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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경험'과 삼성생명 '자신감'의 충돌

[여자프로농구] 10일 시작되는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 미리보기

등록|2024.03.09 09:25 수정|2024.03.09 09:25
대부분의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농구팬이라면 KB스타즈와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에서 KB의 절대적인 우세를 예상할 것이다. 정규리그 우승팀 KB와 4위 하나원큐의 전력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2위 우리은행 우리WON과 3위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플레이오프 역시 우리은행의 우세를 어렵지 않게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양 팀의 플레이오프 역대 전적은 다른 결과를 말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통합 6연패를 차지하며 왕조시대를 활짝 열었던 시기에 삼성생명은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을 만나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2012-2013 시즌과 2016-2017 시즌 두 차례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두 번 모두 3연패로 우리은행에게 패했다. 하지만 2018-2019 시즌과 2020-2021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 두 번의 시리즈에서는 '언더독'이었던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 시즌에도 정규리그 성적은 23승 7패의 우리은행이 16승 14패의 삼성생명에게 7경기나 앞섰다. 하지만 삼성생명 선수들과 임근배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두 번 연속 우리은행을 꺾었던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변을 일으키려 한다. 우리은행 역시 이번만큼은 반드시 설욕에 성공하며 '삼성생명 공포증'을 극복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에 농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우리은행] '300승' 위대인도 풀지 못한 숙제
 

▲ 위성우 감독(가운데)은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삼성생명에게 시리즈 전적 2전 2패로 뒤져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불리는 타미카 캐칭이 활약하던 시대에 첫 번째 전성기를 보냈던 우리은행은 4시즌 연속 최하위의 긴 암흑기를 견딘 후 위성우 감독이라는 '귀인'을 만났다. 위성우 감독 부임 후 6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달성한 우리은행은 왕조 시대가 끝난 후에도 두 번의 우승 타이틀을 더하며 역대 최다인 1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에서만 통산 300승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승 감독이 됐다.

우리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한 성적이다. 우리은행은 2013-2014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무려 10시즌 연속으로 7할 이상의 승률을 올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통합 6연패 기간에는 박혜진과 임영희(우리은행 코치)가 있었고 양지희 은퇴 후에는 김정은(하나원큐)을 영입했다. 2018-201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4.8%의 확률을 뚫고 박지현을 지명했고 2022년 5월에는 김단비를 영입하는 등 전력유지를 위한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하나원큐로 돌아가면서 전력약화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23승7패 승률 .767의 호성적으로 11시즌 연속 7할 승률을 이어갔다.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2승 4패로 뒤졌던 KB전 성적을 제외하면 우리은행의 승률은 .875(21승3패)까지 올라간다. 김단비와 박지현이 지난 시즌에 이어 팀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한 가운데 '또치' 박혜진도 시즌 후반 출전시간을 늘리며 봄 농구에 대비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삼성생명에게 5승 1패로 크게 앞섰다. 5라운드 맞대결에서만 61-70으로 덜미를 잡혔을 뿐 2023년 11월18일 1라운드에서는 18점 차의 대승(73-55)을 거뒀고 12월 22일 3라운드에서도 15점 차 승리(65-50)를 따냈다. 게다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6라운드 MVP 박지현과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프전 MVP 김단비, 우리은행의 터줏대감 박혜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풀가동할 수 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 부임 후 아직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선수들의 개인기량이나 객관적인 전력을 떠나 삼성생명은 우리은행과 위성우 감독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상대라는 뜻이다. 만약 이번에도 삼성생명에게 패해 챔프전 진출이 좌절된다면 우리은행은 매 시즌 봄 농구에서 삼성생명을 만날 때마다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에게 삼성생명과의 플레이오프 승리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삼성생명] PO에서 만나는 우리은행은 자신 있다
 

▲ '스무살 에이스' 이해란이 좋은 활약을 선보이면 삼성생명의 승리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삼성생명은 임근배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이후 안정된 성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2019-2020 시즌 프로 출범 후 첫 최하위의 수모를 당한 삼성생명은 2020-2021 시즌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해 우리은행과 KB를 차례로 꺾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우승 후 곧바로 챔프전 MVP 김한별(BNK 썸)을 트레이드하며 과감한 리빌딩을 시도한 삼성생명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에도 주전가드 이주연과 키아나 스미스가 같은 날 무릎을 다쳐 시즌 아웃되는 대형악재가 발생했다. 삼성생명은 이런 악재 속에서도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두 핵심가드가 없는 상태에서 어시스트 여왕 안혜지와 3점슛 여왕 이소희가 버틴 BNK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에도 '리빌딩의 완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이번 시즌에도 삼성생명은 박지수가 돌아온 KB와 건재한 우리은행의 '양강구도' 속에서 3위(16승 14패)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강유림이 다소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프로 3년 차를 맞은 이해란이 팀 내 득점 1위(13.43점)를 기록하며 '폭풍성장'을 보여줬다. 여기에 '노란 머리 가드' 신이슬이 주전가드로 자리매김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키아나 스미스도 시즌 후반 컨디션을 많이 끌어 올렸다.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2020-2021 시즌 이후 3년 만에 우리은행을 다시 만난다. 임근배 감독이 부임한 이후 삼성생명은 지난 두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을 연속으로 꺾고 챔프전에 진출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물론 3년 전 활약했던 선수들 중 아직까지 팀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배혜윤과 김단비(1992년생), 이주연 정도 밖에 없지만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나머지 선수들도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우리은행을 상대할 수 있다.

맏언니 배혜윤이 꾸준한 활약을 해준다고 가정하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의 운명을 쥐고 있는 선수는 만 20세의 젊은 에이스 이해란이다. 이해란이 김단비,박지현, 최이샘 등을 상대로 크게 밀리지 않고 대등한 승부를 해준다면 가드진이 풍부한 삼성생명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분명한 사실은 반대편의 KB와 하나원큐의 플레이오프보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플레이오프가 훨씬 흥미롭게 전개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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