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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통일부의 2024 '북한 바로 알기' 운동

[진단] 민주주의보고서 속 '독재화 진행 국가' 망신살... '북한보다 낫다' 정신승리 되지 않으려면

등록|2024.03.17 19:21 수정|2024.03.17 19:21

▲ 북한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이 구장군, 운산군, 연탄군, 은천군, 재령군, 동신군, 우시군, 고산군, 이천군, 함주군, 금야군, 김형직군, 장풍군에서 각각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980년대 후반 북한 바로 알기 운동 이후 2024년 새로운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통일부는 올해 추진할 첫 번째 핵심과제로 '북한 바로 알고 알리기'를 제시했다. 이 기사에서는 통일부의 관(官) 주도 '북한 바로 알기'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고, 이 위험한 '발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통일부의 '북한 바로 알고 알리기', 무엇이 담겼나

통일부가 지난 8일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통일부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튼튼히 구축한다는 기본방향 아래 3대 핵심과제와 12개 세부과제를 제시하였다.

통일부가 제시한 핵심과제는 ①북한 바로 알고 알리기 ②북한변화 유도 ③통일역량 강화 등 세 가지다. 3대 핵심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첫 번째로 제시된 '북한 바로 알고 알리기'다. 1980년대 후반의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을 연상케 하는 과제다. 다만, 관(官) 주도로 우리 국민이 북한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이 다르다.

정부가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을 한다고? 첫인상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면 통일부가 추진하는 북한 바로 알고 알리기(이후, '북한 바로 알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통일부는 '북한 바로 알기'의 세부 과제로 ①북한인권 실태 국내외 인식 확산 ②북한 실상 콘텐츠 개발 및 북한이해 제고사업 추진 ③미래세대의 올바른 역사관·국가관·안보관·통일관 확립 ④북한정보자료 대국민 서비스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관련 자료: 2024년 통일부 주요정책 추진계획).

한마디로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의 실상을 국내외에 '제대로' 알리고 우리 국민의 북한 이해를 '제고(提高)'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북한 바로 알기'가 걱정되는 이유
 

▲ 북한 조선중앙TV는 우리의 식목일에 해당하는 식수절을 맞아 여러 도·시·군들에서 나무심기를 진행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 북한 조선중앙TV=연합뉴스


사실 한국에서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란 쉽지 않다. 전문가조차도 북한의 방송·언론·학술자료를 마음대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보수와 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북한 정보와 자료를 정리해 우리 국민에게 전달하는 사업이 형태만 다를 뿐 꾸준히 진행돼왔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북한 바로 알기'가 정말 북한을 '제대로' 알리고, 우리 국민의 북한 이해를 '제고(提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통일부가 말하는 북한 실상은 인권 문제에 집중돼 있다. 분명 북한의 인권 문제는 심각하며 필자 또한 이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관련 기사: '북한인권' 지적한 윤 정부, 지금 진짜 필요한 건 '구체적 행동', https://omn.kr/23jvn).

다만 북한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북한 인권 실태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병행돼야 한다.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 이후 확대된 북한의 시장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그로부터 나타나고 있는 역동적인 사회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지 북한은 '최악의 인권 국가'라는 이야기만으로 북한을 '바로' 알 수 없는 것이다.
 

▲ 김영호 통일부장관(아랫줄 인쪽 세 번째)과 이정훈 제2기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장(아랫줄 왼쪽 네 번째)을 비롯한 위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회담장에서 열린 북한인권증진위 1차 회의에 참석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반동사상·문화 배격법' 퇴장(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번째로,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와 자료만이 '정답'이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정부만이 미래세대의 '올바른' 역사관·국가관·안보관·통일관을 확립할 수 있는 '주체'라는 권위주의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교사의 통일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그릇된 역사인식 방지를 위한 통일교육 직접 전달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다분히 권위적이며 과거 정부가 주도한 '반공교육'을 연상케 한다. 과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최소한 유지돼온 통일교육의 이념적 균형이 무너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북한을 바로 알자'고 하지만, 우리 국민이 북한 정보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는 축소되고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초기, 구체적으로 권영세 장관 재임기에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에서 "개방과 소통을 통한 민족동질성 회복"을 제시하고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문화 인식을 토대로 방송·언론·통신 분야에서 우리가 먼저 개방과 소통을 진행"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호 통일부장관 취임 이후 북한 정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선 개방 논의는 사라졌다. 정부는 올해 '북한정보포털'에 AI 기능을 보강하고 '통일정보자료센터'를 2027년까지 완공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통일부가 운영하는 '북한자료센터'에 2020년 이후의 자료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지 오래다. 시스템은 화려해졌을지 모르나, 최근 북한 자료를 찾기는 어려운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통일부 먼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 실천해야
 

▲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용산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 전쟁기념사업회


최근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브이뎀'이 발표한 <민주주의보고서 2024>는 지난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0.6으로 179개국 중 47위로 평가했다. 1년 전 0.73(28위)에서 대폭 하락한 결과로, 한국은 지표 하락세가 뚜렷한 '독재화 진행' 국가에 포함돼 망신을 당했다.

최근 통일부만큼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정부 부처도 없을 것이다. 다만 통일부가 외치는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는 주로 '우리가 북한보다 낫다'는 정신승리에 가깝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은 후퇴하고 있다.

통일부의 '북한 바로 알고 알리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무엇이 옳다고 정답을 제시하고 따르라는 소위 '꼰대'가 되기보다,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스스로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해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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