어 미국 대학에서는 스포츠 활동을 중시하고 입학생에게 혜택을 준다. 입사 때도 팀 스포츠 활동을 했거나 특히 리더를 맡은 경험이 있으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들었다. 팀은 결국 팀원의 단합, 노력, 희생과 협조가 필요하다.

이강인 사태는 일단 팀 스포츠 정신을 해하는 것이고, 나이를 떠나 규탄받는 게 당연하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팀 스포츠는 존재하는데 팀에서 자기 개성을 내세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팀 전체를 위해 맞춰주고 희생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이강인이 이제까지 너무 '오냐오냐' 커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슛돌이' 시절부터 '잘한다 잘한다'하는 소리만 들었지 서로 수용하고 도와주는 것은 배우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이른바 기술은 뛰어나지만 자기 정신을 제어할 교양이라든지 그런 것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

사회자: 윤 교수님이 선수들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바뀌었다는 구조적인 변화를 짚어주었지만 여전히 팀 스포츠의 본질은 희생과 협력, 배려라는 반박도 나왔다. 프로당구 PBA의 산파역 등 게임 체인저 구실을 했고, 최근 <꿈의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책을 낸 스포츠마케팅 전문가 김영진 전무는 어떻게 보는가.
 
축구는 팀스포츠이고 이기려면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과도한 개인 주장은 문제가 있다.

김영진 와우매니지먼트그룹 전무이사: 윤 교수님이 말씀한 기존 질서와 새로운 질서의 충돌이라는 관점에 상당히 공감한다. 그런데 그런 충돌이 시작된 지는 오래됐다. 이른바 엠지 세대들은 팀이나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팀이나 회사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쳐서도 안 된다고 본다.

축구는 팀스포츠이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개인의 주장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오 연구원이 말한 기술은 뛰어나지만 교양이나 인성에서 많이 부족한 점이 이번에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사회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졸전을 펼치면서 팬들이 돌아섰고, 이후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 등 내부 분란이 공개되면서 스포츠 기자들은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현장에서 많은 기사를 생산한 김세훈 기자의 생각은 어떤가.
 
이강인만 비판받는 게 맞을까.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이강인 입장으로는 '나 잘못한 게 없는데'라고, 아마 '잘못한 건 있지만 이렇게까지 욕을 먹어야 할까'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사안은 너무 복잡하다. 이강인이 클린스만 감독에 항명하거나 부정한 것은 아니고, 이강인과 손흥민이 부딪힌 얘기인데...

다각도로 취재했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강인만 비판받는 게 맞을까. 정황만 놓고 보면, 일단 탁구를 쳤고, 치지 말라고 했고, 그 갈등 속에 충돌이 생겼고, 동료들이 말린 것 같다. 과연 진상은 무엇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이강인의 말이 거슬릴 때가 있고, 선배들이 싫어했을 수도 있다.
 

▲ 이강인이 지난해 10월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축구 대회에서 경기 뒤 자원봉사자들에게 일일이 사인해 주고 있다. ⓒ 김창금


사회자: 사건은 하나지만 정확한 진상은 누구도 모르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는 눈은 각자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까닭에 미디어 보도 등 현재 유통되는 담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강인이 자기 변호를 충분히 못했다고도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을 3자적 시각에서 지적한 것 같다.
 
위계질서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방 입장을 고려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했을 때 발생한 문제 아닌가.

김완태 전 엘지 농구단 단장: 손흥민이 멱살을 잡는 물리적 행사가 공식적인 팀 일정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충분히 즐기려고 하는데 주장의 권한이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말하자 거기에 반발한 것이 아는가 생각한다.

그것이 한국 사회의 큰 문제다. 아직도 위계질서나 권한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했을 때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른 쪽 입장에서는 이강인이 피해자가 아닌가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저도 손흥민 아버지인 손웅정 님의 책을 사서 읽으면서 아버지가 손흥민을 잘 키웠다고 생각한다. 또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이 늘 상대 선수와 포옹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흥민을 존경한다.

