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보험 없는 주부들이 쓰는 '점을 찍는 여자들'은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여자들의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차마 그 돈을 내게 쓸 수는 없었다. 포기하려던 차,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을 들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이 들을 만한 강의를 모아 수업료의 90프로를 지원하는 바우처를 준다는 게 아닌가! 소상공인의 조건은 사업자등록증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달 후 드디어 승인 연락을 받았다.
▲ 21년에 했던 K비대면 바우처다들 목말랐는지 K바우처 신청 첫날에 서버가 터져서 난리였다 ⓒ 중소벤처기업부
당시 내가 선택한 수업은 <스타트업 운영 노하우 패키지>였다. 마케팅 컨설턴트 장문정, 사업계획서 흥소장 서대웅, 브랜드 블로그 김경은 등 쟁쟁한 강사 여섯 명의 수업을 150일 동안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었다.
김경은의 브랜드 블로그와 장문정의 마케팅 수업은 온라인에서 내 상품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딱히 어필할 상품이 없는 나는 배운 걸 테스트 해보고 싶어서 지인의 입시학원 블로그를 오픈했다.
따로 광고비를 쓰지도 않았는데 3개월 만에 해당 지역학원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페이지가 됐다. 덕분에 블로그를 보고 바로 등록하는 학부모도 생겼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기세를 몰아 협성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NEWBOOK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당선이 됐고 책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였던 만큼 한 권의 책 <살림 못하는 완벽주의자>가 만들어졌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초등학생 수업 강사 모집 공고가 떴다. 나는 생활 에세이 공모전에 당선 됐으니 글쓰기 강사 자격 요건이 된다고 했다. 다만 학생이 모이지 않으면 폐강이 될 거라고 했다. 여기서 K-바우처의 마케팅 수업에 나온 '타겟층을 뾰족하게 해서 소구점을 찾아라'라는 강의가 나를 도왔다.
'영상에 빠진 아이가 걱정되는 OO초등학교 1-3학년 어머님들만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쓰기 수업 관련 글을 올렸고, 오픈 2분 만에 마감됐다. 그렇게 시작된 수업이 벌써 1년을 넘겼다.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한 시니어 글쓰기 수업도 반년을 넘어가고 있다.
K-바우처 강의에서 배운 대로 그동안 내가 하는 일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렸다. 그 글을 본 어느 출판사 대표님의 연락을 받았다. 초등학생 교재 원고를 쓸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다. 마침 2~3월은 정부지원사업이 많이 나오는 시기다. 나는 지원사업으로 예산을 확보해 보자고 역제안했다. 그래서 요즘은 K-바우처로 만난 사업계획서 수업 노트를 다시 뒤적인다.
나랏돈으로 지원받은 K-바우처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 스타트업 대표는 되지 못했지만 생각지도 않은 글쓰기 강사라는 경력을 얻었다. 올해는 역시 나랏돈으로 지원받는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려 한다. K-바우처가 그랬듯 내일배움카드도 나를 어떻게 이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 나랏돈은 줄 때 챙겨야 한다. 오늘 배운 게 어떻게 쓰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 내일배움카드이번에는 여기 나랏돈을 신청해볼까 ⓒ 직업훈련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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