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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에 3천 채 넘는 정착촌 건설할 것"

극우 성향 스모트리히 장관 주장... 미국 "국제법 위반" 2019년 입장 뒤집고 반발

등록|2024.02.24 10:43 수정|2024.02.24 10:43

▲ 22일(현지시각) 가자 서안지구 정착촌 마알레 아두밈에서 유족들이 그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세 명의 무장 괴한이 정착촌 인근 도로에서 총격을 가해 1명이 사망하고 최소 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에서 경찰이 무장 괴한 중 두 명을 사살했고, 이후 지역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 발견돼 구금됐다고 밝혔다. ⓒ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 서안지구 정착촌에 3300채 이상의 주택을 새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밝혔다. 미국은 즉각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총격범 3명이 마알레 아두밈 정착촌 인근에서 차량에 총격을 가해 이스라엘인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한 후 이같은 정착촌 계획을 발표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마알레 아두밈에 대한 심각한 공격에 맞서 단호한 안보 대응과 함께 정착촌에 대한 대응도 있어야 한다"며 "우리의 적들은 우리에게 해를 끼치면 더 많은 건설과 개발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더 많은 점령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또한 이러한 새 정착촌 건설 논의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케다르 정착촌에 300채, 마알레 아두밈에 2350채의 신규 주택에 대한 승인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전에 승인된 에프랏의 약 700채의 주택 건설 또한 시작될 예정이다.

정착촌 지도자 출신이자 극우 정당인 '독실한 시오니즘당'을 이끄는 극우 성향의 스모트리히 장관은 지난 1월에도 "현재 진행중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올바른 해법은 가자지구 주민을 난민으로 받아주는 나라로 이주하도록 장려하고 이스라엘은 정착촌 건설 등을 통해 가자지구를 영구적으로 통치하는 것"이라며 정착촌을 통한 가자지구 통치를 주장했다.

미국 "정착촌 건설, 국제법 부합하지 않는다"

스모트리히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새로운 정착촌은 항구적인 평화에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 미국의 오랜 정책이었다"면서 "국제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 행정부는 정착촌 확장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시킬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지난 201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착촌이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과 상반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바꾼다"며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민간인 정착촌이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는 1978년 지미 카터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영토에서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이래 지금까지 유지돼온 미국의 공식 입장을 41년 만에 번복한 것이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다시 복원한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또한 23일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단순히 근본적인 결론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는 다양한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입장이다. 일관성이 없는 행정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전 행정부"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역대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이 미래 국가로 삼으려는 전쟁 승리 지역인 동예루살렘과 서안 지구에 정착촌을 확장해 왔다. AP통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이 집권한 이래로 정착촌 건설은 가속화됐고 스모트리히 장관을 비롯한 정착민 출신들이 주요 직책에 포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착촌 감시 단체인 '피스 나우'의 하짓 오프란 활동가는 AP통신에 "이스라엘 정부는 끔찍한 공격을 막기 위해 행동하는 대신 분쟁과 긴장을 심화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정착촌 건설은 이스라엘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며 오히려 평화와 안보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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