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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자르고 전기고문... 모스크바 테러범들 '만신창이'

피의자 4명 법정 출두... 외신 "자유롭게 증언했는지 의심"

등록|2024.03.25 14:03 수정|2024.03.25 14:06

▲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피의자 법정 출두를 보도하는 AP통신 ⓒ AP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피의자들이 러시아 당국에 잔혹하게 고문하는 당한 모습이 공개됐다.

무차별 총격과 폭탄 테러로 13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피의자 4명은 24일(현지시각)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되어 법정에 출두했다.

이들 4명은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됐으며, 임시 비자 혹은 비자가 만료된 상태로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었다.

피의자들 고문 영상, 온라인에 유출되기도 

언론에 공개된 피의자들은 모두 얼굴에 멍과 상처가 가득해 고문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는 귀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러시아 매체는 그가 귀가 잘리는 고문을 당했다고 전했다.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는 몸을 가누기 힘든 듯 휠체어를 타고 출석해 심문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샴시딘 파리두니(25)와 딜레르존 미르조예프(32)도 심한 구타를 당한 모습이었다.

AP통신은 "피의자들은 얼굴이 부어오르거나 멍 자국이 있었고, 한 명은 거의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라며 "러시아 법원과 현지 매체는 피의자들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공개된 피의자들의 상태는 그들이 자유롭게 증언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의 소셜미디어에는 이들이 고문당하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영상에서 파리두니는 바지가 벗겨지고 성기에 전기충격기가 연결된 채로 쓰러져 구타당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용병으로 가담했다가 러시아 푸틴 정권과 내분을 일으켰던 바그너그룹의 한 관계자는 영국 <데일리메일>에 "러시아 당국의 피의자 심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보여준다"라며 "전기 고문의 고통을 높이기 위해 피의자에게 물을 뿌리기도 한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유리한 증언 받아내려 고문 '의혹'
 

▲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피의자 법정 출두를 보도하는 영국 BBC ⓒ BBC


일각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이번 테러로 지도력에 타격을 입은 푸틴 대통령이 민심을 달래고 고의로 고문 영상을 유출하고,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는 증언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슬람 무장 단체 '이슬람 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가 분명하다"라며 "만약 이들이 혐의에 증거가 있다면 왜 이들을 고문하겠는가. 러시아에 유리한 증언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망명한 러시아 야권 언론인 드미트리 콜레제프도 "러시아 당국은 고문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를 일부러 유출하고 있다"라며 "이런 고문을 당한 피의자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테러를 일으켰다는 거짓 증언을 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화상연설에서 "러시아는 항상 다른 이들을 비난한다"라며 "모스크바 사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이번에도 당연하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러시아 국민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지도자로 내세웠다"라며 "그러나 이번 테러는 러시아 국민이 푸틴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안정과 안보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한 러시아에서는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러시아 공공기관은 이날 조기를 게양하고 모든 행사를 취소했고, 방송사들은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를 중단했다.

피의자들은 혐의가 유죄로 판결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들 피의자 외에 테러에 연루된 혐의로 7명을 추가로 구금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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