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황금기 곧 올 것" 축구화 벗는 그리너스 이준희
[인터뷰] 13년 선수생활 마침표 찍는 이준희씨
▲ 지난 14일, 공식 은퇴를 발표한 이준희 선수. ⓒ 류호진
또 한 명의 K리거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국내 다수의 구단에서 활약하며 K리그 통산 220경기 출전이라는 굵직한 활약을 보여준 이준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4일,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산그리너스를 끝으로 은퇴한다는 소식을 밝혔다.
다음은 지난 16일에 안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안녕하세요. 쉽지 않은 선택을 하셨습니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잦은 무릎 부상이 있었음에도 안산 의무팀의 과학적인 케어를 통해 37세까지 이렇게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뼈에 붙어있는 연골까지 모두 사라졌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더 이상 팀에 보탬이 될 수 없다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은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구단도 이런 제 의사를 존중해주셨고 잘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있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경기장에서 좋은 폼을 보여주신 주요한 비결이 있을까요?
"안산에서 뛰면서 정말 좋은 팀원들을 많이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는 국가대표 박진섭 선수에게 경기장에서만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그런 훌륭한 동료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 선수생활 동안 좋은 지도자들을 만났다는 이준희. ⓒ 안산그리너스
- 지난해 안산에서 100경기 출전이라는 기록을 달성하셨습니다. 흔치 않은 기록인데 특별한 비결이 있었을까요?
"나이에 대한 편견 없이 저를 기용해 주신 감독님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황태현, 민준영, 아스나위, 김채운, 김태현, 김진래, 김예성 등 제 자리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어 상위 팀으로 이적한 다수의 선수들이 있었던 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산 소속 100경기 출전이 장혁진, 이승빈, 이인재 선수에 이은 네 번째 기록이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구단이 더욱 성장하여 이적을 가기 보다는 안산에서 더 큰 역사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섯 번째 기록은 김영남 선수가 이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비교적 짧지 않은 선수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프로 구단에 입단한 첫해에 2군도 아닌 3군에서 훈련했습니다. 4~5명이 훈련을 했었는데 훈련 시간 외에 산도 뛰고 그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를 강하게 키워주신 지도자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14년 전 그때는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웃음)."
- K리그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면서 이 리그의 크고 작은 변화를 직접 경험하셨어요. 프로 커리어 초창기와 비교하면 지금의 K리그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제가 처음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보다 관중수가 증가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야구장에 관중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K리그 팬분들도 많이 증가했다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들도 많이 유입이 되고 있고 K리그의 황금기가 이제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축구인으로서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 안산그리너스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발표한 이준희. ⓒ 안산그리너스
- 뿐만 아니라 안산그리너스에서도 많은 추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안산은 어떤 구단인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안산의 축구 열기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제가 대구에 있을 때 조광래 사장님께서 '본질은 축구'라고 말씀해 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관중을 유치하기 위해선 경기를 이겨야 하고 재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시민구단들을 직접 보며 플레이오프 진출 등 승격과 근접한 성적을 거둔 구단들이 그 다음 시즌 많은 관중수를 기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원FC가 있죠. 안산 사무국에 베테랑분들도 많으시고 그분들의 능력이 선수단에 더해진다면 안산의 황금기는 조만간이라고 확신합니다."
- 여담이지만 '벤피카 데 마카오' 구단에서 활동하셨다는 오보가 있다고 들었어요. 이에 대해서 더 여쭤볼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제가 벤피카 데 마카오라는 구단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 저는 사실 과거에 인도네시아 스마랑이라는 구단과 계약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지 규정으로 인해 경기를 뛸 수 없었는데 당시 구단주님께서 연맹에 제안서까지 제출하셨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았죠. 결국 경기를 많이 출전할 수 있는 마카오에 임대 이적을 가려다가 안산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서류 문제가 있었는데 큰 도움을 주신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김훈기 사무국장님께도 꼭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선수생활 이후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작년에 대한축구협회에서 진행하는 전력분석교육을 이수했습니다. 김보찬 분석관님께 세계 축구의 트렌드와 유럽 현장에서 적용되는 최신 시스템들을 배웠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기술을 가지고 사업적으로 갈지 혹은 현장으로 돌아갈지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훌륭하신 많은 분들과 인사드리며 좋은 선택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축구를 하면서 가장 많은 사랑을 주셨던 대구FC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경남과 서울이랜드, 부산아이파크 팬분들께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고 그럼에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로컬 규정으로 인해 뛰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스마랑 구단의 팬분들과 팀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끝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게 힘을 주신 안산그리너스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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