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인데요, 혼자 먹으려고 치킨 주문했습니다
가족 눈치 안 보고 먹은 닭다리...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앗싸! 남편과 아이들이 약속이 있어서 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뭘 해먹어야 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오랜만에 혼자서 자유로운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밖에 나가서 비싼 외식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보통 이럴 때는 혼자 먹으려고 제대로 상을 차리는 것도 귀찮아 찬밥에 물을 말아 깍두기 하나 놓고 먹든가 아니면 컵라면(봉지라면을 끓이는 것도 귀찮다)으로 대강 때우든가 하는데 왠지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요즘 자꾸만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없으니 맛난 걸 먹든, 재미난 일을 하든, 텐션을 끌어올릴 뭔가가 필요했다. 식구들도 없는데 직접 요리를 하는 건 당연히 싫고 배달을 시키기로 했다.
피자? 치킨? 짜장면? 떡볶이?... 무엇을 시키든 혼자서 다 먹기는 양이 많을 것 같고 음식값도 만만치 않아서 막상 배달을 시키려니 망설여졌다. 요즘은 1인분 전용 메뉴도 있기는 하지만 1인분만 주문을 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결국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나 혼자 먹으려고 치킨을 시킨 건 처음이었다.
마침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하는 미국 프로야구 경기도 있고, 우리나라와 태국의 월드컵 축구 예선전도 있으니 스포츠 경기를 보며 치맥을 즐길 생각이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치킨집에 불이 난다는데 생각보다 배달이 빨리 되었다.
TV 앞에 치킨과 맥주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내 앞에 펼쳐진 온전한 치킨 한 마리! 다리 2개, 날개 2개, 부드러운 허벅지살 2개가 모두 내 앞에 놓여졌다. 다이어트 한다고 식사 때마다 닭가슴살만 먹는 딸래미들도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부터 집어드는 통에 나는 늘 퍽퍽한 가슴살만 먹었다.
어렸을 때도 야들야들한 닭다리는 늘 그림의 떡이었다. 아버지가 월급날 통닭을 한마리 사오시면 엄마는 제일 먼저 닭다리를 뜯어 아버지와 하나뿐인 아들 앞에 놓아주셨다. 퍽퍽한 가슴살을 한 겹 한 겹 벗겨 아껴 먹으면서 한 손에 닭다리를 들고 뜯는 오빠를 보고 있자면 어찌나 부럽던지.
그때의 그 닭다리는 내 마음속에 두가지 다짐을 심어놓았었다. 이 다음에 커서 돈을 많이 벌면 꼭 통닭을 두 마리 사서 나도 닭다리를 먹겠다는 것과 절대로 아들을 낳지 않겠다는 것.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제일 먼저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닭다리살을 한입 베어 무는데 고소한 맛과 함께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어서 먹은 쫄깃한 날개살과 부드러운 허벅지살도 정말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조각만 더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배만 남았을 때 남은 닭다리 하나를 마저 먹으려다가 잠시 고민했다. 아이들이 와서 남은 치킨을 먹을 수도 있는데 가슴살만 남아있으면 아쉬워할 것 같았다. 결국 닭다리 대신에 가슴살을 집었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을 때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좋아하는 식구들이 없는 건 살짝 아쉬웠지만, 혼자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축구경기를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갖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무엇보다 편하고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나혼자 산다'를 꿈꾸나 싶기도 했다.
남은 치킨을 보관용기에 옮겨 담으며 생각했다. 인생 뭐 있나? 여섯 식구가 통닭 한 마리를 나눠 먹으면서 기름 묻은 손가락을 빨며 아쉬워 하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치킨 한 마리를 혼자서 통째로 차지할 수도 있는 지금, 이만하면 성공한 거 아닌가.
쉰 해가 훌쩍 넘어갈 동안 뭐 하나 이루어 놓은 것 없어 내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지던 요즘, 혼자 먹은 치킨 한 마리에서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보통 이럴 때는 혼자 먹으려고 제대로 상을 차리는 것도 귀찮아 찬밥에 물을 말아 깍두기 하나 놓고 먹든가 아니면 컵라면(봉지라면을 끓이는 것도 귀찮다)으로 대강 때우든가 하는데 왠지 그날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피자? 치킨? 짜장면? 떡볶이?... 무엇을 시키든 혼자서 다 먹기는 양이 많을 것 같고 음식값도 만만치 않아서 막상 배달을 시키려니 망설여졌다. 요즘은 1인분 전용 메뉴도 있기는 하지만 1인분만 주문을 하면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결국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나 혼자 먹으려고 치킨을 시킨 건 처음이었다.
마침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하는 미국 프로야구 경기도 있고, 우리나라와 태국의 월드컵 축구 예선전도 있으니 스포츠 경기를 보며 치맥을 즐길 생각이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치킨집에 불이 난다는데 생각보다 배달이 빨리 되었다.
TV 앞에 치킨과 맥주를 놓고 자리를 잡았다. 내 앞에 펼쳐진 온전한 치킨 한 마리! 다리 2개, 날개 2개, 부드러운 허벅지살 2개가 모두 내 앞에 놓여졌다. 다이어트 한다고 식사 때마다 닭가슴살만 먹는 딸래미들도 치킨을 시키면 닭다리부터 집어드는 통에 나는 늘 퍽퍽한 가슴살만 먹었다.
▲ 혼자서 축구경기를 보면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행복을 느낀다. ⓒ 심정화
어렸을 때도 야들야들한 닭다리는 늘 그림의 떡이었다. 아버지가 월급날 통닭을 한마리 사오시면 엄마는 제일 먼저 닭다리를 뜯어 아버지와 하나뿐인 아들 앞에 놓아주셨다. 퍽퍽한 가슴살을 한 겹 한 겹 벗겨 아껴 먹으면서 한 손에 닭다리를 들고 뜯는 오빠를 보고 있자면 어찌나 부럽던지.
그때의 그 닭다리는 내 마음속에 두가지 다짐을 심어놓았었다. 이 다음에 커서 돈을 많이 벌면 꼭 통닭을 두 마리 사서 나도 닭다리를 먹겠다는 것과 절대로 아들을 낳지 않겠다는 것.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제일 먼저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닭다리살을 한입 베어 무는데 고소한 맛과 함께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어서 먹은 쫄깃한 날개살과 부드러운 허벅지살도 정말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조각만 더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배만 남았을 때 남은 닭다리 하나를 마저 먹으려다가 잠시 고민했다. 아이들이 와서 남은 치킨을 먹을 수도 있는데 가슴살만 남아있으면 아쉬워할 것 같았다. 결국 닭다리 대신에 가슴살을 집었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을 때 환호성을 지르며 함께 좋아하는 식구들이 없는 건 살짝 아쉬웠지만, 혼자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축구경기를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갖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무엇보다 편하고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나혼자 산다'를 꿈꾸나 싶기도 했다.
남은 치킨을 보관용기에 옮겨 담으며 생각했다. 인생 뭐 있나? 여섯 식구가 통닭 한 마리를 나눠 먹으면서 기름 묻은 손가락을 빨며 아쉬워 하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치킨 한 마리를 혼자서 통째로 차지할 수도 있는 지금, 이만하면 성공한 거 아닌가.
쉰 해가 훌쩍 넘어갈 동안 뭐 하나 이루어 놓은 것 없어 내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지던 요즘, 혼자 먹은 치킨 한 마리에서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