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읽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리뷰] 지드루 메르베유의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지드루 메르베유의 신작 그래픽 노블이 이숲 출판사에서 최근에 출간되었다. 책 제목이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2024)다. 작은 스쿠터 앞에서 비를 맞아가며 젊은 두 남녀가 강렬하게 키스하는 장면이 새빨간 표지에 그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뜨겁게 다가온다.
대체 어떤 사랑이길래, 저돌적이고 치열한 분위기를 표지를 통해 뽐내려고 했던 것일까. 비가 쏟아지는 것과는 무관하게 두 남녀가 사랑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어로 번역되기 전 책 표지도 이와 같았을까. 뭐, 이런 마음을 떠올리며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넘기자마자 독특한 연출과 마주한다. 〈나는 살인범의 이름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짧은 단편에 숨겨진 지드루 메르베유의 의도(연출)가 응축된 프롤로그가 그것이다.
프롤로그가 무엇인가? 자신의 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독자들에게 비유의 형태로 숨겨놓은 것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작가는 독자에게 무엇인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이곳에 숨겨 놓았을 것이다. 메시지는 무엇일까?
힌트는 짧은 단편 '제목' 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살인범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관련이 있다. 즉, 이 단편 속 주인공은 〈줄리아나 P의 잃어버린 사랑〉이라는 로맨스 소설 작가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이 살인범임을 알고 있지만, 독자에게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알려주게 될 경우, 재미가 없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즉, 지드루 메르베유는 자신의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에서 노골적으로 사연과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고 독자들에게 생각하게끔 한다는 의도를 프롤로그에 숨겨놓은 것이다. 문학 용어로 따지자면 잘 만들어진 상징이나 은유로 의미를 감춘다는 말일 테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런 작가의 의도를 감안해 읽으면 이 만화를 더욱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지드루 메르베유의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에는 책 초반과 후반에 놓여 있는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7편(〈그 남자, 그 여자〉, 〈롤오버 베네치아〉, 〈베파나〉, 〈거룩한 소원〉, 〈불가사의의 도시〉, 〈피에트로와 아다〉, 〈무한히 감사해!〉)이 책에 담겨 있다.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의 방식이 같은 것이 없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의 방식도 모두 제각기 펼쳐진다. 심각한 것부터 진지한 것까지, 우울하고 희망적이면서도 잔잔한 것까지 작가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책 속에 흩뿌려 놓았다.
나룻배 남자와 여행 온 여자
나는 텍스트에 수록된 7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랑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뱃사공의 사연을 다룬 〈롤오버 베네치아〉가 이에 해당한다. 이 작품을 만화로 봤을 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인 연출과 이 연출로 잘 빚어진 상징 때문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가면 '곤돌라'라는 보트를 탈 수 있다. 오래전부터 베네치아는 운하가 도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배로 움직이는 것은 과거에 일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탈리아에는 이런 전통과 문화가 남아 있었던 탓에 '곤돌라'가 지금도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이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뱃사공의 사연이 여전히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집에 이탈리아의 상징인 뱃사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것은 자연스럽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려는 어느 부인은 오렌지색의 목도리를 맨 뱃사공과 함께 이탈리에 베네치아를 통과하는 중이다. 부인은 가업을 이어받아 일하는 뱃사공의 삶이 보람 차지 않냐고 묻지만, 뱃사공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베네치아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인 데 반해 자신은 자유롭게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머물러야 하니 마냥 좋지 않다는 것이다. 뱃사공의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이 매번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소비적인 형태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뱃사공은 남겨진 자의 처지를 잘 모르고 있는 부인에게 농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농담에는 부인에 대한 호감이 섞여 있다.
관광지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지만, 무엇인가 이들에게는 알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된 듯하다. 뱃사공이 메고 있는 목도리의 출처를 부인이 물어보게 되고, 이 목도리가 현재 뱃사공의 부인이 아닌 '전' 부인의 떠준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인은 그때서야 안심하며 용기내 보는 것은 이 둘 사이에 무엇인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부인은 말한다.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 뱃사공과 부인은 이제 거침이 없다. 베네치아의 운하를 횡단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던 호기심은 확신으로 번지게 되고 이 두 남녀는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음악'을 통해 연출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러니까 부인이 뱃사공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쁜 마음으로 선뜻 불러주지 않을 텐데, 뱃사공은 기분 좋게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더라도 애쓴다. 이 행위에는 사랑이 숨겨져 있다.
부인이 뱃사공에게 들려달라는 노래는 비틀즈의 노래 〈Roll over Beethoven〉이다. 이 노래는 이제 더 이상 클래식의 시대가 아닌 록앤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도발적인 목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즉, 부인의 입장에서는 이 음악이 가진 내용과 분위기를 통해 뱃사공에게 '전' 부인의 기억을 벗어던지라는 말로 들린다.
