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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 만들겠단 협박, 통하지 않았던 까닭

[리뷰]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 더욱 강해진 약자들의 대반격

등록|2024.03.16 10:54 수정|2024.03.16 10:54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의 한 장면. ⓒ 티빙


막강한 힘을 과시하던 백하린(장다아 분)의 집요한 공세에도 성수지(김지연 분)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강해진 성수지와 친구들은 이제 더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이 더욱 치열해진 갈등 구조로 구독자들을 사로 잡고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피라미드 게임> 7화와 8화는 어떻게든 F 등급을 만들어 2학년 5반 학급을 자신의 발 밑에 두려는 백하린의 악행과 이에 맞선 성수지의 반격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앞선 5, 6화를 통해 성수지의 아버지 약점을 꼬투리 잡아 협박에 나선 백하린의 역공에 성수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도청된 음성 파일을 지우려고 하지만, 이대로 백기 들고 항복할 성수지가 결코 아니었다.

백하린이 짓밟을 수록 더욱 고단수의 전략을 발휘하면서 더욱 세력을 키워나갔다. 이제 조금만 더 밀어부친다면 이 게임을 그대로 박살낼 수 있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수지는 백하린을 향해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폭발시킨다.

7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의 한 장면. ⓒ 티빙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백하린은 학급 학생들의 약점을 쥐고 협박에 돌입한다. 아이돌 연습생 임예림(강나언 분)에겐 친구 심은정(이주연 분)을 볼모 삼아 비수를 꽂는가 하면 송재형(오세은 분)에겐 오빠의 로펌 취업건을 빌미로 공세에 돌입한다. 서로를 배신하게끔 숨통을 조여 오는 하린의 음모는 끝을 몰랐다.

하지만 백하린이 이렇게 나설수록 수지의 집단은 조금씩 규모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7화의 분수령은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하린의 새로운 오른팔 고은별(정하담 분)을 앞세워 3회 이상 총 맞은 사람이 F등급에 준하는 벌을 받게 된다는 황당한 규칙을 다시 내세운다. 이를 빌미로 수지 쪽 학생들을 집중 공격하려는 계략을 꾸민 것이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를 활용해 스스로 무너지길 기대했지만 이미 하린의 음모를 예측한 수지와 친구들은 각자 당했던 협박 내용을 공유하면서 똘똘 뭉친 상태였다. 그 순간 또 다른 반전이 빚어진다. 잠시 이들에게 등을 돌렸던 표지애(김세희 분)가 "친구들을 배신했다"고 고백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총탄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하린을 노려본 수지와 재형, 자은 역시 스스로에게 총을 쏘며 다시 한번 음모를 무산시킨다.

8화 "성수지가 이길꺼야"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의 한 장면. ⓒ 티빙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김다연(황현정 분)이 심은정(이주연 분)을 폭행하고 큰 부상을 입히자 이제 이야기는 하린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가해자들과 학교는 이를 은폐하려고 하지만 수지는 익명 커뮤니티를 이용해 다시 한번 판을 뒤집는 데 성공한다.

김​다연은 타 학교로 강제 전학가게 되었고 하린은 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든든한 후원자였던 회장 할머니조차 이번엔 등을 돌리고 만다. 절대 권력이라는 모래성이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하린은 최후의 발악을 시도한다. 다시 한번 자은의 약한 마음을 악용해 수지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만들겠다고 협박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도 또한 모를 리 없는 수지였다. 오히려 자신에게 동조하는 친구들을 더 많이 확보해, 다수가 게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피라미드 게임'이 무효가 되도록 만들려는 것이었다. 수지의 큰 그림이 완성되는 듯 했지만 투표 당일이자 학교 대동제가 열리던 날,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예림이 급히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수지는 교실로 들어가 하린의 멱살을 잡아채기에 이른다.

돈, 권력보다 강한 게 있었다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의 한 장면. ⓒ 티빙


사악한 어른 이상으로 교활한 생각으로 똘똘 뭉친 백하린에겐 멈춤 신호라는 게 전혀 없었다. 과속 방지턱을 만날수록 더욱 폭주하는 것이 하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돈과 권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자신 마음대로 다 되는 줄 알았다. 성수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학원 폭력은 ​최근 각종 OTT 시리즈물에서 각광 받는 소재다. 웨이브 <약한 영웅>, 디즈니플러스 <3인칭 복수>가 그래왔고 넷플릭스의 인기작 <더 글로리> 역시 내용의 발단은 청소년 시절의 학교폭력이 주요 원인이었다. 웹툰 원작인 <피라미드 게임> 역시 이와 같은 이야기를 주춧돌 삼아 하린과 수지의 대결 구도로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뤄내고 있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 수록 <피라미드 게임>은 단순히 학원 폭력의 이야기를 넘어선 부당한 권력과 이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처럼 비춰지고 있다. 백하린으로 대표되는 권력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동조자라도 내가 하는 일의 장애물이라면 단번에 제거 대상이 될 뿐이다. 공포감으로 조성된 힘은 무자비함 그 자체다.
 

▲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의 한 장면. ⓒ 티빙


김다연이 자행하는 폭행을 하린이 눈 감아주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야만 내가 지닌 권위가 바로 서는 것이라고 하린은 굳건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들의 통치행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든든한 뒷배(회장 할머니)마저 등을 돌리자 어부지리로 얻게 된 권력은 물거품이나 마찬가지였음이 입증되고 있다. 하린은 이와 같은 진리는 알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이에 맞선 수지와 친구들의 행동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시민 혁명'에 비유할 만하다. 때론 비겁하게 방관자가 되기도 했지만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각성하고 성장하면서 더 이상 부당한 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다. 7, 8회차에서 다뤄진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눈 여겨볼 만하다.

비록 이들에게 권력은 없었지만 친구라는 존재와 더불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건 백하린에겐 전혀 없는 수지와 친구들만이 지닌 강력한 무기였다. 친구들을 배신했다는 자책감을 지닌 지애의 반성을 비롯해서 뒤늦게나마 수지에게 힘을 보태주는 급우들의 움직임은 그래서 더 큰 인상을 심어준다. 이제 성수지는 다윗 대 골리앗이 아닌, 골리앗 대 골리앗의 싸움으로 이 게임을 만들어 놓았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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