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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입당 김영주 의원의 석연찮은 해명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 KBS <시사직격> 다시 보니... 수사 받은 적 없으니 괜찮다?

등록|2024.03.04 10:05 수정|2024.03.04 10:05
 "김(영주) 의원께서 아마 평가 결과에 매우 흡족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저희가 확인해 본 바로는 민주당의 평가 기준 중에 채용 비리·음주운전·성비위 등에 해당할 경우 50점 감점을 하게 돼 있다. 채용 비리 부분에 대해서 소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50점을 감점하는 바람에 0점 처리됐다고 한다. 절대평가 항목이어서 아마도 그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3일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한다고 밝힌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구갑)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말에 답한 내용입니다. 종합해 보면 김영주 의원이 채용 비리를 소명하지 못해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채용비리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3.3 ⓒ 연합뉴스


김영주 의원은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신한은행 채용 비리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지만 채용 비리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검찰의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번 공천 심사를 앞두고) 투서가 들어왔다며 소명하라는 연락이 왔다"면서 "'아무 연관이 없다'고 답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9·20대 국회에서 다 끝난 얘기인데 이재명 대표가 많이 다급했나 보다"며 "이 대표가 '채용 비리 소명 못해 빵(0)점이다, 안타깝다' 이런 얘기 하신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① 검찰 공소장에 나온 구체적인 정황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채용 비리'는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인사담당자들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전·현직 의원들을 포함해 150명의 채용 청탁을 받고 면접 성적이 낮은 지원자 등을 합격시킨 사건입니다.

2020년 KBS <시사직격>은 '대한민국 채용 카르텔 2부작 - 1부 은행과 청탁자들'에서 채용 비리 사건을 자세히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채용 비리 소명이 왜 중요한지 정리했습니다.
 

▲ 검찰 공소장에 나온 김영주 의원 채용비리 의혹 ⓒ KBS 갈무리


<시사직격>이 보도한 당시 검찰 공소장을 보면 2014년 상반기 신입은행 파일 비고란에 "thru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영등포구의원(김영주 의원 지역구) 자녀"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김영주 의원에게 채용 청탁을 한 이는 영등포 구의원의 자녀로 '"1차 실무자 면접 결과에서는 논리력, 언변 다소 부족 등으로 DC 등급을 받아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재차 합격시킬 것을 지시하여 실무자 면접 결과를 무시하고 그대로 합격시켜 부정 통과"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시사직격>은 당시 김 의원에게 청탁한 구의원이 정선희 구의원(서울 영등포구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정 의원은 KBS 취재진에게 "(김 의원과는) 상하 관계이기 때문에 청탁을 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했습니다. 현재 정 의원은 영등포구의회 의장입니다.

② 수사를 받은 적이 없으니 무혐의?

김영주 의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왜 검찰은 김 의원을 수사하지 않았을까요?

일단 기업에서 발생한 채용 비리 사건은 통상적으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합니다. 1심 재판부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공정한 면접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대법에서 무죄 확정).

하지만 정치인 중에는 청탁 혐의로 처벌받거나 수사를 받은 의원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청탁자들이 단순 문의를 했을 뿐이라고 하면 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혐의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의 1심 판결문에는 "개인적인 능력이나 자격 이 외에 특이자 명단에 기재되어 있는 인적관계(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영등포구의원(김영주 의원 지역구)자녀)에 관한 정보가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영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③ 청탁 의원들은 금융위 소관 정무위원회 소속 
 

▲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은 금융위를 담당하는 정무위원원회 소속이었다. ⓒ KBS 갈무리


신한은행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우택·김재경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입니다. 이들은 모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속하는 사항을 담당합니다. 신한은행을 관리· 감독하는 소관 상임위가 바로 국회 정무위원회입니다. 당연히 신한은행 측에서는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문의나 요청을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신한은행 측은 KBS 취재진에게 "국회의원들도 문의를 해오기도 했고, 이 중 신한은행 지원 사실을 알려오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국회의원들의 문의에 단호하게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므로 발표 직전에 결과를 알려줬을 뿐"이라고 답변했습니다.

④ 비상식적인 김 의원의 행보 

금융감독원은 2018년에 금융기관의 성차별 채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며 고용노동부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당시 <한겨레>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노조 강연에서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채용 비리 등은 관행이었는데, 과거 사례까지 들추면 크게 혼란스러울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참여연대는 2020년 6월 논평에서 "김영주 의원이 2018년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에 금융감독원 요청을 거절한 것은 자신의 채용 청탁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영주 의원을 취재하다가 국회에서 쫓겨난 KBS 시사직격 취재진 ⓒ KBS갈무리


<시사직격> 취재팀은 김영주 의원에게 해명을 듣고자 의원실을 찾았지만 보좌관들은 질문지 수령조차 거부했습니다. 취재팀은 상임위에 출석하는 김영주 의원을 따라가 해명을 요청했지만 김 의원은 "신한은행에 확인하세요"라는 말만 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김영주 의원실의 요청을 받은 국회 담당자는 취재진에게 촬영 중지와 퇴청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지상파 방송3사 시사프로그램 PD들은 "국회의원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취재할 때 의혹 당사자인 의원이 거절하면 국회 출입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설령 들어갔다가도 의원의 말 한마디면 일방적으로 쫓겨나야 한다"라며 국회 출입제한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김영주 의원은 "KBS 시사직격에 제가 마치 연루된 것처럼 기사가 나왔지만, 한참 뒤에 보도 관계자들이 와서 사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보도관계자가 당시 취재를 했던 PD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현역 하위 평가 20%에 속한다는 통보를 받은 뒤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3월 2일 한동훈 위원장을 만나 "늦지 않게 답하겠다"고 말한 김 의원은 다음날인 3일 페이스북에 "3월 4일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로 했다. 총선에 승리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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