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될 때마다 일어나는 두 가지... 생명체에 위협적"
[인터뷰] '우주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사무총장 브루스 개그넌
▲ 평화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연구원 황용하, 이서영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브루스 개그넌 사무총장 ⓒ 황용하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2월 28일, 우주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 Nuclear Power in Space)의 사무총장 브루스 개그넌 (Bruce Gagnon)과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미 한국 내 여러 지역에 방문하여 우주 및 군사 시설 설립 문제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 브루스 개그넌 사무총장은 "한국은 마치 북중러 연합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군사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 약 30년 전, 처음 우주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 Nuclear Power in Space)의 설립했던 이유는 무엇이고, 그리고 지금까지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첫 시작은 1982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TV에서는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이 소위 Star Wars(스타 워즈)라고 불리던 전략 방위 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에 대해 연설하고 있었다. 그때, 청중 누군가가 '뉴욕에서 핵무기에 반대하는 거의 백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 중이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걱정되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레이건 전 대통령은 '나는 그것이 환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핵무기에 반대하며 시위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고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그때 한창 나는 평화운동을 조직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우주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내가 살던 곳에서 한 시간 거리에 우주센터가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그 다음해 나는 주 전체 연합인 '플로리다 평화와 정의 연합'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일반 시민들을 우주 센터로 데리고 다니면서 다양한 발사체, 군사 정찰 위성, 트라이던트 II 핵미사일 시험 등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다. 특히 1987년에 첫 트라이던트 미사일 비행 시험에 반대시위를 벌였을 때, 5000여 명이 행진을 했고 그것은 플로리다 역사 상 최대 규모 평화시위였다.
내가 활동했던 플로리다의 평화그룹과 당시 우주사령부가 위치해있던 콜로라도에 있는 그룹이 전국에서 우주 문제에 관심을 가진 유일한 두 지역 그룹이었다. 1992년 당시에 매일매일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고, 더 큰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워싱턴 DC에서 모임을 조직하고 사람들을 초대하여 1992년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1998년에는 플로리다 평화와 정의 연합을 떠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전업으로 일하게 되었고, 호주,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전 세계의 지역사회 평화 단체들과 함께 대중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 얼마 전 군산, 부산, 제주 등 한국 내 여러 지역을 15년 만에 다시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우주/군사/환경 문제가 다뤄지는 방식에 있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는가?
"환경적으로만 보았을 때 과거보다 더 문제가 심각해진 것 같다. 2년 전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사한 캠프 험프리스만 보아도 그렇다. 이미 이사하기 전에도 독극물 오염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작년 초 한국의 대전시가 우주산업클러스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NASA와 그 방안을 논의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이것을 한국을 대규모 우주구상에 편입시키기 위한 미국의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
사실상 미국 우주개발 프로젝트의 아킬레스건은 재원, 즉 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 자체 내의 천문학적인 부채와 사회 안전 자산으로 들어가는 비용의 전용 불가성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목표는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그 부담을 일정 지게 하여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규모 우주구상은 우주 자원 채굴권을 선점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고, 우주 구상이 최종적으로 현실화된다고 해도 미국이 동맹국을 고려하여 이익 할당을 할지는 미지수이다. 어찌되었든 결정권자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국 내 미국의 군사적 영향으로 신음하고 있는, 그러나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한 곳 더 소개하고 싶다. 그곳은 현재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인 확산탄 생산 공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논산시 양촌읍 임화리이다. 생산된 집속탄은 미국으로 전달 될 우려가 있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집속탄을 제공하고 있고, 미국이 그러하듯 한국도 집속탄 금지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임화리 주민들은 미국이 한국을 이 비인도적인 무기 생산을 맡을 대리국으로서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공장 건설과 탄 생산 과정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을 때 주민들의 거센 반발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430kg의 화약이 매일 마을로 들어오고 있다고 주민에게 듣기도 했다. 정부 및 지방 자치단체와 주민들 간 소통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 우주 개발의 환경적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브루스 개그넌 사무총장 ⓒ 황용하
