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동작구 주민들이 키워온 숲속도서관 지켜주세요"

3년 운영협약에도 동작구청 돌연 '폐쇄' 통보... "일방주의 행정" 도서관 운영단체 반발

등록|2024.02.29 10:15 수정|2024.02.29 10:46
 

서달산숲속도서관 글헤는숲의 전경서달산숲속도서관 글헤는숲은 동작구청과 주민단체 꿈꾸는도토리간 협약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 꿈꾸는도토리


지난 2월 27일 동작구의회 본회의에 등단한 김은하 의원(민주당 소속)은 박일하 동작구청장(국민의힘 소속)을 향해 행정기본법과 행정절차법에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주민들과의 협약을 꼭 준수해달라'는 취지의 5분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구청의 집행 권한이 주민들과의 신의를 지키는 것보다 더 위일 수는 없다"면서 "구청의 권한이 아무리 크다 해도 주민들과 맺은 협약을 일방적으로 깨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이 행정의 원칙과 기본사항, 행정절차에 관한 공통적인 사항을 규정하여 국민의 권익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행정기본법과 행정절차법을 언급하면서 동작구청장을 질책하고 나선 이유는 동작구에서 벌어진 '서달산숲속도서관 사태' 때문이다.
 
play

동작구의회 본회의에서 5분발언을 통해 서달산숲속도서관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김은하 구의원지난 2월 27일 동작구의회 본회의에 등단한 김은하 의원(민주당 소속)은 박일하 동작구청장(국민의힘 소속)을 향해 행정기본법과 행정절차법에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주민들과의 협약을 꼭 준수해달라’는 취지의 5분발언을 했다. ⓒ 동작구의회

   

2013년 주민들의 제안으로 서달산 중턱에 버려진 채로 있던 초소를 숲속도서관으로 만들어 비영리단체를 꾸려 10년 넘게 주민 주도로 운영해왔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2023년 1월 31일 주민단체인 꿈꾸는도토리(당시 대표 조양민)와 3년 기한(2023. 2. 1~2026. 1. 31)으로 <서달산 숲속도서관 글헤는 숲 시설운영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협약서에 따르면 동작구청은 별도의 예산 지원은 하지 않고 홍보와 관리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달산 숲속도서관 글헤는숲 시설운영 협약서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2023년 1월 31일 주민단체인 꿈꾸는도토리(당시 대표 조양민)과 3년 기한(2023. 2. 1. ~ 2026. 1. 31.)으로 <서달산 숲속도서관 글헤는 숲 시설운영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 꿈꾸는도토리


이에 따라 꿈꾸는도토리는 일년 열두 달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도서관지킴이를 활용하여 운영하면서 공모사업 등을 활용하여 <책과 노니는 텐트>, <숲속 음악회>, <12달 북 토크>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여 왔다. 동작구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이 공동으로 발간한 초등 3학년 사회과 마을교과서 <동작하라 탐험대>에도 실리는 등 서달산숲속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의 쉼터이자 문화공간, 아이들의 놀이터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폐쇄하라" 구두 통보
  

숲속도서관 앞 음악회 서달산숲속도서관은 <책과 노니는 텐트>, <숲속 문화제>, <12달 북 토크> 둥 다양한 문화행사를 벌여 왔다. ⓒ 꿈꾸는도토리


이런 서달산숲속도서관이 갑자기 위기에 몰린 것은 지난해 12월 동작구청 공원녹지과 담당 팀장이 갑자기 '숲속도서관 폐쇄방침'을 구두로 통보하면서부터였다. 담당 팀장은 '정식 공문 발송은 2024년 2월 중에 있을 예정이고, 3월 중에는 공간을 비워줘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동작구청이 든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숲속도서관이 불법건축물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공간을 양성화한 후 인근에 있는 유아숲체험원의 시청각실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협약서 체결의 한 주체인 주민단체 꿈꾸는도토리는 구청의 갑작스러운 처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에게 무슨 귀책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운영을 중단하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도대체 납득할 수 없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사용해온 공간을 갑자기 '불법건축물'이라면서 "폐쇄해야 한다"고 나선 동작구청의 행정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었다. 협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구청이 갑자기 용도변경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석연치 않았다.

꿈꾸는도토리는 동작구청의 구두 통보가 협약서를 파기하여 자신들을 몰아내기 위한 꼼수라 의심했다. 동작구청은 지난 수개월 동안 '민원'을 핑계로 자신들의 문제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고 했다. 동작구청은 "숲속도서관을 타인에게 대관비를 받고 빌려주고 있다",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비영리단체임에도 진짜는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는 등의 민원이 접수되었다면서 수시로 확인을 요청하고 조사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고.

실제 기자가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지난 2023년 한 해 숲속도서관과 관련한 민원은 없었다.

