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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면담에도 의대 교수들 "예정대로 오늘부터 사직"

"현장 교수들 유명 달리하거나 우울 호소, 의대 정원 빨리 재검토"... 일부 전공의 반발

등록|2024.03.25 13:28 수정|2024.03.25 14:11

▲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발표 이후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간담회를 진행한 의대 교수들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 논의를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예정대로 25일 오늘부터 사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해 온 정부는 한 위원장과 전의교협(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 간담회 직후 '현장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예'라는 이례적인 입장을 냈다. 이 때문에 25일 전의교협 측이 마련한 브리핑 현장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40여 개의 질문이 쏟아지며 회견이 50여 분간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여당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예'... 교수들은 입장 고수

앞서 전국 39개 의대가 참여한 전의교협은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을 하루 앞둔 24일 한 위원장과 간담회를 했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의교협으로부터)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의료계 역시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는 말을 전해왔다"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고 알렸다.

이후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정부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의 이런 조치에도 의대 교수들은 "예정대로 오늘부터 사직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한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나눈 대화와 의대 교수들의 입장에 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전의교협은) '전공의에 대한 처벌은 의대 교수의 사직을 촉발할 것이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또, 전공의와 학생을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고위공직자의 겁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의대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간담회 자리에서) 대화하지도 않았다"면서 "의대 입학 정원과 배정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고,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 현재 의대 입학 정원의 일방적 결정과 연이은 정원 배분으로 촉발된 ▲의대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 ▲주52 시간 근무 ▲중환자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외래진료 축소는 금일부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 자발적 사직 못 막아, 의대 정원 논의 총선 전 빨리"
 

▲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약 3분에 걸친 설명을 마치자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40여 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전날 한 위원장의 간담회에서 왜 의대 입학정원 및 배정에 대한 논의가 없었는지'를 묻자 "(간담회 자리에서) 입학 정원은 논의할 가치가 없었다"며 "정부가 발표한 2천 명 증원안은 현재 의과대학에서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현재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로 의대 교수들이 외래, 입원, 중환자 진료를 전담하고 있기에 실제 전공의 면허 정지가 이루어지면 의대 교수들은 거의 다 사직할 것"이라며 "이전보다는 진일보한 제안이다. 사태가 악화하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긴 한다"고 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의 피로도는 증가하고 있고, 진료를 보다가 (과로로) 유명을 달리하거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 간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하겠다고 하는 의대 교수들을 말릴 수 없다. 교수들의 의사에 존중과 지지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2천 명이라는 숫자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정부안 대로라면) 충북대 등은 정원이 갑자기 4배 증가하는 셈이라 의대생뿐만 아니라 전공의들도 적절한 교육과 수련을 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 선제적으로 의대 증원 대안을 제시할 생각'에 대해서는 "정부는 지금도 2천 명 증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가 (의대 정원) 숫자를 제시한다고 해도 (정부가) 받아들이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과의 만남이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는 "정치는 어떻게 하는지도, 해본 적도 없다"며 "저희는 그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 위기 상황을 빨리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총선 전이면 좋고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마친 뒤 '오늘 사직서를 제출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사직서 내야지요"라고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사직은 우리가 했는데..." 일부 전공의 반발

한편,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정부·여당과 전의교협의 간담회 결과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다 사직서를 제출한 류옥하다씨는 24일 "정부·여당이 전의교협과 대화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 노조가 사직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며 "전의교협은 전공의나 의료계를 대변하지 못한다. 사직한 것은 전공의"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여당이 검토 중인 면허 정지 처분 유예에 대해서는 "어떠한 전공의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가 2020년 의정 합의문을 폐기한 상황에서 (전공의와의) 대화를 언급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먼저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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