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띄운 여당, 제주도민은 어떻게 볼까
총선 첫 TV토론회에서 '제주 4·3 사건' 쟁점... 국민의힘 후보 "개인적인 일탈"
▲ 3월 12일 개최된 제주 언론4사 공동주최 제주시을 후보자 TV토론 ⓒ 유튜브 갈무리
4·10 총선을 앞두고 제주에서 첫 TV토론회가 열렸습니다. 12일 제주일보·제주MBC·제주CBS·제주의소리 등 제주지역 언론4사가 공동주최한 '선택 2024 국회의원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개최됐습니다.
첫 번째 초청 토론회는 제주시을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 국민의힘 김승욱 후보,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가 참여해 다양한 이슈를 놓고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제주 4·3 사건은 제일 큰 이슈였습니다.
▲ 지난해 3월 제주시청 부근에 게시된 보수 단체의 제주 4·3 왜곡 현수막 ⓒ 임병도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4·3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면서 다른 보수 세력들도 4·3은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란 현수막을 단 적이 있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채 총선에 후보를 내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보수 세력의 4·3 왜곡과 폄훼에 대해 녹색정의당 강순아 예비후보는 "반성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픔을 이제야 딛고 일어서는 4·3 영령과 유가족들에게 두 번 아픔을 가하는 일"이라며 "역사 왜곡 부정죄 처벌법 등을 제정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규 예비후보는 "제주 4·3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한 태영호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 이후 다시 공천을 받아 출마하고,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이야기한 당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사면을 받아 출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승욱 예비후보는 "어느 당에서든지 의원들의 개인적인 발언과 일탈은 있을 수 있다. 그들이 우리 당의 당론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적인 사견을 국민의힘 전체 의견으로 매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동훈까지 나선 이승만 다큐 '건국전쟁'... 도민들이 불편한 이유는?
김승욱 예비후보는 제주4·3 폄훼와 왜곡이 일부 의원들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설 연휴 동안 국민의힘 지도부와 정치인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다큐 <건국전쟁>을 관람하고 홍보에 나선 모습을 보면 의문이 듭니다.
특히 일부 제주도민들과 시민사회에서는 '학살자 이승만 미화'라며 여권 정치인들의 <건국전쟁> 띄우기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 4·3 당시 제주를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과 회의록 관련 자료. (제주4.3평화기념관 내 게시물 촬영) ⓒ 임병도
1949년 1월 21일 국무회의 회의록을 보면 이승만 대통령은 제주4·3 등에 대해 "가혹하게 탄압하라"고 명령합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슬포 경찰서와 성산포 경찰서가 신설되고, 서북청년회 단원들이 대거 경찰과 군대에 편입돼 제주로 내려옵니다.
제주 4·3 진상보고서를 보면 신고된 희생자는 1만 4000여 명이지만 실제로는 2만5000명에서 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인명 살상의 가장 큰 책임자로 이승만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도민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학살한 이승만 대통령을 미화한 <건국전쟁>을 보기가 꺼려집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앞다퉈 <건국전쟁>을 관람했다는 사실이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총선 때마다 제주 4·3은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입니다. 아직 완전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20년 넘게 제주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제주 4·3의 폄훼와 왜곡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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