역으로 부인의 입장에서는 결혼 2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지금, 이 순간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본인 스스로 다시 진정한 사랑을 찾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결국, 뱃사공은 자기 목에 감긴 목도리를 강가에 버리면서 부인의 마음에 보답한다. 이 둘의 사랑은 이제 새롭게 시작될 것 같다.
만화적으로 봤을 때, 이런 사랑의 과정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잘 표현되었다는 점도 내가 이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부인이 20주년 결혼기념일에 남편이 자신을 보러 이곳에 오지 않았다고 뱃사공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작가는 한 페이지에 9컷을 분배해 독자들에게 부인의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돕는다.
부인이 뱃사공에게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노래를 불러달라는 장면에서는 칸과 칸 사이의 말풍선을 지우고 흘러 다니는 노래 가사만 그려 놓음으로써 시각이 아닌 청각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흑백 톤으로 이야기되는 이 단편에서 유독 전 부인이 떠준 뱃사공의 목도리만을 밝고 붉은 컬로 톤으로 보여준 후, 부인과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뱃사공이 맨 목도리가 강가에 떨어져 흘러 다니는 장면은 전 부인과의 사연을 낭만적으로 끊게 만든다. 이런 연출은 만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고, 만화 독자만이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랑은 직접 하는 것
이 글은 지드루 메르베유의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에서 하나의 단편에 무게 중심을 실어 이야기를 써 내려갔지만,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듯이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다소 어두운 사랑의 이야기부터 너무나도 상쾌한 사랑의 방식까지 여러 사연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사랑 이야기가 좋게 끝나는 경우와 안 좋게 끝나는 경우 모두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표현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대사와 내용을 모두 하나씩 살펴보면 좋겠지만, 인상적이었던 한 구절만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으려고 한다.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책 뒤쪽에 있는 에필로그에서 등장하는 소설 쓰는 소설가를 지켜보던 한 여인의 말이다. 소설가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자기 소설에 인용한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에게 서슴없이 용기 내 다가간다.
그렇다! 사랑은 이렇게 용기 내 보는 것인지 모른다. 따뜻한 봄날 사랑을 찾아 경쾌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나의 고백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당신 주변에 가까이 있을지 말이다. 봄이 왔으니 이제 봄도 얼마 남지 않았다.
▲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표지 ⓒ 이숲
대체 어떤 사랑이길래, 저돌적이고 치열한 분위기를 표지를 통해 뽐내려고 했던 것일까. 비가 쏟아지는 것과는 무관하게 두 남녀가 사랑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어로 번역되기 전 책 표지도 이와 같았을까. 뭐, 이런 마음을 떠올리며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넘기자마자 독특한 연출과 마주한다. 〈나는 살인범의 이름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짧은 단편에 숨겨진 지드루 메르베유의 의도(연출)가 응축된 프롤로그가 그것이다.
힌트는 짧은 단편 '제목' 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살인범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관련이 있다. 즉, 이 단편 속 주인공은 〈줄리아나 P의 잃어버린 사랑〉이라는 로맨스 소설 작가로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이 살인범임을 알고 있지만, 독자에게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알려주게 될 경우, 재미가 없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12쪽. ⓒ 이숲출판사
즉, 지드루 메르베유는 자신의 책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에서 노골적으로 사연과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고 독자들에게 생각하게끔 한다는 의도를 프롤로그에 숨겨놓은 것이다. 문학 용어로 따지자면 잘 만들어진 상징이나 은유로 의미를 감춘다는 말일 테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런 작가의 의도를 감안해 읽으면 이 만화를 더욱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지드루 메르베유의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에는 책 초반과 후반에 놓여 있는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7편(〈그 남자, 그 여자〉, 〈롤오버 베네치아〉, 〈베파나〉, 〈거룩한 소원〉, 〈불가사의의 도시〉, 〈피에트로와 아다〉, 〈무한히 감사해!〉)이 책에 담겨 있다.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의 방식이 같은 것이 없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의 방식도 모두 제각기 펼쳐진다. 심각한 것부터 진지한 것까지, 우울하고 희망적이면서도 잔잔한 것까지 작가는 여러 형태의 사랑을 책 속에 흩뿌려 놓았다.
나룻배 남자와 여행 온 여자
나는 텍스트에 수록된 7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랑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뱃사공의 사연을 다룬 〈롤오버 베네치아〉가 이에 해당한다. 이 작품을 만화로 봤을 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작가의 의도적인 연출과 이 연출로 잘 빚어진 상징 때문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가면 '곤돌라'라는 보트를 탈 수 있다. 오래전부터 베네치아는 운하가 도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배로 움직이는 것은 과거에 일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아탈리아에는 이런 전통과 문화가 남아 있었던 탓에 '곤돌라'가 지금도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이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뱃사공의 사연이 여전히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작가가 자신의 작품집에 이탈리아의 상징인 뱃사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것은 자연스럽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려는 어느 부인은 오렌지색의 목도리를 맨 뱃사공과 함께 이탈리에 베네치아를 통과하는 중이다. 부인은 가업을 이어받아 일하는 뱃사공의 삶이 보람 차지 않냐고 묻지만, 뱃사공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베네치아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인 데 반해 자신은 자유롭게 떠나지 못하고 이곳에 머물러야 하니 마냥 좋지 않다는 것이다. 뱃사공의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이 매번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소비적인 형태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뱃사공은 남겨진 자의 처지를 잘 모르고 있는 부인에게 농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농담에는 부인에 대한 호감이 섞여 있다.