- 최근 러시아의 핵전자기파 (Electromagnetic Pulse.EMP) 무기 개발 의혹과 더불어 우주에서의 무기화와 핵 에너지 사용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우주 개발, 군비 통제 관련 강력한 국제기구나 레짐, 메커니즘 확립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아무리 국가들이 우주 개발 관련하여 평화, 신뢰에 관한 선언을 한다고 해도 구속력이 없는 채로 남아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협력적 메커니즘을 현실화하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도 가시적이지 않다. 오직 가시적인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저궤도를 선점하고, 군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려는 노력뿐이다. 1989년 플로리다의 우주 센터에서 집회를 조직한 적이 있었는데 연사로 나섰던 전직 우주비행사 에드가 미첼은 '만약 우주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역사적으로 유일무이한 것이 될 것인데, 그 이유는 전쟁이 저궤도를 수많은 우주 쓰레기로 뒤덮어 사실상 지뢰밭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전쟁없이도 우주쓰레기가 빠른 속도로 저궤도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약 일주일 전 스페이스 X사에서 수명이 오래 된 100여개 위성의 궤도이탈 (deorbiting)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발표를 했다. 궤도이탈이란, 지구 저궤도에 있는 (수명이 오래 된) 위성의 엔진을 꺼서 지구로 다시 떨어뜨리는 것이다. 다시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위성들은 전소한다. 스페이스 X는 우주를 더 안전하게 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덧붙였지만, 위성이 전자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인지하고 있다면 지구에 추락하는 위성들의 부품 및 연료가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그 함의점들을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우주개발 경쟁과 우주 공간 군사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우주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현재 우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몇 년 전 콜로라도에 위치한 우주 항공 사령부에서 제공하는 투어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들은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는데, 모든 작은 우주 쓰레기까지 추적하는 이유는 우주 쓰레기 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주 쓰레기와 위성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위성을 이동시키기도 한다. 거대한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 쓰레기는 정거장을 파괴할 수도 있을 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20년 전에도 그랬지만 현재는 그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왜냐하면 더 많은 나라들이 우주에 계속해서 새로운 위성들을 쏘아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몇몇 기업들이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론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은 부재한 상태이다. NASA의 몇몇 관계자들 또한 현 우주쓰레기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의 동료 중 한 명인 Kesler는 '현재 우리는 위기 경보에 직면해있다. 우주 쓰레기 문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지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기후위기'인데, 우주 개발/군비 경쟁과 기후위기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위 질문들에 대한 대답에서 이미 밝혔듯이, 두 문제는 전혀 동떨어질 수가 없다. 예컨대, 시에라 클럽 (Sierra Club)이라는 환경 단체는 내가 살던 플로리다 지역에서 한 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던 우주 센터 주변 자연 환경 보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곳은 거대한 늪지대와 함께 악어, 뱀, 여러 종의 새 등 수많은 야생 동물의 서식지였다. 하지만 우주 센터에서 로켓이 하나 발사 될 때마다 주로 두 가지 일이 일어났는데, 첫째는 로켓의 배기가스가 늪지대로 침투하는 것과 동시에 대기권으로 상승하면서 오존 층에 커다란 구멍들을 뚫는 것이다. 둘째는,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시에라 클럽의 조사 결과, 우주 센터에서 로켓이 발사될 때 방출되는 오염 물질이 늪지대에 있는 물고기들을 죽이고, 그 오염된 물고기들을 먹은 새들 또한 죽어나간다는 것이 밝혀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텍사스 주같은 경우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자연보존구역 한 가운데에 발사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텍사스 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메인 주, 더 나아가 영국, 뉴질랜드 등 발사 시설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는 오존 층에 더 많은 구멍을 뚫을 것이다.
나도 물론 '이제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 대신,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나가는 것은 어떤가'의 의견은 순진하고 낙관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침묵하고 방관하는 것 또한 전혀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면서 긍정적인 비전을 공유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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