숲속도서관 살리기 나선 지역주민들
 

숲속도서관 외벽에 걸린 플래카드꿈꾸는 도토리는 숲속도서관 글헤는숲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플래카드를 게시하고 주민서명운동도 벌였다. ⓒ 꿈꾸는도토리

 
꿈꾸는도토리는 서달산숲속도서관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조양민)를 결성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2024년에 접어들면서 숲속도서관 운영진은 담당부서인 공원녹지과는 물론 동작구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소속 동작을 예비후보 등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숲속작은도서관 '글 헤는 숲'을 지겨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도 발표하면서 주민 서명을 받는 작업도 진행하였다. 그 결과 불과 1주일 만에 1180명의 주민이 호응했고, 민원 접수도 마쳤다.

꿈꾸는도토리는 주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건축법 제29조(공용건축물에 대한 특례)와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따를 때 숲속도서관은 허가권자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관계로 동작구청이 스스로 불법을 시정하면 될 뿐 폐쇄와 같은 시정조치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을 취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불법건축물이어서 폐쇄해야 한다'는 동작구청의 논리는 법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협약 기간이 2년 더 남아 있음에도 '양성화한 후 유아숲체험원의 시청각실로 사용하겠다'는 동작구청의 일방적인 용도변경 방침에 대해서는 "매일 사용은 불가능하겠지만, 급작스러운 우천시 대피장소가 없는 경우나 학부모 대기 장소 등으로 숲속도서관을 유아숲체험원이 일시 이용할 수는 있다"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구청의 일방주의 행정"

협약서 체결의 한 당사자인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꿈꾸는도토리의 면담 요청을 외면해왔다. 그런 박 구청장이 페이스북에 갑자기 숲속도서관을 언급하고 나섰다. 올해 2월 13일이었다. <더 창의적인 어린이숲체험관으로 돌아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린이숲체험관, 숲속도서관, 황토길(맨발길) 등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올해 전면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종전의 숲속도서관 폐쇄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는 대신 '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는 새로운 입장을 천명한 셈이었다.

구청 공원녹지과도 숲속도서관 폐쇄 방침을 접고 유지 방침을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리모델링이 완성된 이후에도 꿈꾸는도토리에 남아 있는 2년간의 협약 기간은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후 공모절차를 거쳐 운영자를 새롭게 확정할 계획이라는 방침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작구청은 파트너인 꿈꾸는도토리를 무시하는 행정조치를 단행하였다. 지난 2월 20일 도서관 입구에 숲속도서관의 일시 운영 중단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동작구청 공원녹지과 이름으로 게시한 것이다. 숲속도서관 운영진과 사전 협의는커녕 사전 통보조차도 없었다. 플래카드에는 '유아숲체험원과 연계한 복합공간으로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었다.
  

동작구청 공원녹지과가 도서관 입구에 일방적으로 게시한 플래카드동작구청은 숲속도서관 운영진에게 사전 협의나 사전 통고도 없이 숲속도서관의 운영중단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일방적으로 게시하였다. ⓒ 조양민


동작구청은 도서관 운영진의 플래카드 철거 요청을 무시했다. '공문도 없이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는 항의에 대해서는 게시 이틀 후에야 <서달산 숲속작은도서관 잠정 운영중단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만들어 보냈다. 공문에는 멀쩡하게 운영 중인 숲속 도서관을 마치 동절기라서 운영하고 있지 않은 양 "동절기 미운영 중인 서달산 숲속 도서관 운영을 재조성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중단"한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래도 해법은 있다
  

진정서를 접수하기 위해 동작구청에 온 꿈꾸는도토리 회원들꿈꾸는도도리는 “숲속작은도서관 ‘글 헤는 숲’을 지겨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도 발표하면서 주민서명을 받는 작업도 진행하였다. 그 결과 불과 1주일 만에 1,180명의 주민서명을 받아 민원 접수도 했다. ⓒ 김학규


동작구청은 왜 꿈꾸는도토리와의 협약을 파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조양민 본부장은 "박일하 구청장이 꿈꾸는도토리를 자신의 정치성향과 다른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단체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엉뚱한 소문이 계속 들린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중간에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다양한 성향의 지역주민이 모여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주민단체를 특정인의 말만 듣고 구체적인 확인도 없이 특정 정치성향의 단체로 낙인찍는 것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동작구청이 주민단체와 상호 신뢰에 기반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맺은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억울해했다. "그래서 더더욱 직접 만나 오해를 풀고 싶은데, 면담은커녕 전화도 받지 앟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고도 했다.

이번 숲속도서관 사태는 협약의 한 주체인 박일하 동작구청장이 꿈꾸는도토리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직접 만나 상호 오해를 푼 다음 아직도 2년의 기간이 남아 있는 협약서에 기초하여 해법을 찾아 나설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작구청은 숲속도서관이 위반 건축물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서울시 심의를 거쳐 도서관 건물의 양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태순 동작구청 공원녹지과장은 20일 핫콘뉴스(HCN)에 "이 상태로 가면 결국 도서관 운영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위법 상태에서는 사실 양성화하는 데 굉장히 어렵고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건축 절차를 이행해서 정상적인 건축물로 만든 다음에 절차에 따라서 운영자를 선정하고.."라고 말했다(출처: 핫콘뉴스, '서달산 숲속도서관' 퇴거 통보에 '반발' 2024.2.20)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