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해하지만 '대책'이 필요합니다

[330 충남행진 연속기고 2] 실업 위기에 떨고 있는 노동자들... 정치권과 정부가 움직여야

등록|2024.03.15 11:08 수정|2024.03.15 11:36
3월 30일 태안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이 열립니다.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기후위기, 해고와 지방소멸을 막아내고, 모두가 함께 사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충남의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330 충남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향한 충남의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알려내기 위해 오마이뉴스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3월 30일, 태안에서 만납시다![기자말]

▲ 박종현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사무국장 ⓒ 정의로운전환을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기후위기 뒤에 노동자의 위기가 있다

나는 태안화력에서 일하고 있는 발전노동자다. 충남의 화력발전소는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5년부터 순차적인 폐쇄에 들어간다. 기후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탄소배출 줄이기가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탄소배출국이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탄소는 발전소에서 배출된다. 기후위기라는 환경문제 앞에서 탄소중립은 꼭 이루어야 하는 목표이고,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발전소 노동자들이다. 365일 뜨거운 열기와 소음 그리고 석탄과 분진 속에서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발전소 안의 유해물질과 각종 화학물질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또한 충분히 이해하며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노동자로서 개인의 생존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와 동료 노동자들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닥치게 될 확실한 불안이며, 당장 먼저 폐쇄가 진행된 삼천포, 보령, 울산, 여수석탄화력발전소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발전소 문이 닫힘과 동시에 그 곳에서 일하던 수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 정의로운 전환과 노정교섭을 요구하며 충청남도 도청 앞에서 피켓팅 중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 정의로운전환을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불안에 떨고 있는 노동자와 지역 자영업자들 

여수발전소의 한 노동자는 여수고용노동청과 발전사, 하청 업체가 고용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하청노자들을 받아줄 곳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대로 일자리를 잃었다. 노동자에게 대책이 없으니 알아서 살라는 각자도생의 길을 강요한 셈이다.

이런 문제는 비정규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하청노동자들의 해고가 끝나면 정규직들의 구조조정을 가장한 정리해고도 시작될 것이다. 또한 임시로 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이동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일자리는 줄어들고 인력은 남아도는 상황에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게 될지 모른다. 현재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대한 계획만 있고 폐쇄 과정이나 폐쇄 이후에 발생하게 될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금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여 불안에 떨고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건 우리뿐만이 아닌, 지역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발전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빠져나가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인구 6만명 남짓한 태안 지역의 일자리는 그나마 태안화력발전소밖에 없는데, 그런 발전소가 없어지는 건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손님을 모두 잃는다는 것과 같은 상황이나 다름없다.
 

▲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전노동자 고용보장 책임을 묻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 ⓒ 정의로운전환을위한 충남노동자행진 추진위원회


정의로운 전환, 정치권과 정부는 대책 내놔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다. 지금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과정에서 어떤 이해당사자도 희생되지 않고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남겨지는 이', '사라지는 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이나 폐쇄 이후에 발생하게 될 문제점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전소노동자가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법"을 만들어 입법하려고 했지만 보수정당들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우리는 다시 투쟁을 시작하려 한다. 그 시작이 바로 3월 30일 태안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 행진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함께 싸우고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종현씨는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 사무국장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