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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게임' 종영... 절대악 부순 김지연, 또 인생작 만들다

[리뷰] 티빙 <피라미드 게임>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이후 새로운 대표작 등극

등록|2024.03.22 10:25 수정|2024.03.22 10:43

▲ 티빙 '피라미드 게임' ⓒ 티빙


'절대악'은 끝내 무너졌다. 티빙의 10부작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이 21일 9화와 10화 공개와 더불어 막을 내렸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백연여고 2학년 5반이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계급 착취의 참혹한 이야기는 부당한 힘을 앞세운 절대 권력자 백하린(장다아 분)에 맞선 성수지(김지연 분)를 비롯한 학생들의 대반격으로 드라마 막판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원작의 기본 줄거리 및 일반적인 드라마 전개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을 맺었지만 <피라미드 게임>은 뒷맛이 개운찮은 씁쓸함과 동시에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안겨줬다. 사이코패스나 다름없이 극단적인 폭주를 일삼던 백하린의 붕괴와 더불어 게임은 종료되었지만 여전히 현실 속에선 <피라미드 게임> 마냥 약자를 짓밟으면서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청소년 혹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연 성수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10대 캐릭터를 신인 혹은 무명급 배우들로 채운 과감한 캐스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티빙의 모험은 드라마의 종영과 더불어 호평을 이끌어 냈다. 최근 프로야구 중계의 어설픈 완성도로 구독자들의 질타를 받은 티빙으로선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건 의외로 작은 돌멩이..." 
 

▲ 티빙 '피라미드 게임' ⓒ 티빙


학교 축제가 있던 날, A등급 인기학생이자 아이돌 연습생 임예림(강나언 분)이 사고로 실려가면서 2학년 5반에는 또 한번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더 이상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성수지는 백하린의 멱살을 잡은 채 칠판으로 밀치면서 분노를 쏟아 낸다. 이어 고정 F등급을 만들겠다는 하린의 도발에 맞서 수지는 참석 인원 과반수의 동의가 있다면 이 게임을 없애겠다고 선언한다.

하린의 만행으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특히 A등급 친구마저 희생양이 되어버리자 많은 급우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F등급이 아니라 학급 전체가 희생될 수 있는 위기가 초래되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급기야는 그동안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방관자로 겉돌던 반장 서도아(신슬기 분)가 게임을 삭제, 결국 12대 10으로 수지 측이 승리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타 학교 전학 결정으로 투표 권한이 없던 김다연(황현정 분)의 폭행 장면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중계되면서 백연여고 2학년 5반의 이야기는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또한 성적 조작과 관련한 교장 및 교사들의 조직적 비리도 폭로되면서 백하린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믿음을 주던 회장 할머니마저 등을 돌린 지금 하린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 뿐이었다. 모든 것을 파멸 시키는 것.

"억울한 척 하지마... 이젠 니가 학폭 가해자니까!"
 

▲ 티빙 '피라미드 게임' ⓒ 티빙


피라미드 게임 및 온갖 학폭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폭로되면서 하린의 엄마이자 학교 이사장 등 관계된 인사들은 뒷수습을 위해 하린 못잖은 음모를 꾸민다. 마치 성수지가 학폭 가해자인 양 유튜브에 가짜 정보를 흘리면서 급기야는 경찰 조사를 받게 만든 것이다.

자칫 엉뚱한 피해자가 될 수 있었지만 하린 일당의 악행을 우연히 휴대폰에 촬영한 학교 선생님, 예림과 또 다른 피해자 조우림 등의 용기있는 고백에 힘입어 수지는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게임 및 성적 조작과 관련된 학생들은 퇴학, 교사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 다른 방관자였던 반장 도아 역시 퇴학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하린은? 과거 고아원 시절 지금의 게임과 똑같은 형태로 괴롭힘을 받았던 하린은 그때의 트라우마를 삐뚤어진 방법으로 표출했던 것이다. 급기야는 고아원에 불을 지르고 극단적인 시도까지 서슴지 않는다. 다행히 자은의 도움으로 목숨은 구했지만 백연그룹 일가로부터 파양 당하고 정신병동 속 환자라는 초라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고 학교는 또 다른 재벌 그룹으로 넘어가면서 미료여고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평온을 되찾은 듯싶었지만 피라미드 게임을 부활시키려는 미료 그룹 쌍둥이 자매(특별출연 장규리)의 등장으로 또 한번의 파란이 예상되는가 싶었지만 이를 비웃는 듯한 수지의 얼굴 하관이 클로즈업 되면서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또 하나의 인생작 만든 김지연... 드라마 성공의 주역
 

▲ 티빙 '피라미드 게임' ⓒ 티빙


<피라미드 게임> 속 주인공 성수지 역을 맡은 배우 김지연(걸그룹 '우주소녀' 보나)의 활약은 당초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 드라마의 든든한 중심이 되어줬다. 주말드라마와 미니시리즈 등을 고루 거치면서 능력을 쌓아온 김지연은 지난 2022년 방영된 tvN <스물 다섯 스물 하나> 고유림 캐릭터를 통해 비로소 배우로서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MBC <조선변호사>의 부진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지만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기 경력이 일천한 신인급 동료들을 경력직 주연배우로서 혼자 이끌어 가야 하는 쉽지 않은 무게감까지 짊어졌지만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해냈다. 극중 다양한 감정 변화를 지닌 성수지라는 인물은 결코 만만하게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였지만 그동안 쌓인 내공은 성수지=김지연과 완벽한 합을 완성시켰다.

특히 마지막 10화에서 하린를 향해 쏟아낸 수지의 감정 폭발은 그동안 고구마 같은 상황을 확실하게 종결시키는 백미로 손꼽을 만하다. 아이돌 걸그룹 센터 멤버를 넘어 이젠 당당한 주연 배우로서의 신뢰감을 쌓은 점은 <피라미드 게임> 및 김지연이 거둔 멋진 성과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약간의 각색이 있었지만 원작 웹툰의 큰 줄기를 그대로 계승한 <피라미드 게임>은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전개에 힘입어 매주 목요일마다 구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등 선전을 펼쳤다. 김지연을 비롯해 류다인, 강나언 등 새롭게 눈 여겨 볼 만한 배우들을 깜짝 탄생시키면서 <피라미드 게임>은 최근 대작들의 부진으로 정체기에 놓였던 OTT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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