하지만 이번 돌발적인 사태에 손흥민도 일말의 책임이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위계질서의 관점에서 누가 잘못했다는 식의 여론이 너무 편파적으로 전달된 것은 아닌지... 어찌 보면 축구선수의 위상에서 아직 이강인이 손흥민에 대적하지 못할 텐데, 그것에 편승해 팬이나 미디어가 너무 손흥민 편을 들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게 본다.

사회자: 세계는 언어의 한계에 갇혀 있다는 말이 있다. 대중들은 이번 사안을 미디어를 통해서, 미디어의 언어 한계 안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미디어 학자 노엘레 노이만의 '침묵의 나선형' 이론은 대중의 다수 의견과 다를 경우 소외가 두려워 소수 의견은 갈수록 침묵한다고 하는데, 이번 논란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 논조가 이강인 한쪽에 매우 불리하게 돼 있고, 그런 것이 증폭되고 있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

일단 미디어 부분은 좀 나중에 얘기하고, 앞서 윤영길 교수님이 제시한 새로운 질서 개념을 좀 더 논의해 보자. 윤 교수님은 새로운 질서가 등장했으니 이것을 받아들이고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보는가.

 
선수들 23명과 코칭스태프, 지원인력 등을 합치면 70~80명이 한곳에 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윤영길: 멘털 코치로 올림픽, 월드컵 등에서 여러 대회를 치렀는데, 사실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압박을 선수들은 겪는다. 비유하자면 양계장의 밀식 상태로 보면 딱 맞다. 선수들 23명과 코칭스태프, 지원인력 등을 합치면 70~80명이 한곳에 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선수 사이에는 쉽고 매우 작은 일이지만, 밖에서 보면 큰일이 될 수도 있는 위태위태한 상황이 항상 벌어진다. 다른 나라나 다른 대회에서도 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이번 사건이 커진 것은 축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김보름과 노선영 사건이 있었다. 당시 김보름한테는 아무런 문제 없었다. 미디어가 키운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얘기한 기억이 있다. 이번 사건도 키우는 것이 문제지, 둘 사이의 큰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확대해서 큰 문제가 난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선수들 대회 기간에 정말 예민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 가뜩이나 16강, 8강 연장전으로 거의 한 경기를 더 뛰어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 정신적으로 힘들고 민감함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팀이 운영되는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

그런데 너무 예민하고 과도하게 사회적으로 반응하고 몰아세우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만, 현재 상황은 과하다 못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 이강인과 손흥민의 말다툼을 최초로 보도한 영국 <더 선>의 첫 화면. ⓒ 더 선

 
누가 죽어야 가라앉는 듯한 이 상황은 문제가 있다.

김세훈: 저도 언론이 (키운 면이 있고) 독자들도 과하게 반응한다고 본다. 독자들은 어떤 일이 있을 때 이유를 한 가지만 생각하는 것 같다.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선수들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클린스만 감독이 못했다는 것에만 집중한다. 대회 성적은 감독, 선수, 환경, 과학적 접근 등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번엔 클린스만 감독도 잘못했고, 선수들의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선수들은 용납하면서 클린스만 감독만 버리려고 했다. 그 와중에 이강인이 나타났다. 독자들이 감정적으로 혼란하고 복잡한 일이 나올 때 이성적으로 따져야 하는데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간다. 누가 죽어야 가라앉는 듯한 이런 상황은 문제가 있다. 이유가 다양하면 다양한 대로 찾고 수정해야 한다. 하나만 갖고서는 해법이 없다.
 
기자들이 자기 몫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오태규: 언론 현역 은퇴 뒤 '좋은기사연구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어 언론인 출신과 연구 활동을 한다. 근데 좋은 저널리즘의 기초적인 원칙은 간단히 말해 적어도 세 사람의 (다른) 입장을 투명한 이름으로 밝히는 것이다. 몇 사람을 실명으로 인용했고, 몇 가지 다른 생각을 넣었느냐가 중요하다.

