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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거리 30cm, 부부 사이 문제 없습니다

수면의 질을 높여주는 '각침' 생활... 고정관념 버리면 잠자리가 편안해집니다

등록|2024.02.27 19:53 수정|2024.02.27 19:53
"둘이 사이 안 좋아?"

우리집에 오는 이들이 침실을 보고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보통 생각하는 부부의 침실은 큰 사이즈의 침대 하나가 놓여 있고 함께 덮는 이불이 깔려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싱글 침대 두 개를 들여놓고 각자 따로 잔다.

20대부터 연애를 해와서 그런지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같은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어보니 수면과 같은 무의식의 영역은 오랜 시간을 함께 했어도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요새 많은 부부가 각방을 쓴다는데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 '각침(각자 침대)'이었다. 잠을 자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아주 편안한 상태로 깊게 자고 싶은 욕망이 서로에게 있었다.

그러나 부부라면 응당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따로 자거나 서로 사생활을 존중하는 형태로 나아갈수록 주변에서는 모두 부정적인 어감으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최근 집을 옮기며 가장 우선순위로 둔 것이 바로 '침대를 두 개 구입하기'였을 정도로 우리는 '각침' 생활을 위한 마음을 다지고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겼다.

우리가 '각침'을 쓰는 세 가지 이유
 

▲ '각방'이든 '각침'이든 핵심은 '각자'에 있다. 부부라고 해서 모든 것을 같이 할 필요는 없다. ⓒ elements.envato


"나는 더워!"
"난 추워!"


우리가 '각침'을 쓰는 이유는 지면이 허락하면 보고서 분량으로 쓸 수 있겠으나 그 한계로 세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첫째로 서로 느끼는 온도가 너무도 다르다.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와이프는 내가 걷어찬 이불을 몸에 감싼다. 나는 전기장판을 끄고, 와이프는 온도를 올린다. 마치 폭염경보가 내린 한여름에 지하철 안과 같은 풍경이다. 더운 사람은 에어컨 온도를 낮춰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추운 사람은 그 반대다.

그래서 관련 기관에서 고안해낸 아이디어는 '약냉방칸'이다. 이런 것처럼 우리도 타협점이 필요했다. 각자 느끼는 온도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밤에 수시로 깨서 나에게 맞는 온도로 설정을 하느라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이런 생활을 몇 년 하다보니 와이프와 나는 결심했다. 침대를 따로 쓰기로.

둘째는 자면서 몸을 너무 뒤척인다. 이는 서로의 잠을 방해한다. 수면 자세는 사람의 성격만큼 참 다양하다. 누구는 똑바로 누워서 잠에 들어 깰 때까지 같은 자세인 사람, 새우 잠을 자는 사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빙빙 도는 사람 등 많은데, 만약 제3자의 눈으로 자는 내 모습을 본다면 아마 '왜 저러지?' 하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바로 내가 그랬다. 자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내 수면 자세는 항상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옆으로 누워 자는 '칼잠'이다. '한쪽으로만 누워 자면 좋은데 새벽 내내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세를 바꾼다' 고 와이프는 성토했다. 체구가 상대적으로 큰 내가 몸을 뒤집을 때면, 매트리스는 쿵쿵 울리고, 와이프도 덩달아 덩실덩실댄다. 그러니 따로 자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마지막으로 잠에 드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 부부라고 해서 '한날한시'에 잠이 드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이유로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자고 싶을 수도 또는 너무 잠이 안 와서 잠자리에 늦게 들수도 있다. 만약 와이프가 빨리 잠에 들어 곤히 자고 있는데 내가 뒤늦게 아무리 조용히 침대로 들어온다고 해도, 와이프는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깰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 번은 괜찮지만 이러한 상황은 꽤 자주 발생하면 숙면의 방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침대에 누운 상태로 휴대폰을 보는 것이 '국룰'인데, 와이프가 자고 있으면 휴대폰의 밝은 화면은 방해가 된다. 밝기를 낮추거나(시력 저하 요인), 반대쪽으로 돌아누워서 휴대폰을 보면 되지만(어깨 아픔. 이는 두 번째 이유로 회귀), 쉽지 않다.

'따로 또 같이' 슬기로운 부부 생활
 

▲ 코골이 등 다양한 이유로 따로 자는 부부가 늘고 있다 ⓒ 클립아트코리아


전 야구선수 양준혁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수면 패턴이 맞지 않아 '각방' 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 한채아도 마찬가지였다. 이외에도 오래 부부생활을 한 연예인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고백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내 주변을 둘러봐도 따로 자는 지인이 생겨나고 있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까 봐 걱정했으나 막상 해보니 너무 편안하고 오히려 부부생활이 건강해졌다는 경험담이 쌓이고 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라는 해시태그로 많은 부부가 분리 수면을 시도하고 있다.

어쩌면 금기시 되어온 부부 간 각자 생활이 이제는 다양한 형태로 보편화되고 있다. 2023년 미국수면학회에서 성인 2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 이상이 따로 잔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수면의 질이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므로 좋은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각방'이든 '각침'이든 핵심은 '각자'에 있다. 부부라고 해서 모든 것을 같이 할 필요는 없다. 각자 수십 년을 따로 살던 생활 방식을 조립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러므로 '따로 또 같이'라는 명제 하에 부부 생활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것이 부부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 인정하는 길이 아닐까.

사실 '각침' 생활을 와이프가 먼저 권했을 때 서운한 면도 있었다. '그래도 부부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오래 지내다 보니 잠도 같이 자기 싫어졌나?' 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금껏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며 지내왔다. 부부라고 해서 꼭 함께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생활도 응원해 오면서 말이다. 상대방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터놓고 이야기하고, 그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

특히 아들이 태어나면서 와이프도 나도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일을 다니고 육아를 하다 보면 지친 상태로 늦은 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도 '무엇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란 여간 쉽지 않기에 그 의지를 복돋아주고 싶다.

싱글침대 두 개를 배치해 우리 부부의 거리는 30cm 늘어났지만, 심리적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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