부인이 떠나고 남겨진 뱃사공. 아마 세상 최악의 직업일 걸요.(35)
▲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32쪽. ⓒ 이숲출판사
관광지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지만, 무엇인가 이들에게는 알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된 듯하다. 뱃사공이 메고 있는 목도리의 출처를 부인이 물어보게 되고, 이 목도리가 현재 뱃사공의 부인이 아닌 '전' 부인의 떠준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인은 그때서야 안심하며 용기내 보는 것은 이 둘 사이에 무엇인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것을 암시한다. 부인은 말한다.
아저씨에게 어울리는 모자를 떠주기 전, 부인이 떠나서 다행이에요.(37)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 뱃사공과 부인은 이제 거침이 없다. 베네치아의 운하를 횡단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던 호기심은 확신으로 번지게 되고 이 두 남녀는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음악'을 통해 연출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러니까 부인이 뱃사공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쁜 마음으로 선뜻 불러주지 않을 텐데, 뱃사공은 기분 좋게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더라도 애쓴다. 이 행위에는 사랑이 숨겨져 있다.
부인이 뱃사공에게 들려달라는 노래는 비틀즈의 노래 〈Roll over Beethoven〉이다. 이 노래는 이제 더 이상 클래식의 시대가 아닌 록앤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도발적인 목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즉, 부인의 입장에서는 이 음악이 가진 내용과 분위기를 통해 뱃사공에게 '전' 부인의 기억을 벗어던지라는 말로 들린다.
역으로 부인의 입장에서는 결혼 20주년임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지금, 이 순간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본인 스스로 다시 진정한 사랑을 찾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결국, 뱃사공은 자기 목에 감긴 목도리를 강가에 버리면서 부인의 마음에 보답한다. 이 둘의 사랑은 이제 새롭게 시작될 것 같다.
만화적으로 봤을 때, 이런 사랑의 과정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잘 표현되었다는 점도 내가 이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부인이 20주년 결혼기념일에 남편이 자신을 보러 이곳에 오지 않았다고 뱃사공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작가는 한 페이지에 9컷을 분배해 독자들에게 부인의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돕는다.
부인이 뱃사공에게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노래를 불러달라는 장면에서는 칸과 칸 사이의 말풍선을 지우고 흘러 다니는 노래 가사만 그려 놓음으로써 시각이 아닌 청각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42쪽. ⓒ 이숲출판사
마지막으로 흑백 톤으로 이야기되는 이 단편에서 유독 전 부인이 떠준 뱃사공의 목도리만을 밝고 붉은 컬로 톤으로 보여준 후, 부인과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뱃사공이 맨 목도리가 강가에 떨어져 흘러 다니는 장면은 전 부인과의 사연을 낭만적으로 끊게 만든다. 이런 연출은 만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고, 만화 독자만이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다.
사랑은 직접 하는 것
이 글은 지드루 메르베유의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에서 하나의 단편에 무게 중심을 실어 이야기를 써 내려갔지만,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듯이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다소 어두운 사랑의 이야기부터 너무나도 상쾌한 사랑의 방식까지 여러 사연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사랑 이야기가 좋게 끝나는 경우와 안 좋게 끝나는 경우 모두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표현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대사와 내용을 모두 하나씩 살펴보면 좋겠지만, 인상적이었던 한 구절만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으려고 한다.
사랑 이야기에요? 사랑은 읽는 게 아니죠. 사랑은 하는 거지.(120)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책 뒤쪽에 있는 에필로그에서 등장하는 소설 쓰는 소설가를 지켜보던 한 여인의 말이다. 소설가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자기 소설에 인용한 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에게 서슴없이 용기 내 다가간다.
▲ 〈Amore 이탈리아식 사랑 이야기〉 122쪽. ⓒ 이숲출판사
그렇다! 사랑은 이렇게 용기 내 보는 것인지 모른다. 따뜻한 봄날 사랑을 찾아 경쾌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나의 고백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당신 주변에 가까이 있을지 말이다. 봄이 왔으니 이제 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문종필은 평론가이며 지은 책으로 문학평론집 〈싸움〉(2022)이 있습니다. 이 평론집으로 2023년 5회 [죽비 문화 多 평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밖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집에 「그래픽 노블의 역습」(2021)과 「좋은 곳」(2022)과 「무제」(2023)을 발표하면서 만화평론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 공유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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