사실 정치나 검찰 발 기사가 한 사람 말 듣고 '알려졌다' '전해졌다'라고 하는데, 이번 이강인과 손흥민 보도도 그 틀에 갇혀 있다. 오히려 더 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축구협회 관계자라고 인용하는데, 그가 대변인인지 전무인지 쓰지 않는다. 그 사람 이름으로 써도 되는데도 그렇다. 영국 대중지에서 첫 보도가 나왔는데, 그것 확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스포츠 기자들이 더 쉽다. 스포츠 기자들이 자기 몫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손흥민과 이강인 쪽 사람들을 만나고, 또 대표팀 따라간 사람들까지 3자의 얘기를 모으면 진실이 아니더라도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저널리즘 전체 문제와 관련되지만, 스포츠 저널리즘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제가 볼 때는 스포츠 저널리즘은 다른 영역보다 더 쉽게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얘기를 인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저널리즘과 관련해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일단 드러난 현상을 갖고 말할 수밖에 없다. 드러나지 않은 것을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일단 영국의 <더 선> 보도로 나온 사실을 바탕으로 들어가야 한다. 윤 교수님의 신·구 세력의 대립 갈등이나 제가 말한 개인과 팀의 역할, 이런 것들이 극점에 와 있다. 그렇다면 우리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등도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다뤄야 한다. 그전에 누가 잘못이 있는지 밝혀 나갈 수 있는 데까지 가야 한다. 제가 볼 때 팀 스포츠 관점에서는 목표를 해친 이강인이 잘못했다고 본다.

김세훈: 취재기자로서의 난점은 취재가 어렵고, 기사 잘못 쓰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취재가 어려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선수, 스태프 등 누구도 얘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강인 쪽에서 일부 반응이 나왔는데, 일단 주먹을 휘두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가령 멱살을 잡히니까 뿌리치는 과정이 있는데, 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손흥민과 이강인을 어떻게 잘 지키고 키워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영진: 이번 '이강인-손흥민 사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이 사태를 수습하고 정리해서 축구팬들과 나아가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축구협회와 두 선수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축구협회가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선수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은 스포츠 연맹, 협회의 매우 중요한 업무다. 축구협회는 잘못한 선수를 찾아내 벌을 주겠다가 아니라, 손흥민과 이강인을 대한민국 축구의 자산이며 보배로 인식하고 그 자산을 어떻게 잘 지키고 키워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건이 표출될 때까지 여러가지 과정과 맥락이 있다. 호흡을 가지고 써야 한다.

오태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각 있는 스포츠 기자들이 좀 바뀌면 좋겠다. 실명 보도는 스포츠에서 정착해야 한다. 아까 말했지만 한 사람이 진실일 수 없다. 이런 다툼에서는 한쪽 말만 듣고 쓸 때 어찌 보면 사안을 왜곡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을 다각도로 취재해서 사안의 본질에 최대한 접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 이것을 너무 선정적으로만 키우지 말아야 한다. 사건이 표출될 때까지 여러가지 과정과 맥락이 있다. 그런 호흡을 가지면서,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에 대해서도 써야 한다.
 
그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이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반발하는 쪽으로 간 것 아니었나 싶다.

김완태: 언론의 자질이나 사례 관련해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데. 가령 클린스만 감독 인터뷰에서 '왜 웃었느냐'는 질문이 경기 패배 때나 경기 중에 나온다. 과연 그 질문을 던질 때 어떤 본질에 입각했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질문으로 무슨 대답을 원했을까. 웃는 것은 개인적인 태도다. 졌을 때 시무룩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이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반발하는 쪽으로 간 것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기자들은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질문을 해야 한다.

