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 지명에는 이런 전설이 있어요
[용따라 마을 따라] 구룡포 살모사 바위
용의 해를 맞이하여 방방곡곡에 있는 용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용에 관련된 땅 이름과 용의 모습을 연결하는 인문 여행기이다.[기자말]
풍수지리적으로 용과 호랑이가 지켜주는 명당에서 산소 왼쪽 산이 좌청룡이고, 오른쪽 산이 우백호다. 청룡은 아들 쪽 후손을, 백호는 딸 쪽 후손을 뜻한다고 한다. 고향 송기마을에 있는 광산이씨 산소 불무동에서 우백호가 조금 짧고, 길이 나면서 끄트머리가 잘렸다. 그래서인지 아버지 여자 형제들이 조금 불운했다. 이런 얘기를 아버지가 막내 여동생에게 했다가 동생이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일본인 가옥 거리 뒤 언덕, 구룡포항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2014년에 세운 '용의 승천-새 빛 구룡포'라는 아홉 마리의 용 조형물이 구룡포 이름을 기리고 있다. 바로 뒤에는 용을 모시는 용왕당이 있는데, 문이 잠겨 있어 안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 구룡포 남쪽 4km 지점에 있는 살모사 바위구룡포에서 열 마리 용이 승천하다 한 마리는 실패했다. 이 얘기와 연계하여 살모사 바위를 용바위, 혹은 이무기나 꽝철이 바위라고 이름 붙였으면 전체 얘기가 완성된다. ⓒ 이병록
구룡포항에서 12km 북쪽으로는 호미곶이 있는데,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가 '산수비경'에서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였다. 어렸을 때는 토끼 꼬리라 불렀는데, 이제 제 이름을 찾았고, 해 뜨는 곳으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진해에서 출항하여 포항을 들어가려면 구룡포를 지나고, 영일만 쪽으로 방향을 꺾는 곳이 호미곶이다. 과거 배를 타고 지나면서 봤던 호미곶은 넓은 평원이었으나, 올 1월에 가니 마을이 들어서고 있다. 또 호미곶을 지나 영일만 안에 구룡소가 있다. 가히 용호상박이라고 할 수 있는 땅 이름을 가졌다.
구룡포 북쪽은 용호상박 또는 용쟁호투인데 남쪽으로는 용두사미가 된 곳이 있다. 구룡포에서 남쪽 십 리(4km)쯤에 있는 하정리에는 바다로 기어 내려오는 동물 모습의 바위가 있다. 구룡포에서 승천하지 못한 얘기와 연결하여 이름을 붙였으면 훨씬 뜻이 깊을 터인데, 뜬금없이 살모사 바위다. 개구리와 뱀 형상이 함께 있는 곳이라면, 고흥 사도와 바로 앞 와도처럼 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무기, 이시미, 꽝철이, 바리는 용이 되려다 못 된 특별한 능력을 갖춘 뱀으로서, 깊은 물 속에 사는 큰 구렁이로 상상됐다. 대표적으로 이무기는 천 년을 묵으면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고 생각했다.
'용 못 된 이무기 심술만 남더라.', '용 못 된 이무기 방천(둑) 낸다'라는 등의 속담도 있다. 특히 '꽝철이'는 경상도 일대에서 이무기를 부르는 말이다. 살모사 바위를 경상도 말인 '꽝철이 바위'라고 붙였으면 해남의 '짜우락샘'과 같이 재미있는 이름이 되었을 것이다.
열 마리의 용 중에서 승천하지 못한 용을 소재로 이름을 붙이며 구룡과 함께 얘기가 완성된다. 과거에 이 정도 거리는 걸어서 장을 보러 다니는 생활권인데도, 용이나 이무기, 꽝철이 등으로 부르지 않고 살모사라고 하였다.
얘깃거리(스토리텔링 소재)를 스스로 없애버려 아쉬운 생각이 든다. 살모사 바위가 이름을 더 타기 전, 지금이라도 꽝철이 바위나 이무기 바위로 이름을 바꿨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승천하지 못한 용을 소재로 살모사 바위를 용바위나 이무기바위 혹은 경상도 방언인 꽝철이 바위로 이름 붙이면 전체 얘기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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