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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제22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대상 '격랑 속으로' 수상자 윤석희씨

등록|2024.03.04 18:02 수정|2024.03.04 18:02

▲ 제22회 흥남철수 거제평화문학상 대상 수상자 윤석희씨. @조민정 ⓒ 거제신문


지난해 10월 거암문화재단·거제신문·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거제시협의회가 공동 주최·주관한 제22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에서 윤석희씨가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의 작품 '격랑 속으로'는 시어머니에 대한 속죄와 감사의 마음을 담은 수필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상 발표 이후 그와의 만남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여행중이던 그와 지난달 28일에서야 조우할 수 있었다.

그는 공모전에 응모하고 떠난 여행 중 전해 들은 수상소식에 기쁨도 잠시 계획된 여행의 일정탓에 대상 수상자로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내내 미안했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고난과 역경을 견뎌낸 시어머니의 삶을 조명하며, 작품을 통해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과 기억을 세심하게 풀어냈다.

경남을 대상으로 한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에는 100여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됐다.

시어머니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중 그의 작품은 단연 돋보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에게 수상소감을 물었다. 그는 수상을 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만 기쁜 마음보다는 시어머니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딸의 항암치료로 경황이 없고 힘들었던 지난해, 시어머니의 제사를 깜빡한 것을 열흘이나 지나서 알았다고 했다. 그의 남편은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던 중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고, 피난살이 했던 시어머니의 애달프고 치열했던 일생을 기억하고픈 마음에 쓴 작품이 '격랑 속으로'라고 소개했다.

시어머니가 힘들게 사셨지만 끝까지 자신을 내팽개치지 않은 강한 분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시어머니에 대한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이 전달한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의 작품에는 시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리고 후회의 감정을 작품에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줬다.  

여행과 글쓰기로 삶의 의미를 찾다
 

▲ 제22회 흥남철수 거제평화문학상 대상 수상자 윤석희씨. @조민정 ⓒ 거제신문


그의 기억 속 어머니는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교사생활 후 시골(거제도)에 들어와 살기를 결심한 며느리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할 줄 아는 열린 사고를 가진 따뜻한 분이었다.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게 된 것도 세상구경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해야 한다던 어머니의 평소 가르침 덕분에 시작된 일이다.

여행을 삶의 출구이자 자신을 찾는 과정으로 여기며 그는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여행으로 세상을 배우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그는 여행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도전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글은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 백일장에 '물고기와 사멸'이란 글을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종일 주제에 대해 고민했으나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는데 친구가 글을 써내는 것을 보고 본인은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서였단다.

다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교육청에서 주최한 학부형 독후감대회에 나가게 되면서부터라고 했다. '시장바구니 들고 대회 가는 길에 장이나 봐야겠다'하고 도전한 독후감 대회에서 장원을 받았다. 등 떠밀려 나간 대회라 글 써내고 장 보러 갔는데 수상자가 없어 교육청에서 한참이나 수상자를 찾았다며 웃었다.
 

▲ 제22회 흥남철수 거제평화문학상 대상 수상자 윤석희씨. @조민정 ⓒ 거제신문


그 계기로 간간이 글을 쓰기 시작하다 글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거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 들어가서 문학회 활동도 하게 됐다고 한다.

"여행하고 싸돌아 다니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이 내 글의 밑천"이라고 말하는 그는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나라에서 시간을 보내며 집필활동을 하는 일이 좋다고 했다. 집필활동이라고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따뜻한 곳에서 운동도 하고 장애인센터에서 봉사활동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글을 쓰는 것이 전부다.

장애인센터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이 올해로 6년째, 그는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그는 문인으로서 큰 작가, 이름난 작가가 되고 싶은 꿈 같은 건 없다며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을 정리하고 기록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여행하고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올해 여행지는 동티베트이라고 했다. 동티베트를 다녀와 나올 그의 수필들이 기다려진다.

그의 여행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의 대상이 그녀의 문학적 여정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듯이 그의 원고지에는 '수필가 윤석희'의 삶과 도전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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