사회자: 저널리즘의 문제가 분명히 있다. 미디어는 물어뜯고 망가뜨리는 데는 익숙하지만 화해시키는 데는 약하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불편부당한 시각과 정보의 공유를 통해 상호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웃음은 표면이고 내면과는 다를 수 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부분을 매우 폭력적으로 느꼈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이강인과 손흥민 논란도 화해와 해법의 방향을 찾는 생산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손흥민 선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 인스타그램

 
선수들은 예민해서 말 한마디에 얼굴을 찌푸릴 수 있다. 인간의 충동이나 무의식에서 나오는 얘기다.

윤영길: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난다. 선수들은 예민해서 말 한마디에 얼굴을 찌푸릴 수 있다. 교육 이전의 문제로, 인간의 충동이나 무의식에서 나오는 얘기다. 엄청난 압박감을 풀어줄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2015년 2019년 여자월드컵 당시 멘털 코치로 그런 문제가 나왔을 때 다독인 적이 있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회자: 클린스만 이후 새 감독 선임의 문제가 있다. 감독마다 국제시장에서 몸값이 정해져 있는데, 축구협회로서는 예산 여력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국내 감독을 선임한다면 재정 문제는 쉽게 풀린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도 축구팬들은 외국 감독을 더 선호했다. 축구협회가 중심을 잡고 돌파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파국으로 끝났다.
 
협회가 만약 70억 원에서 100억 원의 예상에도 없던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책임의 문제가 따라야 한다.

김영진: 70억 100억 정도의 위약금은 축구협회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정몽규 회장 개인의 재산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축구협회가 이만한 재원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협회가 만약 70억에서 100억 원의 예상에도 없던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책임의 문제가 따라야 한다.

이번에 클린스만 감독 문제를 언론이 다루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크게 실망했다. 인민재판식 여론몰이와 냄비 근성이 극에 달했다. 사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클린스만이 경기에 지고도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해임을 논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의 '재택근무' 역시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재택근무가 계약서 상에 감독이 수행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냐 아니냐를 확인해야 한다.

사회자: 법적 효력을 지닌 '계약서'가 감정보다 우선한다는 얘기인가? 

김영진: 그렇다. 나 역시 클린스만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 그가 잘했다고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너무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요르단과의 4강전 경기에 패했기에 물러나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우리보다 못한 8강의 성적으로 아시안컵을 마쳤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12개월동안 13경기 무패의 기록으로 FIFA 랭킹을 28위에서 22위로 끌어올렸으니 엄청 잘했다고 자평할 것이다.

만약 우리 대표팀이 결승에 올랐다면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까. 1경기 승패로 죽일 놈도 되고 살릴 놈도 되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미디어가 더 냉철하고 객관적이며 미래지향적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 감독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계약서 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있는지, 요르단과의 4강전 패배의 책임이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기사의 관점과 논점을 전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클린스만 감독의 굴욕적인 퇴출을 보도한 독일의 빌트지 누리집 화면 ⓒ 빌트


사회자: 아까 김보름-노선영 관련 얘기도 나왔다. 그런 부분을 포함해 마무리를 해달라.
 
김보름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빙판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김영진: 2018 평창올림픽 때 김보름은 왕따 주행의 오해를 받고 국민적인 비난과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김보름은 소송을 통해 왕따 주행은 사실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아냈고, 노선영은 벌금형을 받았다. 당시 김보름은 아무 잘못도 없이 빙판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억울했겠는가. 국민 정서라고 하는 것이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지금의 국민정서로 볼 때 그날 이강인과 손흥민 중에 누가 더 나빴고 누가 덜 나빴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모습을 통해 언론이 그에 대한 퇴로나 탈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재와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방향성을 제시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에 대해 지지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자: 오늘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을 보면서 역시 축구는 국민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최고의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을 통해 접하는 이강인과 손흥민의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이미지와 달리 그들도 땀냄새 풀풀나고 감정을 지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년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윤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저는 미디어의 역할을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번 토론이 스포츠 기자들한테도 반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좋은 소재를 제공했다고 본다. 토론회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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